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펀드로 대박 나는 시절은 갔습니다, 그렇다면… 기관 투자·中위험 상품·은퇴 펀드, 2013.07.10

Bonjour Kwon 2013. 7. 10. 11:05

["내돈 넣어볼까" 고민중이라면… 저금리시대 새로운 펀드의 변화]

- 20%씩 성장? 잊어라
지금은 低성장 시대 진입… 2000년대 중후반 호황기, 이제 다시는 오기 어려워

- 세가지 키워드, 읽어라
①개미보다 기관투자가 주도
②高위험·高수익 상품 대신 中위험·中수익 펀드 인기
③고령화 시대 은퇴펀드 쑥쑥… 5년 만에 4배 넘게 성장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고꾸라지면서 3년간 뒷걸음쳤던 우리나라의 펀드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9~2011년 감소했던 펀드 수탁고는 작년 6.2%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6월까지 7.8% 늘어났다.

2000년대 중후반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던 과거의 '호황기' 패턴은 아니지만, 펀드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펀드 수탁고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펀드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펀드 고(高)성장기의 '개미 투자'나 '대박'이라는 패러다임이 아니라 새로운 '저(低)성장'의 패러다임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펀드 시장의 특징은 ▲기관 투자 중심 ▲중(中)위험 추구 ▲노후 대비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이 세 가지 특징은 서로 얽혀 있다. 노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험과 연금 등 노후 대비 기관에 투자금이 몰리게 되고, 이는 다시 펀드 시장의 기관투자가 비중을 높인다. 또 기관투자가들은 개인과 달리 고위험보다는 중위험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펀드 시장은 이런 특징이 이어지는 가운데 2020년까지 연 6.5% 내외로 증가하는 저성장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펀드 시장의 3대 변화

우선 우리나라 펀드 시장에서 펀드를 투자하는 주체가 개인투자자(소매)에서 기관투자가(도매)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2007년 57%까지 상승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을 압도했던 개인투자자 비중은 올해 3월 36%로 낮아졌지만, 기관투자가 비중은 같은 기간에 43%에서 64%로 높아졌다. 개인투자자들이 금융 위기 이후에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면서 전체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존에 채권 등 안전 자산에 장기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규모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국내 펀드 수탁액 변화 그래프
그래픽=송윤혜 기자

이런 펀드 투자 주도 세력의 변화는 자산운용사에겐 타격이 된다. 상대적으로 고(高)마진 시장인 소매시장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둘째 변화는 펀드 시장에서 고위험·고수익에서 중위험·중수익으로 투자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 고위험·고수익 펀드 비중은 2008년 40%에서 2013년 5월 27%로 낮아졌지만, 해외채권형, 혼합형 그리고 대안형으로 구성되는 중위험·중수익 펀드의 비중은 같은 기간에 26%에서 36%로 크게 확대됐다.

마지막으로 은퇴 관련 펀드가 눈에 띄게 고성장하고 있다. 퇴직연금 펀드, 개인연금펀드 등 은퇴 관련 펀드는 2008년 말 2조9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4월 현재는 13조3000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까지 은퇴 관련 펀드는 90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 요인은 저성장, 저금리, 인구 고령화

국내 펀드 시장의 구조 변화는 저성장·저금리 환경 아래에서 인구 고령화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저성장·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가처분소득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이에 따른 투자 여력의 제약은 펀드 투자의 위축으로 귀결되었다. 또 주식과 원자재 등 경기 민감 자산의 수익률이 하락하는 현상도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활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고위험·고수익 펀드의 투자 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인구 고령화는 은퇴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보험·연금 등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덕분에 보험과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펀드 투자가 확대되었다. 고령화는 은퇴와 관련된 펀드 수요를 많이 증가시켰는데, 은퇴 관련 펀드들은 대부분 투자 위험이 비교적 낮은 동시에 은행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중위험·중수익 펀드의 비중 확대로 이어졌다.

◇펀드, 중속 성장 시대로

저성장·저금리와 인구 고령화 등의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한 펀드시장의 구조 변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고속 성장은 다시 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우선 국내 경제의 저성장 추세를 들 수 있다. 앞으로 펀드 시장은 명목 경제성장률(6~7%) 정도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경제의 장기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신상품·신시장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는 고배당 주식과 고위험 채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인컴(Income) 펀드, 퇴직연금 펀드, 세제 적격 연금 펀드, 월지급식 펀드 등 은퇴 관련 펀드 그리고 운용 보수가 저렴하고 환금성이 좋은 ETF 등이 포함된다.

중위험·중수익 펀드의 성장세는 당분간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저금리 및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펀드 시장의 경우, 중위험·중수익 펀드의 비중은 꾸준히 확대됐다.

기관투자가의 펀드시장 내 영향력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목적이 과거 고위험·고수익 펀드 투자를 통한 적극적인 재산 증식에서 중위험·중수익 펀드 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노후 자금 마련으로 바뀜에 따라 개인투자자의 투자 비중과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퇴 펀드에 장기 투자 전략 필요

펀드 시장 변화에 맞춰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비하는 게 필요할까? 먼저 투자자들은 고위험·고수익 펀드 투자 매력이 과거와 같이 크지 않다는 점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은퇴 관련 펀드 등에 꾸준히 장기 투자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수탁고의 저성장과 더불어 고(高)보수 상품인 고위험·고수익 펀드의 비중 하락 등으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그 돌파구로 은퇴 시장 등 신상품·신시장을 선점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관투자가들의 비중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대체투자 등 기관투자가의 수요에 부합하는 상품 개발과 운용 능력 배양에 힘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은퇴 금융시장의 성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하여 관련 상품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제 등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