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금융(수쿠크)

美, 7일부터 이란제재 부활…금속·車·통화 거래국도 불이익.이란과 거래 기업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전격 시행 11월엔 원유까지 거래금지

Bonjour Kwon 2018. 8. 7. 06:33

 

美, 7일부터 이란제재…금속·車·통화 거래국도 불이익

2018.08.06

…리알화 3개월새 50% 하락

이란, 중동핵심석유 보급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위협

 

■ 2년 7개월만에 제재 부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7일 0시(한국시간 7일 오후 1시) 이란 제재를 본격화하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란 제재는 미국이 이란이 핵합의 이후에도 비밀리에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난 5월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탈퇴한 지 90일 만에 현실화했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2016년 1월 핵합의를 통해 이란 제재를 완화·중단한 지 2년7개월 만에 부활한 셈이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이란도 원유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등 맞불을 놓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란 제재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까지 모두 불이익을 주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이란과 거래하는 전 세계 국가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날 적용되는 1차 제재는 주로 자동차 부문과 금을 포함한 금속류 거래가 대상이다. 이란과 항공기·달러 거래도 제한된다. 미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이 이란과 관련 품목을 거래하면 미국 기업과 거래가 중단되는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미국이 경제 대국인 만큼 미국 정부의 제재는 외국 기업 존폐를 결정지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최근 중국 기업 ZTE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상무부에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를 받자 한때 파산 위기에 몰릴 만큼 휘청였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5일 이란 정부가 금융 거래 금지 등을 포함한 제재를 모면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이란의 해로운 활동에 대처하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 중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의 행동에 변화가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 당분간 제재 완화 등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미국의 의지도 재확인했다.

 

1차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11월에 있을 2차 제재 역시 예외 없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90일 후인 11월 5일 개시될 대이란 2차 제재에는 이란의 주요 수익원인 이란산 원유 교역 금지를 포함한 보다 강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한 달 후에 있을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만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측이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것을 사과하고 복귀하지 않으면 절대 테이블에서 마주하지 않겠다고 일축한 만큼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제재를 목전에 둔 이란 경제는 출렁이고 있다. 이란 국민이 이란 화폐인 리알화 가치가 급락하고 물가가 상승할 것을 우려해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금을 사재기하며 금값이 치솟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란에서는 금에 대한 수요가 15t으로 전년 동기보다 3배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8.13g짜리 금화 가격은 지난 1월보다 2배 높은 3600만리알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올해 들어 가격이 6% 넘게 하락한 국제 금값(온스당 약 1200달러) 추세를 역행하는 것이다.

 

리알화도 폭락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4만4000리알이지만 비공식 외환시장에서 리알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9만8500리알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전인 5월 초 달러당 6만500리알이었던 리알화 가치는 3개월 새 50%나 떨어졌다. 이란 당국은 5일 밤 리알화 방어를 위한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변동 환율로 통화를 거래할 수 없는 규정을 일부 완화해 리알화 가치 급락을 진정시키고, 그간 금지했던 사설 환전소의 환전 업무를 개인당 1만달러 한도로 다시 허용해 잠들어 있던 달러를 시장으로 유인하기로 했다.

 

이란은 미국 제재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제재 이후 항공기 수입이 차질을 입을 것을 대비해 제재 복원 이틀 전인 5일 프랑스에서 신형 여객기 5대를 서둘러 인수했다. 이란으로 들어오는 통화와 금에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란은 또 제재 직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등 미국에 중동의 핵심 석유 보급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무력 봉쇄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통상 이 훈련은 연말에 시행되지만 올해는 미국 제재에 맞춰 시기를 앞당겼다. 하지만 이란 정부의 '당당한' 대응과는 달리 정부에 대한 이란 국민의 실망감과 불안감이 고조되며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헤란 서부 카라지시에서 5일 밤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1명이 사망하고 20명이 구금됐다.

 

[이새봄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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