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4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3일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임시회의를 잇따라 열어 외부평가위원회가 선별한 신영자산신탁과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컨소시엄 등 3곳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총 12곳으로부터 신규 부동산신탁 예비인가 신청서를 받은 뒤 민간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자 세 곳을 가려냈다.
금융위는 이번 신규인가에서 사업계획과 이해상충방지체계, 대주주 적합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심사했고 특히 사업계획의 ‘혁신성’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신영자산신탁의 경우 ‘원스톱’ 부동산 자산가지 제고 서비스와 노후·낙후지역 재생 및 개발사업, 부동산 개발·분양·임대·관리 등 전 과정을 총괄 서비스하는 ‘종합재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 계획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투부동산신탁은 부동산신탁업에 P2P투자 등의 핀테크,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서비스를 제시했다. 또 건축 공정 60~80% 이상 시기에 분양해 리스크를 줄이는 ‘후분양제’ 신탁, 노후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100세 신탁’ 등을 제시했다.
대신자산신탁은 펀드와 리츠를 활용해 미분양 리스크를 제거하는 ‘가로주택 정비사업’과 도심 공원과 창업클러스터 조성, 폐산업시설 활용, 재생에너지 사업 등 공공성과 확장성에 중점을 둔 사업계획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금감원 외부평가위는 신영·한투·대신자산신탁 세 곳이 사업 요건을 충족함은 물론 다른 신청사들에 비해 사업계획이 혁신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예비인가를 받은 회사들은 사업계획에서 밝힌 대로 설비와 인력을 갖춰 6개월 안에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단 차입형토지신탁 업무는 인가 2년 후부터 별도의 추가 인가를 통해 허용된다.
‘혁신’과 ‘경쟁’ 사이
전통적 금융업이 모두 포화 상태에 접어드는 가운데 부동산신탁업은 금융권에서 몇 안 남은 ‘알짜’ 사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간 영업수익은 2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5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수탁고는 125조원에서 178조5000억원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업의 이 같은 수익 증가가 소수 업체의 독점 때문이라 보고 있다. 지난 9월 금융위 산하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는 부동산신탁업이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했다. 2009년 11개사 체제 이후 신규 진입이 없어 경쟁은 낮은 반면 수익성은 매우 높다는 판단에서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신규 사업자를 한꺼번에 세 곳이나 늘린 것도 경쟁을 늘려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 편익을 늘리겠다는 구상에서 나왔다. 새로운 혁신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가격과 서비스 측면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전통적 은행업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입함으로써 벌어지고 있는 ‘메기 효과’와 유사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인가는 과거 10년 동안 신규 진입이 없었던 부동산신탁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예비인가를 받은 3개사가 부동산신탁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기업평가>
다만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신탁사들이 직접 시행사 역할을 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연이어 나온 바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지방 주택경기가 나빠진 것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신탁업계가 주택경기 하강 국면이라는 암초를 만났다”며 “대손비용이 늘고 경쟁이 심화되며 판관비 및 금융비용 증가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질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자금력을 갖춘 컨소시엄들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시장이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투신탁 컨소시엄에는 증권업계 1위인 한국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와 카카오, 현대해상, 우리은행이라는 굴지의 기업들이 모여있다. 대신자산신탁의 대주주인 대신증권, 신영자산신탁의 주요 주주인 신영증권과 유진증권은 모두 증권업계 터줏대감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지방에 있는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청약 실패 사례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매수 심리 악화와 신규 사업자 진입 등이 겹칠 경우 기존 사업자들의 단기적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Tag#부동산신탁업#신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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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3곳 뛰어든 180조 부동산신탁시장 '격랑 속으로'
머니투데이방송 전병윤, 이수현 기자 2019-03-04
투자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증권사 3곳이 10년간 신규 진입이 전무했던 부동산신탁시장에 뛰어든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부동산금융에서 투자 노하우를 가진 증권사의 신규 참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180조원(수탁액) 규모의 부동산신탁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양강 체제의 균열은 물론 신규 사업 확대로 인한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대신자산신탁, 신영자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이하 가나다순)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신탁업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부동산신탁업계가 시장의 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비인가를 받은 3개 업체가 모두 증권사를 축으로 하고 있어서다. 기존 부동산신탁업계는 금융당국의 신규 진입 허용시 증권업계의 진출을 가장 부담스러워 했다. 증권사가 이미 PF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PF 관계자는 "증권사는 대부분 부동산 개발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신용을 보강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며 "여기에 시행사와 함께 부지 매입부터 시공, 분양까지 아우르는 사업도 추진한 경험을 갖고 있어 부동산신탁업 고유 업무에 대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부동산신탁업계의 위협적 존재로 인식되는 이유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시장 침체기에도 미분양 발생시 해당 아파트 등을 담보로 건설사의 대출을 상환해주는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과 같은 틈새상품을 개발해 수익을 냈다"며 "기존 업체에 비해 개발역량이 떨어지더라도 PF 역량과 여신 기능을 활용하면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의 저변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신탁업은 고객이 맡긴 부동산 자산을 개발하거나 관리해 수익을 얻는 사업인데 영업이익률이 60%에 달할 만큼 알짜 사업이다.
최근 수년 간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상반기 전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부동산신탁사 11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6719억원으로 2013년 1651억원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부동산 위탁 개발·운영을 하면서 투자나 금융 주선을 통해 자금 조달까지 맡는 차입형 신탁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떠오르면서 부동산신탁업계의 수익성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다만 예비인가를 받은 3개사는 최종 인가를 받은 뒤 2년까지는 상대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차입형 신탁을 할 수 없다.
대신 예비인가 신청업체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나 자산관리 비즈니스와 접목한 소매영업(리테일)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신규 비즈니스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대신자산신탁은 리츠나 펀드를 통해 민간투자금을 끌어들여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 재개발 사업이나 재생에너지사업 등으로 신규 비즈니스 발굴에 나선다.
신영자산신탁은 종합재산관리 금융회사와 연계한 신탁관리 및 투자자문 제공 등 부동산 자산 관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부가 서비스 창출에 나설 예정이다. 한투부동산신탁은 P2P(개인간 거래) 투자를 활용한 소규모 맞춤형 토지신탁 사업 등을 검토키로 했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서울과 수도권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고 신탁사는 지방 중심의 분양시장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에 업무영역의 중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인력 스카우트에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여 내부 단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NH농협부동산신탁은 NH농협금융지주의 막강한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예비인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관련업계는 NH농협금융지주가 기존 부동산신탁사를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신한과 하나 등 경쟁 금융지주사는 부동산신탁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증권부 = 전병윤, 이수현 기자 (byjeon@m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