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회사

메리츠 14년간 20배 키웠다.전문경영인에 권한 대폭 위임 화재·증권부문 ROE1위`몇천억대 투자도 사후보고.수익성 큰 부동산사업 집중 자산규모29조.

Bonjour Kwon 2019. 10. 28. 08:13

조정호의 `人경영` 성공신화…메리츠 14년간 20배 키웠다

최초입력 2019.10.27

전문경영인에 권한 대폭 위임

화재·증권부문 ROE 업계 1위

 

`극단적 합리주의` 메리츠, 몇천억대 투자도 사후보고

 

◆ 메리츠금융 성공신화 ◆

 

 

`20배 성장.`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라는 핵심 계열사를 가진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난 14년간 일궈낸 성과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될 때만 해도 화재와 증권을 합친 메리츠 자산은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2011년 금융지주 출범 때 자산도 12조원에 못 미쳤다. 존재감 없던 메리츠금융이 올해 6월 말에는 자산 58조43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에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로 커졌다.

 

한진그룹은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나면서 4남1녀가 각자 회사를 가지며 분할됐다.

 

형들이 규모가 크고 수익을 내는 항공 조선 해운 등을 하나씩 물려받은 것과 달리 막내인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61)은 그룹 내에서 가장 존재감 없던 금융업을 물려받았다. 17년 세월이 지난 지금 한진중공업을 물려받았던 차남 조남호 회장은 올해 초 경영권을 잃었다. 3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물려받았던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다. 장남인 고 조양호 회장이 승계한 대한항공도 가족들의 `갑질`로 홍역을 치른 뒤 현재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반면 메리츠금융은 금융업계에서 무섭게 약진 중이다. 조정호 회장은 2005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와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등을 한진그룹에서 분리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만년 5위`이던 메리츠화재는 현재 장기인보험(보장성 보험)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삼성화재와 선두를 놓고 매달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업계 17위였던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업계 6위로 올라서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는 두 회사 모두 업계 1위다.

 

메리츠금융이 이처럼 비약적 도약을 이룬 비결로 전문가들은 조 회장의 `사람경영`을 꼽는다.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뒤 이들을 믿고 사업을 맡기는 것이다. 본인은 세세한 의사 결정보다는 전문경영인이 뛰놀 운동장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현재 메리츠금융은 화재의 김용범 부회장(56), 증권의 최희문 부회장(55) 등 두 핵심 전문경영인이 자전거의 두 바퀴 역할을 담당하며 지주를 움직이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직접 하는 일은 많지 않다. 대규모 투자 등 큰 사안에 국한된다. 예를 들어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처럼 지주의 미래를 좌우하는 인수·합병(M&A) 건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것은 전문경영인 전결 규정에 따라 CEO가 책임지고 진행한다. 몇천억 원짜리 투자가 사후 보고로 진행된 적도 많다.

 

조 회장은 평소에 "메리츠는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의 경영철학이다. 사람이 전부인 회사인 만큼 이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메리츠는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췄다. 승진 연한이 따로 없어 금융지주 내에 40대 임원도 여러 명이다. 이 때문에 메리츠금융에서는 CEO가 아닌데도 연봉 5억원을 넘겨 공시 대상이 되는 임직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올 상반기에도 2014년 메리츠화재에 영입될 때 최연소 임원으로 화제가 됐던 김종민 자산운용본부장(전무)이 10억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받았다. `극단적 합리주의`도 조 회장이 추구하는 메리츠 문화 가운데 하나다. 이는 통념이나 관행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요약된다. 2010~2011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위험하다고 시장에서 인식할 때 메리츠증권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 아이엠투자증권도 다른 증권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꺼리던 매물이었는데 이를 과감하게 인수했다. 증권사 영업점을 30여 개에서 4개로 줄인 것이나 메리츠화재 영업망을 절반 이상 줄인 것도 이러한 합리주의에 따른 결과다.

 

조정호의 삼고초려…월가출신 CEO 영입후 순익 45배 `매직`

최초입력 2019.10.27

메리츠 성장 맨앞서 이끄는 메리츠종금증권

 

고사하는 최희문 부회장에

"단기실적 안묻고 전권위임"

 

부임후 M&A로 덩치 키우며

수익성 큰 부동산 사업 집중

단숨에 자산규모 5조→29조

높은 우발 채무액은 `옥에티`

 

◆ 메리츠금융 성공신화 ◆

 

 

메리츠금융지주 성장의 일등 공신은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이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될 정도로 영업 성과가 두드러진다.

