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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대책도 함께 내놨어야"

Bonjour Kwon 2018. 8. 29. 07:27

 

최초입력 2018.08.28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분명히 예상된 것이었다. 지금 터져 나오는 국민 불만은 이를 사전적으로 대비하는 정책들이 함께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 21일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회 경영 관련 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노동부 장관 출신인 그는 "소득주도 성장은 충분히 의미 있는 정책"이라면서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단기적으로 너무 빨랐던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한 정책들을 정부가 `패키지`로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영세사업자에 대해서는 지원대책이 함께 시행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포용적 성장과 혁신 성장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이제서야 뒤늦게 정부에서 혁신 성장론을 이야기하는데, 애초에 처음부터 소득 주도 성장론과 함께 제시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탄력근로제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탄력근로시간제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으면 한다.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시간 단축 논의 과정에서 탄력근로시간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는 기업 생태계 체질 변화가 선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 위원장은 "중소 협력사들이 4% 영업이익률도 못 내도록 시장이 설계돼 있다면 건강한 생태계라고 말할 수 없다"며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 해결의 본질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2월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올해를 `임금 격차 해소 운동 추진 원년`으로 선언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제 허리인 중소·중견기업이 튼튼해야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줄여나가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중소기업 평균 임금 수준은 대기업 대비 61%다. 제조업 기준으론 51%에 그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세계적인 수준이 75%며, 한국도 외환위기 이전에 그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목표치로 제시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 회피"라면서 "임금 격차를 해소해서 눈높이에 근접하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대기업 경영 전략도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젠 정말 가격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생산비용을 절감해 이윤을 짜내는 방식은 더 이상 안 통한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대기업들이 가격 경쟁을 위주로 한 `저진로 전략(Low Road Strategy)`에서 탈피해 `고숙련 노동→고품질 상품→고임금` 메커니즘을 추구하는 `고진로 전략(High Road Strategy)`으로 대전환을 이뤄야 글로벌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권 위원장은 "우리 경제는 지금 본질적인 구조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추격형 성장은 더 이상 우리의 성장 전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높은 경로(High Road)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비용이 들더라도 고품질·고부가가치로 생산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제는 우리 대기업들이 비용 경쟁 유혹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 간 경쟁 방식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질은 융·복합 네트워킹"이라면서 "세계적인 대기업일지라도 협력을 통해 역량을 적절히 네트워크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가령 과거 대기업이 협력사에 지시하고, 협력사는 이를 수행하는 수직적 관계가 일반적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게임 룰`이 완전히 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를 예로 들면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인공지능과 관련해 핵심 기술력을 가진 협력사는 완성차 업체에 종속되거나 수직적인 관계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권 위원장은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참여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 단국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TK 인맥으로 분류된다.

 

[경주 = 황순민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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