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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경제 팩트체크` 최악 실업률·투자지표 쏙 빼놓고…정부, 낯뜨거운 자화자찬.현실과 국민을 뭘고 보고.공무원이 총선앞두고 대국민IR?

Bonjour Kwon 2019. 2. 8. 08:51

2019.02.07

기재부 `경제 팩트체크` 살펴보니

 

일자리 쇼크 3040 심각한데

청년·어르신 대책에만 집중

 

"총선 앞둔 선심성 IR" 지적

 

주요 경제지표가 투자와 고용, 생산 측면에서 뚜렷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이 궁금한 우리경제 팩트체크 10`이라는 제목의 홍보영상과 문서로 대국민 경제 설명에 나섰다.

 

상당수 언론이 한국 경제의 어두운 면만 부각했다고 보고 직접 국민에게 한국 경제 실상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30·40대를 중심으로 일자리 지표가 악화됐는데도 청년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설 연휴 직전인 이달 1일 5분52초짜리 영상과 58쪽짜리 PDF 문서 형식으로 `국민이 궁금한 우리경제 팩트체크 10`이라는 제목의 홍보자료를 해당 부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올렸다.

 

10문10답 형태의 홍보자료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했고 고용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는 장밋빛 진단으로 시작한다.

 

우리 경제 대외건전성에 대해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홍보자료는 강조한다.

 

홍보자료는 "고용·소득분배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등 경제 활력이 둔화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자인하기도 했다.

 

2017년 31만6000명에 달했던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지난해 9만7000명으로 둔화됐다는 점도 명시했다. 일할 수 있는 주 연령대 인구(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었고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실업률, 투자·생산지표 실태를 빼놔 `팩트체크`라는 홍보자료의 제목을 무색하게 했다.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실업률(3.8%)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설비투자 증감률,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동행·선행 경기지수 순환변동치 7개월 연속 하락 등은 홍보자료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았다. 모두 통계청과 기획재정부가 월간·연간 단위로 집계해 직접 발표한 지표들이다.

 

또 홍보자료는 `올해 일자리, 기대해도 될까요?`라는 5번째 꼭지에서 "일자리 15만개 창출을 목표로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청년과 여성, 어르신 등 대상자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이들 계층의 일자리 어려움이 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인식은 통계청이 제시해온 팩트와도 동떨어져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2018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 취업 쇼크는 한창 돈을 벌어 써야 할 나이인 30·40대, 그중에서도 40대를 강타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나타난 이 연령대 취업 감소를 자영업에서 벌충했던 2016년과 달리 자동차 분야에서 벌어진 제조업발(發) 실업자를 지난해에는 자영업이 흡수하지 못했다는 것을 국책연구기관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30·40대보다 고용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은 청년과 어르신에 일자리 지원책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IR에 정부가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보자료는 "신설 법인 수와 신규 벤처 투자금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전반에 창업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불황형 창업에 가깝다. 연령별로 40대(비중 34.7%)와 50대 (26.6%)에 집중돼 있고, 도소매·음식숙박업과 부동산업 중심의 창업이 많았다. 퇴직자 상당수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비자발적인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설명은 홍보자료에 빠져 있다.

 

정부에 몸담고 있는 대선 캠프 출신 관료들도 이 같은 `아전인수` 격 홍보전략이 현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 출신의 한 관료는 "고용지표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며 "잘한 것을 위주로 언급한 홍보내용은 정부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석우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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