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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금융, 반기업정서 와 정책. 기업이익급감 .문은 '경제는 견실하다고 주장'하고 비현실적몽상 평화경제론만.'투자자본의 脫한국!'

Bonjour Kwon 2019. 8. 22. 08:18

[세상읽기] 흔들리는 금융, 투자자본의 脫한국

2019.08.22

 

최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특수(特需)를 누렸던 2017년 이후 상승하며 한때 25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19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작년 8월 말 지수인 2322에 대비해도 1년간 18%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율도 불안해 최근 미화 1달러당 1200원 선에서 등락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말 대미환율이 1114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원화가치 역시 같은 기간 8% 하락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우리 입장에서는 3%를 넘던 실질 경제성장률이 2%를 위협받을 정도로 실물경기지표가 악화된 가운데, 함께 찾아온 금융시장의 심상치 않은 흔들림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특히 과거 두 번의 위기 모두 주가와 원화가치 하락이 동반 진행됐기에 이러한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예를 들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가 부도를 2~3개월 앞둔 9월 말 주가지수는 647로 1년 전 789에 비해 18% 정도 떨어진 상태였고, 같은 기간 원화가치도 15%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9월 16일 1387이었던 코스피가 한미 통화스왑 체결로 시장이 안정되기 직전인 10월 29일에는 968로 거의 30% 떨어졌고, 같은 기간 원화가치는 25% 하락했던 경험도 있다.

 

주가는 해당 기업이 창출할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나타내므로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미래를 어둡게 보거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자본시장에서 실제 주가를 결정하는 데는 여러 다른 요인들도 함께 작용하며 변동성도 심해 등락 자체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특히 주가가 하락해도 다른 국내 자산으로 투자가 이전되고 있다면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양호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수익 전망이 약화되지만 전반적인 경제에 대한 전망 자체가 나쁘지 않다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조정된 자금으로 국내 채권이나 실물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경우는 주가가 떨어져도 원화가치가 급락하지는 않는다. 즉, 주가가 하락해도 통화가치가 안정적이라면 전체적으로는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처럼 기업의 사정이 악화되고 경제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경우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증가와 기업 환경 악화로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3분기 이후 경기 하강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제 경제 환경마저 불안한 모습이다.

 

실제 주식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실적이 나빠지고 있는데, 상장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7%, 43% 감소하며 작년 동기 대비 절반에 그칠 정도다. 파업이나 산업재해가 아님에도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하는 상장사도 작년의 두 배 수준이어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방경제로 수출과 외국인 투자를 통해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하며 현재의 경제 규모와 성과를 일구었다. 일부 단기 자금의 폐해가 부각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의 실적 향상을 기대하며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자본은 국적을 막론하고 우리 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주식과 통화가치의 동반 하락 움직임은 단순 포트폴리오 재편이 아니라 이러한 투자자와 기업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떠난다는 신호이고, 당장 외환위기는 아니어도 실물경기와 투자환경은 사실상 위기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보여주는 시그널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보다 안정된 정책 환경을 제공하고 시장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고 투자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본투자의 탈(脫)한국을 막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임을 인식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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