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완성차 판매부진에 최저임금 겹쳐 이익 못내는 '좀비기업' 전락
한국GM의 2차 부품사 A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70억원)보다 30% 급감한 48억원에 그쳤다. 올 1분기에는 30%가 또 줄었다.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여파에다 국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것이 직격탄이다. A사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판로 다각화를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이대로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부품사 위기는 작년부터 이미 알려져왔다. 그러나 그 실태와 악화되는 속도는 훨씬 심각했다. 4일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주최한 '자동차 부품산업 현황과 발전 과제' 포럼에서는 위기의 심각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연합회에 따르면, 자동차 1차 부품사(800여개)의 매출은 2014년 78조원에서 지난해 71조원으로 4년 만에 7조원이 증발했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4%에서 1.9%까지 추락했다. 시중 대출금리가 3~5%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 이자를 내고 나면 적자인 '좀비 기업'인 셈이다.
이 와중에 인건비는 크게 올랐다. 2014년 247만원이던 중소 부품사(100인 이하) 직원 월급은 지난해엔 309만원으로 25% 상승했다. 2013년 898개였던 1차 부품사는 지난해 831개로 5년 만에 67개 줄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완성차업체의 판매 부진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까지 겹쳐 부품업계가 고사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수직계열화'의 부메랑 한국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업체가 1~3차 협력사를 아래에 두고 부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체계로 발전해왔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가 이제는 경영 악화의 부메랑이 되고 있다. 완성차업체가 성장할 땐 부품사들이 과실을 나눠 가졌지만, 침체기에 들어서자 먼저 쓰러지는 것이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쇼크는 중국에 동반 진출한 부품사들을 적자 늪에 빠뜨렸다. 한국GM·르노삼성 등의 판매 부진 역시 이들에 의존하는 협력사들을 위기로 몰고 있다.
수직계열화에 의존하며 부품사들이 연구개발, 공급처 다변화에 소홀했던 것도 위기의 원인이다. 한국 1차 부품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2.27%로, 일본·미국·독일 부품 업체(4.6%)의 절반 수준이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현대차는 귀족노조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사들을 쥐어짜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부품사들이 최근 해외 진출을 노려보지만 일본·유럽·미국 기업들이 장악한 글로벌 부품 시장에 나가기엔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위기 가속화 지난해 현대차의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했다. 비용 절감 압박이 지속되자 중국 부품을 일부 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차 협력사들도 납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단순 부품은 중국 업체에서 조달하고 있다. 2~3차 영세업체들은 최저임금·전기료 등 각종 비용이 올라 단가를 맞추지 못한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중국 제품 품질이 많이 올라왔는데 가격은 3분의 2 수준"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부품사 33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이 '인건비 부담'(29%)이었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2~3차 협력 업체들을 살리려면 올해는 최저임금을 7%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정부가 미래차 정책, 구조조정 방향 정확히 제시해야"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가 미래차 정책을 명확히 제시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호소도 쏟아졌다. 한 부품사 관계자는 "어렵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정부가 그동안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이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김득주 한국자동차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정부가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는 한편, 세금 공제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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