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대신증권 P2P대출펀드 사기 연루 곤욕…‘불완전판매’ 노사 공방까지 “본사, 편입자산 정보 충분히 제공 않고 문제 생기자 지점에 떠넘겨”

Bonjour Kwon 2018. 8. 10. 21:47

18.08.10

 

[일요신문] 대신증권이 P2P전용 사모 대출펀드의 사기 행각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신증권이 판매한 P2P펀드가 일부 대출 채권 회수에 실패했는데, 돈을 빌린 쪽이 서류를 조작해 자금을 유용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이 사기 논란으로 노사 간 갈등까지 불거지고 자산관리(WM) 영업에도 제동이 걸리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P2P대출은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를 중개해주는 걸 의미하는데, 소액으로 투자를 원하는 사람과 돈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금융거래를 말한다. 논란이 된 상품은 피델리스자산운용이 지난해 5월 선보인 국내 최초의 P2P전용 사모 대출펀드 상품인 ‘피델리스 P2P 전사 1호’로, 대신증권과 NH농협증권 등을 통해 400억 원가량이 판매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P2P펀드의 주요 편입자산인 양곡담보대출이 연체됐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 이종현 기자

 

양곡담보대출 채권은 온라인 대부업체 애플펀딩이 2017년 10월 투자, 대출을 주관한 상품이다. 돈을 빌린 코발트블루코리아는 대출금으로 전국 농협에서 양곡을 구매한 후 판매대금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약과 달리 중간에서 대출자금을 임의로 유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방농협이 발급한 양곡보관 확인서 역시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사인 애플펀딩 측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사과문을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펀딩 측은 지난 7월 30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애플5~10호 상품’에 연체가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연체상품은 투자자인 피델리스자산운용이 내부 투자심의를 거쳐 투자하기로 확정한 후 애플펀딩이 당사의 플랫폼을 통해 2017년 10월 31일 투자·대출이 이뤄졌다. 돈을 빌린 코발트블루코리아는 이 대출금으로 전국 농협에서 양곡을 구매한 후 판매된 대금으로 상환하는 구조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 뒤 “양곡을 구매만 하고 판매를 하지 못해 재고로 가지고 있다”며 대출금 상환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발트블루코리아는 “1개월 내에 본 양곡을 처분해 상환하겠다”고 약속했고, 애플펀딩과 피델리스는 논의 끝에 연장 처리에 합의했다. 당시 코발트블루코리아는 양곡보관처인 모 지역 농협이 발행한 양곡보관확인서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1개월 뒤 코발트블루코리아는 “양곡 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상환을 1개월 추가 연장해 주면 추가이익이 발생한다”면서 재연장을 요구했다. 이에 애플펀딩과 피델리스는 양곡 가격을 점검했고, 실제로 시세가 오르는 것을 확인한 뒤 상환을 다시 1개월 연장해줬다.

 

문제는 2차 연장 이후 발생했다. 만기가 다가오자 애플펀딩은 상환을 독촉했지만 코발트블루코리아는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돈을 갚지 않았다. 결국 만기가 지나도록 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애플펀딩과 피델리스 측은 자체 조사에 나섰고, 농협이 발행한 양곡보관확인서를 포함한 모든 것이 허위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당황한 애플펀딩과 피델리스는 당장 돈을 갚으라고 독촉했지만 코발트블루코리아 대표는 “어떻게든 상환하고 수습할 수 있으니 3개월의 시간을 달라”며 여러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애플펀딩과 피델리스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코발트블루코리아와 대표를 사기 및 횡령죄로 검찰에 형사고소했다. 더불어 코발트블루코리아가 받기로 한 채권을 양도받아 이 중 6억 9000만 원을 회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약 400억 원어치가 판매된 펀드가 채권 회수에 실패하면서 가장 많은 300억 원을 투자한 대신증권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은 전체 연체금액 44억 원의 대부분인 40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해당 자산을 편입한 부동산 P2P펀드들도 피해를 입었다.

 

대신증권의 펀드 중 가장 타격이 큰 펀드는 ‘피델리스 대신 P2P 전사 1호’다. 이날 현재 예상 만기(2019년 2월) 수익률은 -3.04%로 당초 목표 수익률 9%를 크게 밑돈다. 회사가 10억 원 이상 추가 회수에 성공해야만 손실을 보지 않는다. ‘피델리스 Fintech 전사 2호’ 펀드와 ‘피델리스 P2P 전사 1호’ 역시 각각 -2.45%, -0.9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P2P펀드 설계 단계부터 점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하는 온라인 대부업체는 물론, 자산운용사 역시 실사를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대신증권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해당 P2P펀드를 판매할 당시, 목표수익률을 9% 이상 계획하고 대상 선정과 리스크 관리는 전문가 운용 인력을 활용한다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불완전판매 책임을 두고 대신증권 노사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본사가 편입자산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문제가 생기자 지점에 떠넘긴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신증권 본사 상품기획부는 지난해 컨퍼런스콜에서 ‘피델리스 P2P 전사 1호’를 비롯한 펀드 5종을 법인 부동산에 분산투자하는 부동산 P2P펀드라고 소개했다. 회사가 제시한 상품 요약제안서에는 투자 대상에 담보가치(LTV) 40~70% 내외의 부동산만 명시됐을 뿐 문제가 된 특별자산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증권 일선 판매조직에서는 “컨퍼런스콜에서 부동산 투자만 강조했지 특별자산에 투자한다는 얘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며 “상품기획부에 문의하니 제안서에 ‘특별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신증권은 채권담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회수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피델리스운용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익률 문제는 나머지 펀드 자금의 90%에 해당하는 부동산 P2P 투자수익률이 호조를 기록하고 있어 만기까지 일정 수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확실한 담보물건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담보를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