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계획

김해공항 확장안에는 부울경의 미래 없다.

Bonjour Kwon 2019. 5. 15. 08:16

2019.05.15

유재수 부산과역시 경제부시장

 

최근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지역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억지 춘향식으로 계획된 V자형 활주로로 인해 공항 주변의 산들이 항공기 이착륙 과정을 방해할 가능성이 명백한 상황이다. 크게 확대된 소음피해 지역은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활주로 건설로 인해 매립될 운명에 처해 있는 평강천 등 낙동강 생태환경의 훼손도 심각할 전망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최근 부울경 공동검증단의 검증 결과 사실로 확인됐으며 지역민은 총리실에 사업 전반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공항 건설의 기본이라고 할 안전성이 도전받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7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투자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 역시 낙제점에 가깝다.

 

한마디로 현 김해공항 확장안에는 부산은 물론 부울경 및 남해안 지역, 나아가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다.

 

첫째, 신설 활주로가 기존 활주로와 마찬가지로 중장거리용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불가능한 짧은 활주로(3.2㎞)로 계획되면서 여전히 부울경 및 남해안 경제권은 글로벌 주요 경제권으로부터 고립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공항은 지역 간 연결성을 높이고 아이디어 교류를 통해 혁신을 촉진시킨다. 글로벌 연결성이 10%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역내 국내총생산(GDP)이 1%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김해공항의 짧은 활주로는 아쉬움이 크다. V자형이 가져올 더 심각한 문제는 이착륙을 할 때 활주로 양방향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면서 활주로 신설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신설 활주로의 항공기 이착륙 처리 능력이 90%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울경 검증단은 40% 수준에 불과해 마치 발코니 확장 공사에 집 한 채 짓는 돈을 쓰는 예산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 부재로 영남권 주민들이 인천공항 이용을 강요받으면서 매년 7000억원 이상의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둘째, 김해공항은 확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공화물 처리능력이 없는 공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항공화물의 대종은 첨단 제품이 차지하기 때문에 항공화물처리 능력이 없는 김해공항은 첨단 산업이 없는 지역경제를 의미한다. 항공화물 처리 능력의 부재로 인해 부울경 경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다변화 기회를 잡지 못하고 글로벌 조선 및 자동차 경기의 부침에 따라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신설 공장 입지로 구미가 아닌 용인을 선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항공화물 처리를 인천공항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거리 저가 여객 항공만이 취급되는 공항 성격과 보안이 중요시되는 군공항으로 인해 김해공항 주변에는 비닐하우스와 아파트단지만 보일 뿐 컨벤션센터, 쇼핑몰, 호텔 물류회사, 레저시설, 첨단 산업단지 등 소위 공항경제권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안전성은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도 낙제점인 김해공항 확장안은 재고돼야 한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낳을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김해공항을 유령시설로 전락한 일부 지방공항과 비교하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논의를 지역이기주의로 비난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더군다나 향후 한반도에서의 항공여행과 항공화물의 전성기를 열어갈 남북 교류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생각할 때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도 항만, 철도와 연계된 공항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시급하다. 오는 11월 말 부산에서는 두 번째 한·아세안 정상회담이 열린다. 2014년 1차 회담 때 참석했던 다섯 분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김해공항을 보고 놀랄 것이다. 2024년 3차 정상회담이 열릴 때 부산을 다시 방문하는 정상들이 새로운 공항 건설에 대해 감탄하도록 하고 싶다.

 

[유재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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