 

메리츠증권은 2009년 10월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최희문 부회장(55)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일사천리식 기업문화 도입과 부동산 영업 등 영역 파괴를 통해 증권사 실적을 재임 기간 중 45배나 키우면서 `이단아`에서 `선구자`로 이미지 변모를 이뤄냈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증권 순이익은 3652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3489억원을 불과 6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2010년 77억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이 8년 만에 45.3배나 급성장했다.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5186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0년에 대표이사로 부임한 최 부회장은 미국 뱅커스트러스트에 입사한 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행과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으로 국내 금융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미국 월가 출신 `구조화 금융의 달인`으로 소문나면서 조 회장 눈에 포착됐다. 조 회장은 수차례 고사하는 최 부회장에게 "단기 실적에 대해 묻지 않겠으며 기업문화 등 전권을 주겠다"면서 끈질기게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문 부회장

막상 증권사 대표가 됐지만 그 규모가 너무 작았다. 2009년 말 기준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5295억원으로 증권 업계 17위에 불과했다.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하며 자산 5조원, 자기자본 6251억원으로 올라섰다. 2011년에는 조 회장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해 메리츠화재에서 인적분할해 메리츠금융지주를 설립한 것이다. 이 같은 국내 첫 보험지주사 체제는 메리츠증권 등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주사 체제는 효율적 자원 배분이 가능한 구조로, 보험사에 집중돼 있던 현금을 증권 등 다른 계열사로 이동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활용됐다. 이에 화답하듯 최 부회장은 메리츠캐피탈과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는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 0.85배 수준으로 인수하면서 `승자의 저주`를 피했다. PBR 1배를 해당 회사 청산가치로 보는데, 그 이하이면 상대적으로 값싸게 인수했다는 뜻이다.

 

2016년에는 메리츠금융지주와 포괄적 주식 교환으로 메리츠캐피탈(3826억원)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6월에는 7480억원 규모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몸집 키우기를 지속했다. RCPS는 회사채에 비해 발행 절차가 간편하고, 발행 회사가 상환권을 보유하면 해당 자금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존 주주가치도 침해하지 않아 회사가 단기간에 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RCPS를 통해 메리츠증권은 2017년 자기자본 3조원을 돌파했다. 대형IB(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요건인 3조원을 맞추면서 다양한 수익 사업이 가능해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메리츠증권은 자산 총계 29조74억원, 자기자본 3조6296억원으로 업계 6위로 도약했다. 임직원 수는 1458명으로 8년 새 64.2% 급증했다. 다른 증권사들이 직원 수를 줄이는 와중에 나 홀로 덩치를 키우면서 일자리를 늘린 것이다.

 

이 같은 파격적 성장은 최 부회장이 다른 국내 회사들과 달리 형식과 겉치레를 없애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사업에 올인한 덕분이다. 메리츠증권은 서면보고를 없앤 대신 최 부회장이 직접 매주 수·목요일 열리는 딜(거래) 회의에 참석한다. 그가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이유도 부동산 등 각종 딜을 검토하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메리츠 관계자는 "회의 중심 문화에서 직급이나 서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외국 회사보다 더 외국 회사 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이 회의를 중시하는 것은 메리츠증권의 대부분 수익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건설사에 돈을 직접 빌려주거나 다른 금융사에서 대출 등을 받도록 주선하는 사업이다.

 

부동산에 집중된 사업으로 메리츠증권은 수익성 측면에서 증권 업계 톱으로 올라섰다. 올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8%에 달한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다. 현 정부가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금융사에 대해 부동산금융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우발채무 문제는 최 부회장에게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우발채무는 장래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부채로 확정되는 채무다. 우발채무 비중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악화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메리츠증권의 우발채무는 9조6754억원에 달한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신한금융투자(3조4483억원) KB증권(3조9802억원) 등과 격차가 크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도 180%를 넘는다. 다른 증권사들은 60%대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우발채무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자기자본 대비 비중을 낮추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에 따라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우발채무 비중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 관계자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리스크 관리에 배치하며 관리 중"이라면서 "우발채무 중 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자산은 감소세"라고 강조했다.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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