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7
소득주도성장 성과 있다지만…실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속·강화하겠다며 근거로 든 통계들이 실상 따지고 보면 엄밀한 분석 없이 아전인수식으로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유리한 통계들만 골라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타당성을 홍보하는 데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러한 통계조차 다르게 해석되는 것들도 많아 여전히 논란이다.
문 대통령이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말한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인용한 통계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취업자 수, 고용률, 상용근로자 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의 증가를 내세우며 고용의 개선을 주장했다.
그러나 고용률은 문 대통령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고용률은 67%로 1년 전(67.2%)보다 0.2%포인트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는데도 고용률이 감소했다는 것은 고용사정이 훨씬 더 나빠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취업자 수와 상용근로자 수도 절대치는 증가했지만, 추세적으로 증가폭이 크게 감소하고 있어 고용의 질과 양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특히 취업자 수 증가는 올해 1월만 하더라도 33만명을 웃돌았는데, 7월에 무려 5000명으로 곤두박질치며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상용근로자도 지난달 전년 대비 27만1000명 늘었는데, 작년보다 증가폭이 12만8000명이나 줄었다. 문 대통령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을 거론했으나 이를 두고 전체 자영업자의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전체 자영업자 중 해당 자영업자 비중이 고작 29.1%이기 때문이다. 또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수가 늘어난 것 자체가 고용의 질과 양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근로소득자가 안정된 직장에서 해고된 후 치킨집을 차리고 직원을 한 명 둔다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1명 늘어났지만 해당 자영업자 고용의 질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통계청 관계자는 "근로소득자들이 퇴직 후 프랜차이즈 중심의 자영업으로 전환하면서 알바생을 의무적으로 두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 증가를 마냥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이 지난 정부보다 높아졌다고 밝혔지만 전 세계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면 오히려 경제가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교역에 크게 의존해 역사적으로 세계 경제의 성장률과 비슷한 추세를 보였는데, 문 정부 들어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성장률도 좋았지만, 다른 국가들 성장률은 훨씬 더 높았다는 얘기다.
2014년 박근혜정부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3%로 세계경제성장률(3.4%)과 0.1%포인트 차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0.6%포인트(한국 3.1%, 세계 3.7%)로 확대됐고, 올해엔 1%포인트(한국 2.9%, 세계 3.9%)로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가계소득 확대 주장도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오히려 소득분배가 10년 만에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됐다. 가계소득은 작년 3분기 2.1%, 4분기 3.1%, 올 1분기 3.7%, 2분기 4.2% 등 전년 동기 대비 꾸준히 늘어난 게 맞지만 하위 20% 가계 소득은 올 1분기 -8%, 2분기 -7.6% 등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의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현실은 후퇴했다.
장 실장이 희망의 싹이라고 밝힌 '상반기 수출 사상 최고' 주장은 수출액 기준으로는 맞는다. 그러나 반도체 쏠림 현상을 반영한 수출 증가율을 보면 오히려 경제 위기의 전초라고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올 2월부터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 실장은 그러나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효용을 다했다"며 "투자 중심의 성장정책만으로는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없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수출과 투자에 대해 성과를 드러낼 때는 자랑을 하면서도,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주원 현대연구원 이사는 "1997년 직전 반도체 시장이 호황에서 불황으로 곤두박질친 게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지금과 같은 반도체 초호황이 언제라도 꺾이게 되면 또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을 앞으로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의 문제가 드러난 만큼 아집을 버리고 폐기하거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정모 강원대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거대한 정책실험을 해왔고 이제는 통렬한 반성과 함께 정책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걸 통계가 말해주고 있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 정부는 과거 정부에 비해 부동산 정책도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5월 문 정부 출범 당시 지수는 98.4였으나 올 7월엔 101.9로 껑충 뛰었다. 반면 이명박정부 때는 출범 초와 말을 비교하면 지수 증가폭이 1도 되지 않았다.
문 정부는 과거 정부와 비교하면 재정지출이 월등히 높다. 정부별 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비교하면 이명박정부는 5.9%, 박근혜정부 4%였으나 문 정부는 7.1%다. 현 정부가 내년 재정지출을 올해보다 더 늘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재정지출 증가율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갑자기 재정지출 증가율을 확대하면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며 "복지에 집중된 돈 풀기식 재정지출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신중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윤원섭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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