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1
성인 실무 교육 업체 패스트캠퍼스가 지난해 기록한 숫자들이다. 2014년 설립 후 4년 만에 개설 강좌 610개, 수강생 수 1만6500명을 달성했다. 매출은 설립 첫해보다 1100% 늘었다. 이름(fast)처럼 빠른 성장이다.
공유 오피스 사업을 하는 패스트파이브의 성장 속도도 만만치 않다. 2015년 회사 설립 후 매년 매출이 2~3배 증가했다. 현재 운영 중인 공유 오피스 숫자만 13개. 최근엔 1000억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으며 2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두 회사의 가파른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패스트 제국’의 수장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Fast Track Asia) 대표는 “부동산·교육·금융은 한국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2년 ‘회사 키우는 회사(Company Builder)’를 표방하며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해 다양한 실험을 거쳤고,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원본보기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박원익 기자
박 대표는 2008년 스톤브릿지캐피털에 입사한 후 티켓몬스터, 앤써즈(KT에 매각), 블루홀 등에 투자하며 성공적인 벤처투자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11년 말 업계에서 인연을 맺은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최고전략책임자(CSO), 신현성 티켓몬스터 이사회 의장과 “직접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고, 이듬해 스타트업 지주회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했다. 초기 주력 분야였던 식품 분야 자회사는 2016년(헬로네이처)과 2017년(푸드플라이) 매각했다.
박 대표는 “부동산(패스트파이브)과 교육(패스트캠퍼스)은 이미 제이 커브(J-curve, 가파른 성장 그래프)에 들어가고 있다”며 “금융(패스트인베스트먼트)을 포함한 세 분야 회사는 회사 가치가 조 단위에 이를 때까지 키울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패스트파이브 선릉점에서 박 대표를 만나 경영 전략,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부동산·교육·금융 중심 지주회사 체제로…‘볼트온’ 투자 지향
-주력 사업분야는.
“2012년 처음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시작했을 땐 의식주 영역을 중심으로 해보자고 마음먹고 1년에 회사 1~2개씩 만들어 왔다. 그 중 식(食) 분야 회사는 다 팔았다. (헬로네이처는 SK플래닛에, 푸드플라이는 요기요에 매각했다.) 지금은 교육, 부동산, 파이낸스가 주력이다.”
-세 가지 영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한국 시장에서 교육과 부동산은 대표적으로 캐시 카우(cashcow·현금창출원)를 만들 수 있는 분야다. 오랜 시간 운영할 경우에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부동산 업체를 계속 경영하면서 금융 투자업도 병행하자’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회사 만드는 시도는 있을 것이다. 다만 예전보다 까다롭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게 될 것 같다. 시간과 돈이란 자원은 한정적이다. 과거처럼 여러 사업 분야를 살피는 것보다 이미 제이 커브에 들어간 회사를 정말 큰 회사로 만드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교육, 부동산, 금융을 세 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갈 계획이다.”
-금융 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금융투자회사나 모바일 앱 개발 회사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금융 회사 중에도 조 단위 가치를 가진 회사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IMM인베스트먼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같은 회사들은 한 해 이익만 몇백억원씩 낸다. 설립된 지 10년 정도밖에 안 된 회사들이다. 바꿔 말하면 이 분들은 금융 벤처회사를 창업한 거다. 투자 전략도 회사마다 다양하다.”
-벤치마킹 대상이 있나.
“앞서 예로 들었던 회사들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금융 벤처를 시작해 이익 수백억원을 내는 금융 회사로 만들었다는 점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개인적으로 아주 큰 영감과 자극을 얻고 있다. 앞서가는 회사들을 잘 보면서 우리만의 전략을 세워 회사를 키우는 게 목표다.”
원본보기
패스트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첫 화면. /홈페이지 캡처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전략이 궁금하다.
“금융투자회사도 전문화되는 추세다. 최근 10년간 재미있는 모델이 많이 나왔다. 예를 들어 DST(Digital Sky Technologies) 같은 회사는 페이스북, 징가, 그루폰 등 충분히 성장한(late-stage) 회사에 굉장히 큰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자산운용사를 후기 단계 투자에 뛰어들게 한 원동력이 됐다. 브라질 사모펀드인 3G캐피털(3G Capital)은 암베브와 인터브루를 합병한 후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안호이저 부시까지 인수해 세계 최대 맥주회사를 만들었다. 특정 분야 주요 회사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전략이다.
패스트인베스먼트는 벤처투자회사(VC)가 아니라 사모투자전문회사(PEF)로 등록 돼 있다. PEF는 경영 참여와 창업 벤처 투자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다. 3G캐피털 같은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회사를 인수한 후 단기간에 파는 게 아니라 계속 추가로 인수해 굉장히 큰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차별화 포인트는.
