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즈니스 모델 `디지털구독` 성공 이유
2019.05.15
①구독자DB 脫구글·페북
②유료콘텐츠 넷플릭스 성공
③스마트폰 확산과 대형화
④유료 익숙한 밀레니얼세대
디즈니, 넷플릭스 대항 위해
32조 주고 훌루 인수 마무리
뉴스도 유료 서비스가 대세
구독료 내는 `페이월` 급성장
NYT 디지털구독매출 18%↑
전체구독자는 430만명 넘어
◆ 사라지는 공짜 콘텐츠 ◆
미국 실리콘밸리 G사에 다니는 엔지니어 이 모씨는 평소 인터넷으로 즐겨보던 기술 잡지 `와이어드(Wired)`를 정기 구독하기 시작했다. 1년에 10달러를 내면 매월 잡지가 집으로 배달될 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바일에서 광고 없이 기사를 자유롭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기사가 점차 줄어들고 디지털 시대에 종이 잡지도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유료 구독`을 이끌었다. 이씨는 "미국에선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확 줄었다. 예전엔 인터넷에서 무료 기사만 찾았는데 이제는 양질의 좋은 기사는 돈 내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신문, 잡지 기사, 비디오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유료 구독 미디어가 늘고 기존에 무료로 제공하던 매체들도 속속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 딜로이트 글로벌이 펴낸 디지털미디어 구독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까지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성인 중 50%가 온라인 전용(Online-only) 미디어를 평균 2개 유료 구독하고 있었으나 2020년에는 종전의 2배인 `평균 4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총 디지털 구독 비용도 2020년 연간 1200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엔 미디어 구독이 포함된다. `콘텐츠=유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업체 간 양질의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디즈니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훌루 지분을 전부 확보했다고 밝힌 것도 유료 콘텐츠 구독 시장이 커진 것의 영향이다. 디즈니는 이날 컴캐스트가 보유하고 있는 훌루 지분 33%를 2024년까지 최소 275억달러(약 32조6563억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디즈니는 이날부터 훌루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훌루는 월 5.99달러에 드라마, 영화 등을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는 매체로 넷플릭스 대항마로 꼽힌다.
디즈니는 애초 훌루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폭스 지분 30%까지 확보하며 60%로 늘렸다. 여기에 이번 계약으로 나머지 지분도 확보해 훌루 지분 총 90%를 보유하게 됐다.
디즈니의 올해 1분기(회계연도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149억달러(약 17조5000억원)였다. 총 24억달러(약 3조원) 이상 수익을 거둬들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흥행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디즈니가 `올인`을 선언한 새 구독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점이 주효했다. 디즈니는 11월 12일 월 6.99달러, 연 66.99달러 수준의 구독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것은 구독료가 넷플릭스(12.99달러)와 비교하면 반값 수준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최대 900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JP모건은 "디즈니 플러스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에서 1억6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즈니는 이를 위해 영화가 개봉관에서 내려오면 디즈니 플러스에서 가장 먼저 상영할 계획이다. `엔드게임`도 12월 12일 디즈니 플러스에서 독점 공개하기로 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단독으로 `로키` `스칼렛 위치` `윈터솔져` `팰콘` `호크아이` 등이 독립 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디즈니는 2020년 독점 콘텐츠 제작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2024년까지 매년 20억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디즈니가 11월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 플러스에 이어 훌루 지분까지 확보한 이유는 구독 미디어가 미국인 삶에 이미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영화협회(MPA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전년 대비 27% 늘어난 6억1330만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케이블 TV 가입자를 넘어섰다. 반면 케이블 가입자는 5억5600만명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뉴스`도 유료 구독이 대세다.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콘텐츠를 볼 수 없는 `페이월(Paywall)` 미디어가 급성장하고 기존 무료 미디어도 속속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BI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내놓고 가입자당 연 2500달러의 높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가입자 약 7500명을 확보했다. 또 다른 온라인 미디어 쿼츠는 월 14.99달러, 연간 99.99달러를 내는 멤버십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구독료를 내야 볼 수 있는 테크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 스포츠 전문 유료 매체 `디 애슬래틱`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트리밍 시장 확대에 따른 케이블 TV 몰락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전체 시장 규모(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콘텐츠=유료` 인식이 생긴 이용자는 콘텐츠 소비 비용을 늘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MPA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9% 증가한 968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디지털 매출액은 24% 늘었다.
