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가 파리 마레지구(Le Marairs)다.
2018-08-13
작년 준공된 서울로 7017의 전경
유럽이 아름다운 이유는 도시 중심부의 골목길이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명소들 뒤로 2~3m만 걸어들어가면 정감 있고 고요한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
파리가 시작된 시테섬의 북쪽에 위치한 마레지구는 17세기 초 귀족들의 저택이 하나 둘 들어서며 형성된 지역인 만큼 주택 곳곳이 노후했다. 그럼에도 파리시가 끊임없이 정비의 손길을 뻗으며 역사적 문화유산의 골격을 유지한 채 현대성을 간직하며 도보 관광의 명소가 됐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활기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바스티유 재래시장과 중고서점, 작은 골목 식당들에는 파리 시민들의 삶이 묻어나 관광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서울시가 지향하는 서울 중심부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도 ‘골목길 재생’이다. 서울시의 역사적 명소 및 대규모 개발사업지의 뒤편에 위치한 낙후 지역을 인문ㆍ사회적으로 개발ㆍ정비한다는 것이다.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종료된 성북구 장위동 234번지 일대를 찾은 것 역시 서울시의 사업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날 박 시장은 주민들과 함께 확 바뀐 골목길 풍경을 둘러보고 주민이 주도하는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의 발전방안을 모색했다.
서울시가 중심부 도시재생 사업지로 지정한 곳은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중림동, 서계동, 회현동 일대다. 이들 5개 권역에 공공예산 약 2482억원을 투입하고 2020년부터 민간투자자를 모집해 2030년까지 사업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골목길이 살아있는 파리 마레지구. 도보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서울시는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서울역 민자역사 옥상과 서울로를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도시환경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한 서계동 특별계획구역 총 6개소는 민간투자사업을 확대해 업무·상업·관광·숙박기능을 강화한다.
사업의 진행과 함께 서울로 연결 가로와 지역 내 명소를 연결하는 길을 확장하고 길 좌우의 건물까지 재생 사업 범위에 포함시켜 제2의 서울로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로를 중심으로 7개 길이 뻗어나가 각 관광명소로 이어지는 셈인데, 서울시의‘마레지구’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7개 길은 중림1·2길, 서계1·2길, 후암1·2길, 회현1길이다.
서울로 2단계 사업은 서울로 설계자인 세계적 건축ㆍ도시계획가 비니마스가 제안한 사업이다.
서울시는 당초 올해 안에 사업 관련 기본구상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5월에서야 타당성 용역이 끝나며 8월에야 기본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계동 구릉지, 회현 건축자산 밀집지 등 지역의 독특한 특성이 있으나 그동안 개발이 지체됐던 지역을 가꾸는 사업이 함께 진행될 것”이라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사업을 발굴하되 주민이 주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결길 7개를 7명의 공공건축가가 각각 전담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건축가는 발주기관과 협의해 선정하지만 이에 필요한 비용은 용역비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보행길이 된 서울로를 중심으로 방사형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공간계획을 통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길과 연결된 공공소유의 유휴 필지를 활용해 주변 사유건물과 보행로를 연계하며 통합적 가로정비를 통한 ‘완전가로’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서울로에서 보는 야간경관 개선 계획 수립’ 작업과 연계되는 만큼 야경 디자인 측면에서도 특색있는 설계안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모든 사업 구간에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인종과 종교, 특히 장애의 유무와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계획 전문 대형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보행길이 살아나야 지역 상권이 더불어 살아나는 만큼 이번 서울로 2단계 사업은 과거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도시재생의 차이점을 구분짓는 상징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며 “길을 중심으로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는 공간에서 대형 설계사와 건설사가 의미있는 사업을 제안해 수익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보일 시점”이라고 평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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