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2
조선주들이 수주량 증가에 힘입어 오랜 부진을 털고 반등에 나서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에도 선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며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만 후판 가격이 오르고 선종별로 시장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올여름 지지부진한 증시에서 조선주는 유독 상승세가 뚜렷했다. 12일 3만950원에 장을 마친 대우조선해양은 7월 16일 이후 22.3%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종가 12만7000원을 기록한 현대중공업 역시 이 기간 주가 상승률 30.8%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역시 이 기간에 각각 18.9%와 15.1% 상승률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시가총액 기준으로 4개 조선주가 3조3000억원 이상 몸집을 키운 것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세는 올해 들어 선가가 전반적으로 반등을 시작한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 점유율이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29만CGT(표준화물선 환산t수)였고, 이 중 국내 조선사들이 54만CGT를 수주해 점유율 42%를 보였다. 선박 수 기준으로는 54척 중 10척을 수주했다.
이는 2위(25%)를 차지한 중국의 32만CGT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누적 실적 기준으로도 국내 조선사들 수주량은 698만CGT로 43% 점유율을 기록했다.
선박 가격 역시 상승세다. 지난 2월 1조8000억달러였던 LNG선 가격은 0.6% 상승해 1조8100억달러를 기록했다.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역시 가격이 0.4% 상승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9000만달러 선 가격을 회복했다. 연초 대비 10.4% 상승한 것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이어진 조선소 구조조정으로 글로벌 시장의 선박 건조 능력이 내년 초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LNG와 컨테이너선 등의 발주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선가는 내년 초까지 점차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적용되는 저유황 연료 규제에 따라 점차 LNG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호재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NG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수요가 모든 선종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 조선업은 기본 설계능력 한계로 선박 건조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늘어나는 선박 교체 수요와 한국 조선업 중심의 제한된 조선업 경쟁은 한국 수주 선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에 호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황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미·중 무역분쟁은 아직까지 그 여파가 크지 않다.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했던 조선업이 호황으로 돌아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실질적인 실적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목표로 했던 수주 목표량의 절반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 기준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사들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수주 규모는 158억달러로 올해 목표치였던 287억달러의 55%에 그쳤다.
올해 하반기 실적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이 1000억원 미만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대우조선해양 영업이익은 249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영업이익 70억원과 6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이 기간에 1142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후판 가격 상승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후판 가격은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로 고품질 철광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초 대비 후판 가격은 13.6% 상승했다.
이 연구원은 "후판 가격 상승세가 당초 예상치인 7~9%를 넘기고 덩달아 중국 수입 후판 가격도 인상됐다"며 "매출액 대비 15~20%를 차지하는 후판 구매 비용 증가는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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