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 바꾸더니…소득통계 조사방법도 바꿔
최초입력 2018.09.18
통계청장 경질 파장 커지자
작년 도입한 면접방식 대신
가계부 기록방식으로 회귀
소득·지출조사 표본도 재통합
"정책효과 없다고 방식 바꾸나
159억 들어 예산낭비" 지적
최근 소득분배 악화 논란을 촉발하며 결국 청장 교체로까지 이어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가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온다. 2016년 이후 별도 표본을 구성해 따로 조사했던 소득과 지출 부문을 다시 통합하고, 조사 방식 역시 기존 면접 조사 방식에서 가계부 기장 방식으로 회귀한다. 통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폐지한 예전 조사 방식을 2년도 채 되지 않아 되살리는 셈이다.
올해 두 차례 진행한 가계동향조사에서 과거에 비해 악화한 소득분배 지표가 나오자 정부가 서둘러 개편안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통계청은 가계 소득과 지출을 다시 통합해 조사·발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동향조사 통합 작성 방안'을 18일 발표했다.
강창익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가구 단위 수준에서 소득과 지출을 연계해 분석하기 위해서"라며 "소득구간별로 가계수지 진단과 맞춤형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서, 정부와 학계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소득과 지출 부문을 따로 분리해 조사하지 않았다. 소득과 지출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일종의 가계수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조사 방식도 현재의 설문 응답 방식이 아니라 가계부 기장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계부 기장 방식이란 조사 대상 가구가 직접 소득과 지출에 대해 정해진 항목을 기록하고 통계청이 이를 취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득과 지출 정보의 과다 노출을 꺼리는 고소득자의 참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통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현재의 면접 방식으로 바꿨다. 소득과 지출 부문도 분리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소득 부문에 대해서는 기존 행정자료를 이용해 가계동향조사보다 더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와 감사원 등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 부문 조사는 폐지하되 2017년 한 해만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문재인정부가 정책 효과를 시의성 있게 진단하는 데 연 단위 조사(가계금융복지조사)로는 부족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회 예산을 증액하며 분기별 소득 조사를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고소득자의 소득 정보 노출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응답률이 떨어진다며 폐지했던 가계부 기장 방식을 부활했다.
이번 개편안으로 결국 조사 방식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가계 소득·지출을 통합 조사하는 데에만 예산 129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예산까지 포함하면 159억원 규모 예산이 편성될 전망이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과거 문제가 있어 바로잡은 것을 다시 원래대로 해놓는 게 어떻게 통계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부 정책(소득주도성장) 효과가 통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통계 방식을 바꾸면 누가 통계를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부인이 남편 소득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가계부 기장 방식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겠느냐"며 "현재와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는 행정 자료를 이용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로만 가계소득을 파악하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강 국장은 "소득 분배 논란을 촉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가 발표되기 전부터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소득과 지출을 연계한 분석이 필요해 통합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기존 분기별 가계 소득 조사가 끊김에 따라 앞으로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시계열 분석 역시 불가능해질 수 있다. 조사 방식과 표본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20년부터 통합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시계열이 단절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년 병행 조사를 실시하는 동안 과거 조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보정 작업을 거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내년까지는 현재와 같이 소득과 지출을 따로 조사해 발표하되 별도 표본으로 통합 조사를 병행해 2020년부터는 통합 조사 결과만을 분기별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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