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투자시장에 불똥튄 韓日갈등.교직원공제회, 日인프라펀드 투자 전격보류.韓펀드에 日자금유입도 차질 투자무산사례 이어질지 촉각

Bonjour Kwon 2019. 7. 31. 08:42

 

2019.07.30

 

日마루베니 글로벌 투자펀드

교공 870억 투자추진했지만

한일충돌 격화에 막판 보류

 

국내 공제회 가운데 최대 규모인 한국교직원공제회가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에서 조성된 `글로벌 인프라 펀드` 투자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이후 금융투자 분야에서의 나타난 첫 번째 무산 사례이다.

 

3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가 조성한 글로벌 인프라 펀드에 80억엔(약 870억원)을 투자하려다 악화된 한일 관계를 고려해 투자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다면 투자 승인이 날 수 있었던 건"이라며 "투자 보류가 되기는 했지만 최근 분위기를 봤을 때 계속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매출 7조4013억엔(약 81조원) 규모인 마루베니는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이토추 등과 함께 `일본 5대 종합상사`로 꼽힌다.

 

그동안 그린필드에 주로 투자를 해온 마루베니는 이후 그라운드필드 자산을 대거 보유하면서 이를 직접 운용하기 위해 미즈호은행, 애셋매니지먼트원(일본 자산운용사)과 손을 잡고 마루베니-미즈호캐피털파트너스(MMCP)라는 펀드 운용사를 설립했다.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하려고 한 인프라 펀드는 MMCP에서 조성한 `마루베니-미즈호캐피털인베스트먼트펀드(MMCIF)`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을 통해 출자자(LP)로서 간접 투자하는 형태다. IB 업계에 따르면 MMCP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투자자를 비롯해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투자 모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60억엔 규모로 진행된 1차 클로징에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30억엔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340억엔 규모의 2차 클로징에서는 교직원공제회가 80억엔의 투자를 결정했고, 국내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40억엔이 투자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분야는 호주 골드코스트, 멕시코, 동남아시아 등 한국·미국·일본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인프라스트럭처다. 교직원공제회가 초기에 투자를 결심한 것은 글로벌 투자에 나선 마루베니와 우호적인 관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호주 골드코스트 쪽의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직원공제회는 호주에 직원들을 파견해 실사를 진행하는 등 이번 투자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교직원공제회는 오랫동안 공들여 온 투자 건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다른 국가가 주도하는 유사한 투자 건이 들어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당분간 일본과 손잡고 진행하는 투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IB 업계에서는 국내 자금이 일본으로 투자되는 흐름이 경색되는 것과 함께 일본 투자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는 흐름에 제동이 걸리는 것도 우려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몇몇 사모펀드들은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된 이후 일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일 갈등의 영향을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되고 일본 쪽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심리가 확산되면 국내 사모펀드들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및 투자 분야에서의 갈등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빠르게 한일 갈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는 수익이 보이면 들어가야 하는데 양국 정치·외교 리스크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리스크는 결국 국내 투자자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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