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은행주공

은행주공 재건축 선심 공약 '장군멍군'…조합원 셈법도 복잡

Bonjour Kwon 2018. 11. 29. 08:10

2018.11.29

서울 등 주요 지역의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줄줄이 불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성남의 한 재건축 단지를 두고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져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은행주공 아파트로, 단독 입찰에 나선 대우건설과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합은 다음달 2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단지는 성남 중원구 은행동 550번지 일대 15만1803㎡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현재 2010가구인데 재건축을 통해 3400여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 아파트. /조선일보DB

 

대우건설은 김형 사장이 직접 설명회에 참석하며 수주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시공사 사업설명회에서 "제안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면서 "내가 들어가 살고 싶고 대대손손 물려 줄 주거 명작을 짓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비해 900억원이 저렴한 공사비와 빠른 착공 및 준공 등을 내세우고 있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도 못지 않게 공을 들이고 있다. 최고 35층 설계로 랜드마크를 짓고 강남 수준 음식물 쓰레기 이송설비 적용, 미분양 시 일반분양가 대물변제 등을 내세우고 있다. ‘자이’ 브랜드를 가진 GS건설은 "이주비나 공사비와 같은 조건보다는 브랜드나 대안설계라는 미래 가치가 조합원에 더 큰 이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잇따라 유찰됐다는 점에서 간만에 보기 드문 신경전이다. 최근만 보더라도 대치 구마을3지구 재건축이나 천호3 재개발, 과천 주암장군마을 등 서울이나 준강남 지역 정비사업장조차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일단 사업 규모가 크다. 단지는 현재 2000가구가 넘고 앞으로 재건축이 끝나면 3400여가구로 일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대우건설이 제시하는 공사비는 7447억원, GS건설·현대산업개발은 8370억원으로 7000~8000억원인데, 이는 올해 서울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공사비(8087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지분 쪼개기 등으로 사업이 오래 걸리는 재개발에 비해 리스크가 적은 재건축 사업이라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사업 형태이기도 하다.

 

여기에 위례신도시와 붙어 있는 입지라 분양성도 어느 정도 담보돼 있다. 단지와 직선거리로 1.5㎞ 떨어진 곳에서 지난해 8월 분양한 수정구 신흥동 ‘산성포레스티아’(신흥주공 재건축)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5억1700만~5억850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 9월 입주권 실거래가가 10억원을 넘어섰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공사비 8000억원 수준의 대형 사업장이 드문데, 이곳은 입지가 좋고 지난해 분양 단지에서 이미 사업성도 검증된 만큼 건설사들이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구로 묶여 있는 곳보다 대출 여건도 수월하다. 단지가 속한 성남시 중원구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이라 무주택자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은 6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까지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가 각각 40%라는 점에서 대출 조건이 더 낫다.

 

이주비 대출도 주택담보대출로 간주돼 LTV 규제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잠실 미성·크로바 등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사업 막바지 단계인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이주비 대출 제한 등으로 이주가 늦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건이 까다로워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현장이 꽤 있어 유찰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로서는 웬만한 서울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현장은 모두 수주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주공 아파트 시공권을 획득하면 성남이나 다른 수도권 대단지를 수주할 때 유리한 고지를 서게 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