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1 23
위기의 부산항 가보니
한일갈등·미중분쟁 직격탄
"평소 6000명이던 日여객
오늘 겨우 900명 채웠어요"
물동량도 급감…엎친데 덮쳐
1일 오전 11시 30분 부산시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일요일인데도 텅 비어 있다. 배를 운항하는 선사의 카운터에도 일하는 직원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 만난 터미널 관계자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일요일 운항 선박이 많을 때는 15척에 달했는데 오늘은 6척만 운항한다"며 "이용객도 6월에는 6000명이 넘었지만 오늘 출입국자는 900여 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쪽 편에 있는 식당가에 들어서자 세관 직원 등으로 보이는 5~6명만 앉아 있고 100여 석은 빈자리다. 식당 관계자는 "6월까지 하루 500명 정도 손님이 찾았는데 최근에는 30~40명밖에 안 된다"며 "9월에는 추석 연휴도 있고 해서 사람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식당 운영에 애로가 크다"고 한숨지었다.
한일 경제갈등과 미·중 무역전쟁이 겹치면서 부산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여객이 두 달 만에 20% 수준으로 급감했고,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까지 줄어들어 부산항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을 오가는 이용객이 크게 줄면서 대마도를 오가는 배편은 아예 끊기는 등 한일 항로 운항 자체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인기가 높았던 부산~대마도 배편은 하루 6척에서 2척만 남았다. 부산에서 대마도 이즈하라항으로 가는 4척의 배편은 지난달 19일 이후 모두 끊겼고, 대아고속해운은 결국 부산~대마도 히타카쓰항 노선을 미래고속해운과 격일제로 2척을 번갈아 운항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도 줄고 있다. 5월부터 환적화물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올해 부산항 물동량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항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가는 환적화물은 부가가치가 높고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53%가량을 차지해 환적화물이 줄면 부산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산항 환적 물동량은 6월 28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환적화물은 한진해운 사태로 2016년 8월부터 8개월 연속 줄었다가 2017년 3월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이때 다시 줄어든 것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수출품을 대거 미리 선적한 기저효과에다 일부 외국 선사들이 목적지로 곧장 가는 직기항을 늘린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