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3
◆ 中, 美에 유화 제스처 ◆
중국이 미래 성장동력과 직결되는 첨단기술 육성책 `중국제조 2025` 수정안까지 내놓으면서 미국 달래기에 나선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중국이 미국과 타협점을 찾아 무역분쟁을 일단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그만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입는 타격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선언적으로 핵심 사업에 대한 수정 의사를 밝히고 안에서는 내실 다지기에 나서는 양면 작전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러 가지 중의적인 의미가 있지만 중국의 이번 카드로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 가능성은 높아졌다.
향후 핵심 관심 포인트는 과연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어디까지 손볼 것인가이다.
일단 방향은 중국 비중을 줄이고 외국 비중을 늘린다는 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단계별로 높이려는 자국산 핵심 부품 목표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이어 "첨단 제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지원을 낮추고 그 자리에 (미국 등) 외국 기업 참여를 더 많이 허용하는 것도 수정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중국산이 차지하는 핵심 부품 비중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제조 2025 수정안에는 중국 당국이 제조업 강국 대열에 진입하는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하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신 보도를 종합적으로 보면 일단 `중국제조 2025` 완전 대체보다는 수정 쪽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경제 2위 대국인 중국이 첨단기술 육성 자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교수는 "첨단기술 육성은 중국 당국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에 쉽게 양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WSJ도 "중국 측의 `중국제조 2025` 대체 또는 수정 계획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실질적인 변화보다 `보여주기식(cosmetic)`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는 `회의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양보폭에 따라 미·중 협상 낙관론이 비관론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미·중 간 분쟁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중국 국무원이 2015년 5월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제조업 강국 대열에 오르기 위한 전략과 실천 방안을 담고 있다. 주요 육성 분야는 △정보기술(IT)·반도체 △로봇·무인기(드론) △항공우주 △해양공정·첨단선박 △친환경 고효율 자동차 △전력설비 △농기계 설비 △신소재 △선진 궤도 교통설비 △바이오·첨단 의료기기 등이다. 중국 당국은 2025년까지 제조업 강국 대열에 진입하고, 2035년까지 제조 선진국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으로 제조기술을 끌어올리며, 2050년까지 세계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올라선다는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당초 중국 대표 IT회사인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지난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중 후속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중국은 `멍완저우 사태`와 `무역 협상`은 별개라는 전략으로 대응해왔다. `멍완저우 사태`에 대해선 중국은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무역협상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선 잇달아 화해 손짓을 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무역 담판 직후인 2일 밤 트위터에 "중국이 현재 40%인 미국에서 중국에 들어가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줄이고 없애는(reduce and remove) 데 동의했다"고 밝히자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기 시작할 예정이며, 더 빨리 구입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로 응답했다.
이처럼 중국이 잇단 `저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경제 하강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율 관세를 앞세운 무역전쟁은 미·중 모두에 피해를 주는 `치킨게임`이지만 일단 초반전 상황에선 중국 측 타격이 훨씬 심한 모습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3분기 6.5%를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4%)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중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내년 3월 1일까지 강제적인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절도 등 난제들을 모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만큼 일단 미국 측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서 강대강 대치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내년에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대한 사전 협상 분위기를 좋게 마련하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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