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1
트럼프 대통령 이어 므누신 재무장관도 위안 약세 문제 거론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위안화가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공격한데 이어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이 위안화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이 중국과의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미중의 경제전쟁이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 므누신 “위안화 환율조작인지 면밀 검토” : 므누신 재무장관이 마침내 중국 위안화 약세에 경고장을 내들었다.
므누신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위안화 약세가 환율조작 신호인지 여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 문제가 오는 10월15일 발행되는 재무부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면밀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전 반기 보고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위안화 약세가 중국에 불공정한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우리는 위안화 환율이 조작된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단기적인 달러 이슈에 관한 언급을 거부하며 달러화 강세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중요하다고만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중국이 성실한 모습을 보일 경우, 미국은 중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트럼프 “중국-EU 환율 조작해 왔다” :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 유럽연합(EU)를 환율조작국이라며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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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과 EU가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추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금리를 올리면서 달러화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 조작이나 나쁜 무역협정 개정을 통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야 한다"며 무역 적자 감축을 위한 관세 부과와 더불어 달러 강세에 대응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금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가 해온 모든 것이 손상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 트럼프 “위안화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어” :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에도 위안화 약세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세며, 연준의 금리인상이 전혀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강한 달러는 미국을 불리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비해 중국의 위안화는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모든 무역전쟁은 결국 환율전쟁으로 귀결 : 미국의 대통령과 경제를 총괄하는 재무장관이 잇달아 위안화 약세 문제를 거론함에 따라 미중의 분쟁이 무역전쟁에서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무역전쟁은 결국은 환율전쟁으로 귀결된다. 80년대 미국과 일본은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였다. 미일 무역전쟁은 결국 1985년 엔화를 대폭 평가절상하는 플라자합의로 일단락을 맺었었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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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에 환율전쟁까지…죽어나는 신흥국들
2018-07-23 0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 -강대국들과 다방면으로 얽힌 신흥국들 피해 커져
미국발 글로벌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비화하면서 강대국들과 다방면으로 얽힌 신흥국들만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적인 무역 갈등에서 최대 피해자는 강대국 당사자들이 아니라 헝가리 체코 대만 싱가포르 한국처럼 중간에 낀 개방형 나라들이라고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세계 곳곳에서 원자재와 부품들을 들여와 자체 공장에서 조립한 후 해외로 되판다는 것이다. 이는 각국 간 긴밀한 연계를 전제로 하는데, 보호주의가 확대되면서 수입 비용이 비싸지는 한편 수출 수요가 줄어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런던 싱크탱크인 국립사회경제연구소의 아미트 카라 거시경제 예측 책임자는 “무역에 의존하는 작고 개방적인 경제일수록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픽텟자산운용이 세계무역기구(WTO)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적인 무역 갈등에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상위 5개국은 대만 헝가리 체코 한국 싱가포르 순이었다. 이들 나라는 GDP에서 수출 비중이 60~70%를 차지, 글로벌 무역전쟁의 혼란에 쉽게 노출된다. 반면 위험에 가장 적게 노출된 나라 순위에서 미국은 2위를 차지했고, 중국과 유럽은 그 어느 쪽에도 끼지 않았다.
이는 이미 투자 심리에도 반영됐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올해 7.5% 하락했고, 싱가포르의 ST지수는 3.7%, 헝가리 BUX지수는 10.8% 각각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 (IMF)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률이 2017년 5.9%에서 올해는 4.3%로 낮아질 것이며, 내년은 3.6%로 더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작은 개방형 경제는 무역전쟁을 다른 국가들보다 더 잘 견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무역과 환율을 둘러싼 세계적인 갈등은 잦아들기는커녕 더 첨예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21일(현지시간) 밤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네 탓 공방’으로 얼룩졌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 속도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최근 급속도로 진행된 중국 위안화 약세에 대해서도 시선이 집중됐다. 위안화는 지난 20일 한때 달러 대비 1년 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증폭됐다. 중국은 G20 회의에서 “수급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환율 조작의 결과인지 시장 역학에 의한 것인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므누신 장관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달러 견제 발언에 대해 “강한 달러는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시장 개입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달러 강세가 미국의 경쟁력을 빼앗고 있다”며 달러 강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달러 가치는 한때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노선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는데,논란이 일자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국가는 통화 약세 유도와 저금리 정책을 펼쳐왔다”며 달러 강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무역상대국에 돌려 무역 마찰이 환율 마찰로 발전될 것이란 우려를 자아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했지만 무역전쟁이 심해지면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고, 거기에 환율 혼란까지 더해지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신흥국에 환율전쟁은 치명적이다. 그 동안 신흥국들은 저리로 달러 자금을 경쟁적으로 차입했는데,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하면서 상환 부담이 커졌고, 그로 인해 자본 유출입이 다시 유출 초과로 돌아섰다.
G20 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의 경우, 페소 가치는 달러에 대해 4월 이후 27%나 하락했다. 통화 약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는 40%까지 올라 시중금리는 50%가 넘는다. 브라질 헤알은 4월 이후 달러 대비 12% 하락했고, 인도와 터키도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한때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렇게 가다간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이 맞물려 경기가 순식간에 하방 압력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를 겪은 아시아 신흥국. 무역전쟁이 직격, 통화 매도 압력이 거센 가운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수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60%로 높아 무역전쟁은 치명적이다. 각국은 외환 보유고 증액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4월 이후 달러 대비 5% 하락했다. 대 중국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도 환율이 6%나 빠졌다.
무역과 통화, 2개의 큰 현안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지만 G20 회의 첫날은 미국의 수입 제한만 비난, 불협화음만 부각시킨 채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므누신 장관은 “미국은 관세 제로의 자유 무역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오히려 상대국들의 양보를 촉구했다.
순회특파원=배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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