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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日 사상최대 IPO (61조규모. 구주 26조조달 )주가는 상장당일15% 뚝. 투자회사로 변신."97% 에너지 투자에 쓰겠다" 선언

Bonjour Kwon 2018. 12. 20. 07:52

손정의, 日 사상최대 IPO 나서 주가는 15% 뚝…빛바랜 도전

최초입력 2018.12.19

투자회사 전환 소프트뱅크

26조원 한 번에 조달했지만

 

주가급락에 시총 61조원 10위

증권가 "웃지 못할 상황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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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의 핵심 자회사인 일본 3대 통신사 소프트뱅크(SB)가 19일 일본 증시 역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주식 거래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14.5% 급락해 도쿄 증시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300년 영속 기업을 만들겠다는 손정의 회장의 도전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모가(주당 1500엔, 약 1만5000원)보다 낮은 1463엔에 거래를 시작한 소프트뱅크는 이날 하락 곡선을 그리다가 결국 기대에 크게 못미친 1282엔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보다 14.5%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 시가총액도 6조1371억엔(약 61조4000억원)을 기록해 도쿄 증시 10위에 머물렀다. 일본 증권가에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며 "최근 발생한 통신장애와 화웨이 사태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주가 하락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소프트뱅크그룹은 보유 지분 37%에 대한 이번 공모를 통해 약 2조6000억엔(약 26조원)을 조달했다. 일본 내 IPO 규모로는 1987년 NTT를 넘어선 최대다. 세계적으로도 2014년 중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250억달러(약 28조원)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통신 자회사가 별도 상장됨에 따라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회사 전환에도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지금까지는 97%의 에너지를 통신에 쏟고 3%를 투자에 썼지만 이제부터는 97%를 투자에 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 상장은 이를 본격화하기 위한 첫 관문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설립한 100조원짜리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를 통해 세계 최대 벤처투자사로 등극했다. 이미 전 세계 70개 기업에 60조원가량 투자를 집행한 상황이다.

 

손 회장은 "인류 역사상 최대 혁명이 될 인공지능(AI) 혁명을 통해 삶을 더 행복하게 하겠다"며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핵심은 '군(무리) 전략'이다. 최고 기업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다. 장기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따라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엔진을 새롭게 갈아 끼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두 개 기업이 아닌 기업의 무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상장에는 소프트뱅크그룹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손 회장의 개인적인 의지도 한몫 했다.

 

비전펀드를 포함해 소프트뱅크그룹의 자산가치는 부채 등을 모두 제외하고도 알리바바 지분 110조원,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 지분 27조원을 포함해 총 220조원에 달한다. 반면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90조원(19일 기준)에 머물러 있다. 자산가치와 시가총액 간 차이가 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손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손 회장은 입버릇처럼 "10만엔이 들어 있는 지갑을 1만엔에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소프트뱅크 상장을 통해 재평가받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손 회장의 계획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변수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투자 측면에선 비전펀드의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PIF)'를 이끌고 있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통신사업 수익성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통신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자는 날로 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화웨이 리스크도 더해졌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통신기업 중 유일하게 현재 4G(4세대) 설비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작될 5G 설비 투자에도 화웨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화웨이에 대한 선진국 규제와 함께 소프트뱅크는 현 화웨이 설비를 에릭슨·노키아 설비로 교체하고, 5G 설비 투자에서도 중국 기업을 배제하기로 했다. 기존 전략의 전면 수정이라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6일에는 4시간 30분에 걸친 통신장애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배당을 많이 하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은 소프트뱅크에는 위안거리다.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을 뜻하는 배당수익률은 5%로 경쟁사인 NTT도코모(4.3%)나 KDDI(3.8%)보다 높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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