유료 구독 확산은 `신문, 온라인 미디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9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디지털 구독 매출이 4억62만달러로 전년보다 18%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만 디지털 구독자 26만5000명을 확보한 것에 힘입어 전체 구독자(신문+디지털)가 43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도 지난 1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 2억2300만파운드, 영업이익 80만파운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지난 20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디지털 구독(기부) 확산과 온라인 트래픽 증가로 흑자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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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즈니스 모델 `디지털구독` 성공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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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즈니스 모델 `디지털구독` 성공 이유
①구독자DB 脫구글·페북
②유료콘텐츠 넷플릭스 성공
③스마트폰 확산과 대형화
④유료 익숙한 밀레니얼세대
◆ 사라지는 공짜 콘텐츠 ◆
광고에 의존하던 비디오와 음악, 게임, 뉴스 등을 기획·제작하는 콘텐츠 기업들이 이제 `유료 디지털 구독`을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과거의 구독 경제 모델로는 구체적인 독자(가입자)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추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2019년 `디지털 구독 모델`은 다르다. 결제정보를 포함해 독자 정보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콘텐츠 기업들이 `탈(脫)구글·페북`을 하겠다는 것이며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데이터 사업`을 하겠다는 뜻이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를 `독자 직전송(D2C·Direct to Customer) 전략`이라고 부른다. 실제 디즈니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D2C 사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는 뉴욕타임스(NYT) 등이 뉴스레터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스레터는 `이메일`이라는 최소한의 독자 데이터를 가지고도 맞춤형 콘텐츠 전송이 가능할 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나 검색엔진을 거치지 않고도 자사 사이트로 바로 유도할 수 있다. 결제 및 구독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저렴한 데다 보편화돼 있어 아마존처럼 소위 `원클릭`으로 구독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이 많아진 것도 디지털 구독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구독` 회원은 단순히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에서 네트워킹 파티, 이벤트, 콘퍼런스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구독의 가치가 높아진 것도 구독자가 늘어난 원인이 되고 있다.
2019년 들어 콘텐츠 유료 구독이 확산되는 데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구독료만으로 수백 편의 영화 및 오리지널 TV 시리즈를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2012년 3000만명이었던 유료 가입자가 2018년에는 1억5000만명까지 급증했다. 아마존 프라임은 애초 하루~이틀 배송을 위해 위해 고안됐으나 지금은 프라임 비디오에 오리지널 영화, TV 시리즈를 제작, 방영하면서 끊을 수 없는 구독 서비스로 꼽히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음악서비스인 스포티파이도 수천만 개의 트랙과 재생할 수 있는 수십만 곡의 음악을 제공한다. `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비디오 서비스 `훌루(Hulu)` 구독도 가능하다.
온라인 구독을 더 쉽게 하는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디지털 구독 확산의 원인이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TV보다 더 선명한 화질로 텍스트 및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확장돼 2018년 판매된 대부분 모델이 5~6인치급 대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뉴스 기사는 종이 신문 칼럼 크기와 유사하게 제공된다.
구글 어시스턴트 및 아마존 에코(알렉사 기반) 등 음성 스피커는 구독에 영향을 준다. 음성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는 뉴스는 유료 구독 매체가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음성 스피커를 통해 디지털 구독을 유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가 기존 세대(베이비 부머, X세대)에 비해 디지털 구독 서비스에 대한 저항이 작은 것도 `대세`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뉴스에 지불 의사가 있는 사람은 2009년 9%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16%로 늘어났으며 그 욕구는 18~34세의 밀레니얼 세대에서 가장 강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게임, 디지털 재화 등을 유료로 구입해 왔기 때문에 온라인 결제에 대한 저항이 작은 편이다. 이 세대는 구독료를 낮추면 반응이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디지털 구독은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의 현재이자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NYT, WSJ 등 디지털 구독 성장세에 있는 미디어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퀄리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가입자에 의한 `디지털 구독`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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