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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스쿨' 미래 대학의 대안으로 급부상

Bonjour Kwon 2018. 11. 3. 06:40

"이 대학선 전세계가 강의실…칠판? 그게 뭐죠"

최초입력 2018.11.02 1

해외명문대 대신 혁신교육 `미네르바스쿨` 택한 김강산씨

 

중학교땐 자주 질문해 따돌림

미네르바선 참여·토론이 일상

소프트뱅크·맥킨지서 러브콜

"장래 꿈? 취업 아닌 사회혁신"

 

김강산 씨(왼쪽)가 지난 6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우주포럼에 참석해 플래닛이 제작한 '인공위성'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 = 김강산]

 

"미네르바스쿨에서는 수업을 '듣는다'고 하지 않고 '참여한다'고 표현합니다. 90분 동안 칠판이 아닌 학우의 얼굴을 보며 열띤 토론을 펼치는 게 미네르바식 수업입니다."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2015년 케임브리지, UC버클리, 임피리얼칼리지런던 등 10곳이 넘는 해외 명문대에 합격한 김강산 씨(22). 그가 최종적으로 택한 곳은 세계 유수의 대학이 아닌 개교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생 대학 '미네르바스쿨'이었다.

 

2014년 문을 연 미네르바스쿨은 미래 대학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곳이다.

 

이 학교는 기존 대학의 교육 방식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펜실베이니아대 출신 벤처창업가 벤 넬슨이 설립했다. 재학생은 샌프란시스코, 런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세계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현지 문화를 배운다. 캠퍼스가 따로 없어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미리 공부해 온 주제를 자유롭게 토론한다.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씨는 "미네르바스쿨은 입학 시험부터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우선 수능(SAT) 성적을 보지 않는 게 독특했다"며 "창의적·비판적 사고 능력을 보겠다며 패턴 인지능력 시험, 작문, 구술 면접 등을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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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을 주고 사용법을 서술하라거나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물었다"며 "다른 대학의 비슷한 입시 전형을 반복적으로 치르며 지쳐 있던 내게 모든 과정이 너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학생의 집안을 보지 않겠다며 시험 비용을 받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등록금은 미국 사립대 3분의 2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덕분에 학교의 인기는 매년 높아져 지난해에는 지원자 중 1.2%만이 입학 허가를 받았다. 미국 명문 하버드대·예일대 평균 합격률이 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의 좁은 관문이다.

 

김씨는 특히 자신의 학창 시절을 생각할 때 미네르바스쿨에 더 애착이 간다. 그는 "중학교 때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면 '답은 정해져 있는데 왜 자꾸 물어보느냐'는 핀잔을 받곤 했다"며 "그래도 궁금한 게 많아 질문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설치는 애로 찍혀 심한 따돌림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고등학교 땐 한국인 최초로 콘래드 혁신 경진대회에 나가 대상까지 받았지만, 내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수상 사실을 비밀에 부쳐야만 했다.

 

학교의 매력에 푹 빠져든 그는 부모의 격렬한 반대를 설득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결국 한 달 넘게 전쟁을 치른 끝에 1년만 다니고 명문대에 다시 편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김씨는 "1년 후 부모님도 미네르바스쿨의 교육 방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하면 실시간으로 자료를 띄울 수 있고, 피드백이 빠르게 돼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네르바스쿨을 다니며 이론을 원없이 실전에 응용할 수 있었다. 미네르바스쿨은 도시를 옮길 때마다 현지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연계한 프로젝트·인턴십 참여를 장려한다. 김씨는 미국 워싱턴DC에선 로비스트로, 오스트리아 빈에선 유엔 직원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학교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하며 배운 것을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며 아낌없이 써먹었다"면서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을 혁신하는 데 일조하는 듯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네르바스쿨 학생들은 학부 때부터 일본 정보기술(IT)·투자기업 소프트뱅크나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 등 많은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는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을 묻자 직장명을 답하기보다는 "사회를 혁신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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