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회사

멀어지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정부 엇박자에 멍드는 증권사.각종 결격사유 이유로 신사업 인가 지지부진 .자기자본 늘린 증권사만 ‘허탈’

Bonjour Kwon 2018. 11. 5. 08:18

 

 

[초대형 IB 1년-上]

 

한수린 기자 / 2018-11-05

 

정권 바뀌고 초대형 IB 육성방안 분위기 반전

각종 결격사유 이유로 신사업 인가 지지부진

 

금융당국 믿고 자기자본 늘린 증권사만 ‘허탈’

"초대형 IB 육성해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

 

여의도 증권가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 =한수린/허재영 기자]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는 취지로 2016년 8월 야심차게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이 답보상태에 놓였다. 지난해 11월 13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발행어음 등 신규사업을 인가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초대형 IB 출범 1주년을 맞아 초대형 IB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인지, 각 증권사별 상황은 어떤지 등을 시리즈로 조명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上] 멀어지는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정부 엇박자에 멍드는 증권사

 

[中]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발행어음 영토 경쟁 치열

 

[下] 증권사 일자리 창출은 ‘초대형 IB’에 달렸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 등장으로 모험 자본 공급 등 기업 금융 경쟁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대형 투자은행은 대규모 모험 자본 공급과 기업 금융에 집중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위탁매매, 중소기업 대상 IB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화를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2016년 4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초대형 IB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금융당국의 ‘입’만 보고 있다. 당국이 과거 증권사들의 각종 제재를 이유로 신규사업 인가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2016년 초대형 IB 육성방안은 해외 IB들이 대형화와 겸업화를 통해 덩치를 불리고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들도 이에 맞춰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초대형 IB를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당국이 발표한 기준에 맞춰 자기자본을 늘린 국내 증권사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일자리 창출과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신규사업 인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대형 IB 자기자본 단계별 허용 업무

3조∼

4조원 -기업 신용공여

-비상장주식 매매 중개 업무

-국내 기업의 해외 인프라 사업,

국내회사의 해외 인수·합병 등 주관시 국부펀드 등 정책자금 공동투자

4조∼

8조원 -만기 1년 이내 어음 발행

-기업 대상 환전 업무

8조원

이상 -종합투자계좌(IMA)업무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대한 당국의 기조가 바뀌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 12월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발표 때문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초대형 IB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신용공여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당국은 당초 취지보다 엄격한 잣대로 초대형 IB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올 초부터 최근 국정감사까지 "인가를 일부러 늦춘다는 것은 오해"라며 "각 증권사들의 흠결 요인 때문"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정부 믿고 자기자본 늘렸다고 큰 코 다쳤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는 "발표 당시에는 자기자본 기준만 맞추면 신규사업을 허용해주겠다는 취지로 발표했다"며 "처음부터 과거 제재 이력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으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도 신중하게 추진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IB지정과 관련해서 초대형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 사업 인가 없이도 기업 환전 업무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기획재정부가 돌연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이 기업 대상 외환 업무가 가능하다면서 금융투자협회에 유권해석을 했다.

 

그렇다면 당국이 밝힌 ‘증권사별 흠결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8조1649억원으로, 현재 발행어음 사업에 필요한 4조원 조건 뿐만 아니라 종합투자계좌(IMA)가 가능한 8조원까지 충족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월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현재 인가심사가 보류된 상황이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미래에셋 계열사 내부 거래 등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정위 조사가 언제 끝날지,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국은 공정위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신규사업 인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져 미래에셋대우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되는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IB 5개사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 현황>

증권사 자기자본 현재상황

한국투자증권 4조3104억원 인가 뒤 발행어음 사업 중

NH투자증권 4조8723억원 인가 뒤 발행어음 사업 중

미래에셋대우 8조1649억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관련

공정위 조사로 인가신청 중단

KB증권 4조3911억원 2016년 5월 현대증권 영업정지 등 제재로 지난 1월 인가신청 자진 철회

삼성증권 4조5490억원 ‘배당오류사태’ 관련 징계로

신규사업 인가 신청 불가

 

KB증권도 연내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 세 곳 가운데 가장 인가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 받았지만 내부 직원 횡령으로 제재절차에 돌입되면서 사업신청이 불가능해졌다. 과거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하기 이전인 2016년 5월 현대증권이 영업정지를 받아 2년간 신규사업이 불가능했다. 이어 지난 7월 내부 직원의 횡령사건이 적발되면서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 역시 자동중단된 상황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사업성 등 여러가지 요인을 검토한 결과 현단계에서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이유로 올해 1월에 발행어음 인가신청 철회했고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다시 신청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6일 발생한 ‘배당오류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정례회의를 통해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금융위원회는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와 관련해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대표 직무정지 3개월 제재를 확정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업무 일부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징계가 끝난 날로부터 최소 2년 동안 단기금융업을 비롯한 신규사업 인가를 신청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당분간 초대형IB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렇듯 초대형 IB가 당초 출범 취지와는 달리 답보상태에 놓이면서 금융권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초대형 IB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부 부처 간에 원활한 협의를 통해 IB들의 적극적 금융행위를 독려해야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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