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기업부채 10년새 2배로 9조弗…美경제에 부담될것.저신용회사채 파생상품 비금융社 파산 부추길수도 美호황은 재정정책효과 영향력 지속은 미지수

Bonjour Kwon 2018. 12. 12. 06:23

2018.12.11

재닛 옐런 전 美연준 의장·폴 크루그먼 교수 대담

 

저신용 회사채 파생상품

비금융社 파산 부추길 수도

 

美 호황은 재정정책 효과

영향력 지속될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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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늘어나는 기업 부채가 향후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연준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채권을 매입하는 등 유례없는 양적완화(QE)에 나서면서 경제 회복을 앞당겼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옐런 전 의장은 이날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와 대화하면서 "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며 "미국 경기 하강이 나타난다면 이러한 기업 부채 문제가 하강 기간을 더욱 연장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곧 비금융 기업 섹터의 파산을 부추길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과거 서브프라임 패키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금융상품을 들고 있었던 것처럼 현재는 이와 비슷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위기를 몰고 왔듯이 신용도 낮은 회사채를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문제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경제 방송 CNBC는 미국 기업 부채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4조9000억달러에서 현재 9조1000억달러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러한 막대한 기업 부채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옐런 전 의장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직을 맡고 있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에 연준 의장으로 발탁된 이후 2015년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2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취임했지만 기준금리를 0.25%포인씩 올리는 일명 '베이비스텝' 금리 인상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옐런 전 의장은 리스크 요인을 지목하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충격은 보이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금융 섹터의 레버리지 수준이 과거에 비해 낮은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옐런 전 의장은 "지금이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 규제 완화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다음은 옐런 전 의장과 크루그먼 교수 간 일문일답.

 

―크루그먼 교수=2008년 금융위기의 교훈은 무엇인가.

 

▷옐런 전 의장=가까운 시기에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금융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은행 건전성·안전성 관리가 개선됐다. 하지만 위험을 시장에 내다 파는 행위는 조심해야 한다. 현재 많은 규제가 되돌아가고 있는데, 이 부분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매우 걱정된다. 지금은 탈규제보다 건전성 관리 시스템을 완성해야 할 단계다.

 

―크루그먼=당시 금융 규제 관련 터닝포인트가 있었나.

 

▷옐런=스트레스 테스트(경기침체나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을 가정해 금융회사의 위기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것을 도입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종사자들의 생각이 변했다.

 

―크루그먼=비관론자로 알려져 있다.

 

▷옐런=금융위기를 지켜보면서 지속적인 경기 하강을 목격했다. 2008년 금융위기 발발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였는데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경제 진단을 할 때 비관적인 평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그동안 미국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경제를 2년간 이끌어왔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재정정책이 예전처럼 도움이 못 될 수도 있다.

 

―크루그먼=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옐런=집이나 차를 살 때처럼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중요하다. 투자 계획을 짤 때도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훨씬 중요하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펼칠 때 장기금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과거 금융위기에 대처할 당시 양적완화 정책을 쓸 때 장기금리를 고려했다.

 

―크루그먼=연준이 통화정책을 정할 때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경제 여건도 고려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유럽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옐런=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가 유럽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등은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 문제가 커졌다는 점을 반영한다. 이는 구조적인 추세라고 본다. 불평등 문제는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도 그렇다. 유럽 경제는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유럽 금융 시스템이 강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대부분 유럽 국가가 부채가 많다는 점이다.

 

―크루그먼=첫 여성 연준 의장으로서 소회는 무엇인가.

 

▷옐런=최초 연준 여성 의장이다 보니 금융·기업·경영 부문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 '유리천장(glass ceiling)'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 재닛 옐런은…

 

△1946년 뉴욕 브루클린 출생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학사, 예일대 박사 △1980년 UC버클리 경영대학원 교수 △199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 미국경제학회 부회장, UC버클리 명예교수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 △2004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2010년 FRB 부의장 △2014년 제15대 FRB 의장 △2018년 2월~ 브루킹스연구소 특별연구원

 

▶▶ 폴 크루그먼은…

 

△1953년 뉴욕 올버니 출생 △미국 예일대 경제학 학사, MIT 박사 △1978년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1991년 미국경제연합 존 베이트 클라크상 △2000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2015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2015년~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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