“기존 PEF 업계는 전자상거래(e-commerce)를 거의 모른다. 과거 PEF가 관심 가졌던 분야는 자동차 부품 이런 종류였는데 이런 회사는 점점 줄고 있다.
우리가 기존 PEF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업 투자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인터넷·모바일 기업 투자는 주로 벤처 투자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우리는 PEF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 분야 기업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식을 펼칠 계획이다. 동종 업계 회사를 계속 추가로 인수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이다.”
-기술 분야 투자는 안 하나.
“조그만 엔젤 투자 펀드 하나 만든 게 있다. 엔젤 투자는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주 사업은 아니다. 주변에 훌륭한 창업자들이 많고, 엔젤 투자 기회도 많아서 부업 차원으로 진행하는 투자라고 보면 된다.
기술 분야는 엔젤 투자 차원의 초기(seed) 투자만 진행할 계획이다. 엔젤 투자는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하는 건 아니다. 블록체인 등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그쪽 분야 창업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한다.”
-헬로네이처, 푸드플라이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비결이 있나.
“90%는 타이밍과 운이다. 다만 회사를 매각하는 것만이 성공이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존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보다 아마존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사실 더 큰 성공이다.
카카오나 네이버 수준으로 영속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장이 더 역동적인 시장이다.”
◇ 메가스터디 넘을 것…“거주 서비스 론칭 준비 중”
-교육·부동산 사업 전망은 어떻게 보나.
“가장 좋았을 때 메가스터디 시가 총액이 3조원이었다. 매출도 3000억원 수준이었다. 패스트캠퍼스는 이를 넘는 게 목표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GDP 대비 후진적이다. 건설사 중심이고 제대로 된 디벨로퍼(개발사)나 매니지먼트 업체가 없다. 위워크(WeWork)는 부동산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로 평가받기 때문에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높다. 한국 공유 오피스 업체 중에선 우리가 이런 평가를 받는 첫 타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위워크도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공실률, 할인율 등 지표를 봤을 때 한국 시장에선 우리가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다. 위워크가 없었다면 패스트파이브도 없었겠지만, 글로벌 회사의 한국 지사가 일하는 방식과 토종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엔 절실함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케팅, 세일즈 등 모든 면에 그 절실함이 녹아 들어있다. 그 차이가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원본보기
패스트파이브 성수점. /홈페이지 캡처
-하반기 주요 계획이 있다면 알려 달라.
“패스트파이브는 연말까지 지점을 20개로 늘릴 예정이다. 기존 오피스 대부분이 강남에 포진해 있는데 앞으론 강남 1개, 강북 1개 비율로 확장할 계획이다.
오피스 입주자들에게 제공하는 부대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위워크도 임대료를 제외한 매출이 10% 정도 된다. 공유 오피스 입주자가 많아지면 입주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중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3호점인 성수점 1층엔 카페를 만들어 패스트파이브가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자판기, 무인 편의점, 샐러드 등 F&B 사업 제휴, 입주자들에게 필요한 사무기기 전용몰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주거 사업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주거 쪽은 공부만 1년 넘게 했는데 하반기엔 각이 좀 나올 것 같다. 타깃은 1인 가구이며 오피스텔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 같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환경에서 취미나 취향에 따라 그룹을 만들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같은 건물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다.
부지는 오피스와 비슷하게 마스터 리스(master lease, 장기적으로 건물을 통째로 빌린 후 이를 재임대해 이익을 얻는 방식) 후 리모델링 하는 방법이 있고 신축 부지에 시행사로 들어가는 방식이 있다. 현재 두 가지 방법 모두 진행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강남 쪽에 마스터 리스 방식으로 공급하게 될 것 같다.”
[박원익 기자 wipark@chosunbiz.com]
'■ 벤처펀드.벤처기업.신기술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창업 돕고 節稅까지… 고소득층 '엔젤투자' 붐 (0) | 2018.08.06 |
---|---|
대기업 벤처투자 빗장 푼다는데…재계 `글쎄`기업형 벤처캐피털 설립, `금산분리` 벽에 또 막히자 벤처지주社 요건완화로 선회 (0) | 2018.08.03 |
정부, 코스닥투자 연기금에 세제 혜택(내년부터 연기금의 차익거래 증권거래세 없애)파생상품 등엔 과세 ·역외탈세 신고 등 강화 (0) | 2018.07.31 |
2조 넘어선 지자체 벤처펀드…영화·애니 제작까지 넘봐 [출처: 중앙일보] [단독]2조 넘어선 지자체 벤처펀드…영화·애니 제작까지 넘봐 (0) | 2018.07.21 |
미의회 대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 대폭 강화.벤처캐피털·부동산·해외거래 조사.美기술 유출 차단 위한 수출 통제강화 (0) | 2018.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