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칼럼.논설.

벤저민 프랭클린과 고비용 국가. '적은 비용을 조심해라. 작은 틈새가 큰 배를 침몰시킨다.' 대한한국은 저생산성 고비용국가로 기울어'

Bonjour Kwon 2018. 12. 31. 08:00

 

2018.12.31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 벤저민 프랭클린은 막스 베버가 자신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초기 자본주의의 모델 케이스로 꼽은 인물이다. 프랭클린이 평생 강조하고 실천했던 근면·절약·신용 등을 자본주의의 정수로 본 것이다.

 

이재(理財)에도 능했던 그는 1758년 '부자가 되는 길'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260년이 흐른 지금도 미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다는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이 책에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적은 비용을 조심해라. 작은 틈새가 큰 배를 침몰시킨다.'

 

비용을 잘 통제해야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건 자본주의의 기본 이치다. 개인, 회사,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방만한 비용 관리의 결말은 파산과 시장 퇴출뿐이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간다. 한 해를 결산하는 시각은 다양하겠으나, 한국이 '고비용국가'로 확 기울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고비용국가화는 크게 세 갈래로 이뤄졌다.

 

첫째는 고비용 정책들이다. 최저임금 인상, 탈(脫)원전,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상, 공무원 증원 등이 그런 범주다. 경제 현실이나 뒷감당에 대한 고려 없이 비용을 솟구치게 한 정책들이다.

 

그 대가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고 있다. 고용, 생산, 투자, 소비가 죄다 곤두박질치는 총체적 경제 부진이다. 사실 그 원인은 복잡할 게 없다. 비용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조심성과 계획성 없이 비용을 마구 끌어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경험 미숙 이념가, 거대 귀족노조, 편향된 일부 시민단체, 그리고 이들에 휘둘린 정부가 앞장을 섰다.

 

두 번째 갈래는 규제 완화 실패에 따른 고비용화다. 경제 전체의 비용을 떨어뜨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규제를 풀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거꾸로였다.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 구호가 요란했지만 실제로 풀린 규제는 거의 없다.

 

내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은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 '시장 무시 정책'들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고, 추가 비용을 강요하는 규제 신설에 정부가 열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을 포함시키는 시행령 개정안에 이어 산업안전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상법 개정안에 이르기까지 줄폭탄이 예고돼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구조조정 포기'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고비용화다. 2018년은 구조조정이란 단어가 공론장에서 사라졌던 한 해였다. 공공부문은 말할 것도 없다. 민간기업도 노조가 센 곳은 경쟁력과 상관없이 구조조정의 '구'자도 못 꺼냈다. 비효율을 끌어안고 살려면 비용을 더 내는 수밖에 없다. 한국 국민과 기업들이 그런 처지였다.

 

고비용의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정부는 예산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지난 한 해를 버텼다. 치솟은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민 혈세로 메웠다는 뜻인데,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언젠가 이에 대한 정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혹시나 해서 사족을 달자면 최근 자영업 몰락을 구조조정이라고 우기지는 말자. 산업 규모를 줄인다고 전부 구조조정인 게 아니다. 효율적 자원 배분 차원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이 더 생산성이 높은 다른 일로 돌려져야 구조조정이다. 지금 퇴출된 자영업자는 현실적으로 정부 재정으로 먹여살리는 수밖에 없다.

 

다시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시간은 돈'이라고 갈파했다. 그러면서 빈둥거리며 돈만 까먹은 사람의 예를 들었다. 이 사람이 날려먹은 진짜 비용은 빈둥거릴 때 쓴 돈에 덧붙여 같은 시간 일했을 때 벌어들였을 근로소득까지 합친 금액이라고 썼다.

 

이런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2018년은 한국 경제에 뼈아픈 한 해였다. 시행착오로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부디 새해엔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비용 감각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2018년처럼 제 발등 찍는 짓은 그만해야 한다.

 

[이진우 산업부장]

[ⓒ

 

ㅡ그래도 제조업 밖에 믿을데없다

ㆍ노동 기업 환경 정책을 선진국 평균수준에 맞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