2018.07.18
5월 글로벌 美국채 보유액, 446억弗 늘어 8개월새 최대↑…경기침체우려 안전자산 몰려
中 12억弗·日 176억弗 증가…러는 美제재후 338억弗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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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발발 분위기가 고조된 지난 5월 세계 각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대폭 늘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도발한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졌으나 각국은 오히려 미국 국채 투자를 늘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미국 국채 보유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가 갖고 있는 미국 국채 규모는 6조2136억달러로 전달보다 446억달러(약 50조원) 늘었다. 이는 3월과 4월 각각 2억달러 증가, 476억달러 감소한 것과 크게 대조되는 흐름이다. 증가 폭으로는 지난해 9월 525억달러 증가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너디 골드버그 TD증권 선임 금리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과 무역갈등을 키우면서 세계 각국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퍼졌다"며 "이 점이 미국 국채 보유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5월이 이탈리아가 포퓰리즘 정부 구성으로 혼란이 극심했던 시기였던 점도 상기시켰다.
5월 3.1%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자동차 수입이 자국 안보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5월 23일 후 급락하면서 2.7%대까지 추락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금리가 낮아질수록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면 긴급히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미국 국채 보유 부동의 1위, 2위 국가인 중국과 일본 모두 보유 규모를 늘렸다. 중국의 5월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조1831억달러로 4월보다 12억달러 늘었고, 일본은 1조488억달러로 176억달러가량 증가했다. 중국은 앞에서는 무역전쟁을 둘러싸고 미국에 맞불을 놓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지만 뒤로는 미국 국채를 사들여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한 중국의 보복 수단으로 미국 국채 매도가 거론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 국채 매각으로 달러가 약세가 되면 중국이 보유한 남은 미국 국채에서 손실이 커진다. 또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중국의 달러표시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의 마찰로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기보다 위안화 가치를 내리는 것이 중국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149억달러로 무려 338억달러나 줄였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미국 재무부가 공개하는 상위 보유 국가 리스트 기준인 300억달러에 러시아가 미달하면서 해당 리스트에서 삭제된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번 미국 국채 매도는 4월 미국의 러시아 제재 조치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4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한국의 5월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4월보다 46억달러 증가한 1047억달러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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