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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신세계도 빌딩 판다… 불안한 기업들 "현금 확보"상반기 거래액 4.6조…32% ↑ 경기 불확실성에 자산 선제 매각

Bonjour Kwon 2018. 9. 4. 09:05

 

 

2018년.9.4

 

삼성 현대자동차 GS 신세계 부영 금호아시아나 등 대기업이 잇따라 사옥 등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다 경기도 하강하면서 선제적으로 자산 매각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금리 인상에 대비해 비핵심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하려는 기업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3일 부동산서비스 업체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대형 오피스 빌딩(연면적 3300㎡ 이상) 거래 금액은 4조615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3조5017억원)보다 31.8% 늘었다. 삼성 현대차 금호 등 대기업(자산 5조원 이상)이 상반기에만 1조1319억원어치 건물을 팔아 거래 규모를 키웠다. 김현진 교보리얼코 선임연구원은 “지난 2분기 거래된 20건의 오피스 빌딩 중 절반가량인 9건이 대기업 매물이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매각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서울 서초사옥을 코람코자산신탁에 7484억원에 팔기로 한 데 이어 삼성생명은 서울 당산동과 경기 성남 분당, 안양 등에 보유한 빌딩 8개를 처분하기 위해 입찰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지난해 2월(74)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 체감경기가 1년6개월 만에 가장 나쁘다는 의미다.

 

김익환/김대훈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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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심상치 않다"… '빌딩 쇼핑'하던 기업까지 매각 급선회

 

입력 2018-09-03

부동산 처분하는 대기업

 

기업 체감경기 최악…선제적 부동산 매각

 

삼성 계열사들 올들어 빌딩 1.8조어치 처분

금호아시아나 사옥·현대라이프 빌딩도 팔려

"매각 저울질하는 기업 많아…매물 급증할 것"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재계 16위(자산 규모 기준) 부영은 지난해 초 사들인 서울 을지빌딩(옛 삼성화재 을지로 빌딩)을 1년여 만에 매물로 내놨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을 약 3000억원, 지난해 말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을 9000억원에 잇따라 사들였지만 돌연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영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경기 흐름도 심상치 않아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경기 상황과 자금 흐름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을 쥐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매각 서두르는 기업들

 

대기업 중에서도 삼성의 부동산 매각 움직임이 눈에 띈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메디슨 등 삼성 계열사는 올 들어 빌딩을 팔아 1조8817억원가량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2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 물류센터를 2300억원에 처분한 데 이어 서초사옥(매각가 7484억원) 매각도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생명도 올 들어 서울 에이스빌딩(1998억원)과 대치2빌딩(1905억원), 대구 덕산빌딩(1130억원)을 처분해 5033억원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서울 당산동과 경기, 부산 등에 있는 8개 빌딩도 묶어서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5월 말 대치동 사옥을 1461억원에 팔았다.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인 금호사옥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5월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 사옥을 도이치자산운용에 4180억원에 처분했다. 현대자동차 관계회사인 현대라이프생명도 같은 달 여의도 현대카드·캐피탈 사옥 1관을 1775억원에 매각했다.

 

GS그룹 계열사인 GS에너지는 서울 성내동 연구개발(R&D)센터와 경기 연천에 있는 유휴 부지를 매각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매각자산의 장부가치는 191억원이다. 신세계그룹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신세계I&C는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 데이터센터를 500억원에 팔았다.

 

◆“안갯속 경영 환경에 대응”

 

대기업의 부동산 매각은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정도로 기업 체감경기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시중금리 상승 추세로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을 팔아 차입금을 갚는 기업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3.64%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기업대출 평균 금리가 4%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뛴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프로젝트금융회사인 역삼PFV가 강남N타워를 3.3㎡당 2925만원에 매각하며 당시 국내 오피스빌딩 단위면적당 최고가 기록을 썼다. 곧이어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3.3㎡당 3050만원에 거래 계약을 맺으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 오피스빌딩 거래 사상 단위면적당 가격이 3000만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유명한 메이트플러스 리서치파트장은 “부동산을 비핵심 자산으로 보고 매각 시점을 저울질하는 기업이 많다”며 “보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김대훈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