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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보험업 70년만에 첫 `역마진 쇼크`고금리로 계약/저금리시대운용수익 추락. 생보업계 마진율 - 0.2%포인트.과거 부도사태 일본전철? 시장도 포화

Bonjour Kwon 2019. 11. 14. 07:09

 

 

 

 

[백척간두에 선 보험산업(上)] 韓보험업 70년만에 첫 `역마진 쇼크`

 

입력 2019.11.13

 

고객과 고금리로 계약했는데

저금리 지속돼 운용수익 추락

생보업계 마진율 `마이너스`

 

20년전 日보험 몰락 닮은꼴

◆ 본격화된 저금리 공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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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국내 보험산업에서 처음으로 금리 역마진이 발생했다. 저금리로 운용수익률이 떨어진 가운데 과거 고금리에 판매한 보험계약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보험을 팔수록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2000년을 전후해 보험회사 8곳이 금리 역마진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 파산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보험회사 운용자산이익률과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에서 처음으로 0.2%포인트의 금리 역마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업계가 올해 상반기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한 보험료 평균이율은 연 4.3%인 반면 자산운용으로 거둔 이익률은 이보다 낮은 연 4.1%에 그친 탓이다. 2년 전 금리마진이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업계 설립 후 처음으로 역마진이 일어난 것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률이다.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율이다. 자산운용 수익률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역마진이 발생한다.

 

역마진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꼽힌다. 6월 말 기준 생보사 보험료 적립금은 589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고정금리를 주는 확정형 계약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1.5%인 244조4000억원에 달한다. 변동금리인 연동형 상품 평균이율은 연 3.1% 수준인 반면 확정형 상품 평균이율은 연 6.0%로 두 배에 이른다. 특히 확정형 상품 중 연 5% 이상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 비중이 전체의 25.4%를 차지한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평균이율은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의 5배에 육박하는 연 7.1%로 치솟는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운용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연 5%가 넘었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현재 연 1.7%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금리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 자산운용 수익률이 2%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훈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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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에 선 보험산업(上)] 이대론 보험 팔수록 손해…보험사 사장 "가보지 않은 길, 두렵다

 

70년만에 첫 `역마진 쇼크`

 

가구당 가입률 98% 성장 정체

경기 침체에 해지환급금 증가

생보업계 상반기 13조원 넘어

 

보험계약 증가율도 마이너스

밀레니얼세대 보험외면 심각

 

손보 실손보험 손실액만 1조

보험업계 당기순이익 반토막

◆ 본격화된 저금리 공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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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저금리로 인해 운용수익률이 떨어진 가운데 과거에 고금리로 판매한 보험상품 때문에 올 들어 금리 역마진이 발생하면서 보험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 행인이 우산을 받쳐 들고 생명보험사 본사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의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역마진 상황에 직면한 모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얘기다. 1946년 신동아보험(현 한화손해보험) 설립으로 시작된 대한민국 보험업계가 격변의 회오리 속으로 들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에 저금리가 겹치면서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내 보험시장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7위에 총자산이 1200조원에 달하는 핵심 금융산업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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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과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험업계의 자산운용에 따른 이익(마진)은 2015년 6월 말 0.5%포인트에서 매년 0.1%포인트씩 줄었다. 올해 6월에도 0.1%포인트로 겨우 턱걸이를 했다. 생명보험사가 -0.2%포인트로 역마진을 냈지만 손해보험업계가 1.2%포인트의 금리 차이를 기록하며 업계 합산이 0.1%포인트로 집계된 것이다.

 

 

과거 판매된 금리고정형 상품의 영향과 급격히 떨어진 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본격적인 역마진 시대를 맞은 생보업계는 재무건전성 악화와 이로 인한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 다양한 부담을 안게 됐다.

 

보험시장은 저금리뿐 아니라 성장이 정체된 저성장 국면도 맞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98.4%까지 치솟았다. 전 가구가 최소 1건의 보험은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수입보험료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의 경우 2017년 4.9%, 지난해 2.7%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가량 감소했다.

 

반면 지급보험금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전년 대비 10.8% 늘어난 79조400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생보업계는 지난해에도 8.4% 증가한 86조1000억원의 보험금을 계약자에게 돌려줬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지급보험금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

 

 

수입보험료는 감소하지만 비용이 되는 지급보험금과 사업비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생보사의 영업현금흐름 또한 우려되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2016년 32조6000억원에서 2017년 1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9조7000억원으로 급감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급기야 427억원의 적자를 내는 상황에 처했다.

 

보험 계약 증가율도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1년 11.2%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던 계약 증가율이 지난해 -0.1%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0.6%로 감소폭이 더 커졌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보험업계의 해지환급금은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생보업계의 경우 올해 상반기 환급금 규모가 13조197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금액이다. 손보업계도 올 들어 6월까지 환급액이 같은 기간 5971억원 증가한 6조4276억원에 달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면서 보험 해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젊은 층이 보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위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0·30대의 보험 가입률은 꾸준히 줄고 있다. 보험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63.8%로 10년 전인 2008년에 비해 9.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또한 같은 기간 86.7%에서 77.3%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해율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9월 손해보험사 11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90%를 넘어섰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업계가 보는 적정 손해율은 78~80% 수준이다. 13곳 손보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를 훌쩍 넘겼다. 올해 상반기 손해율도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129.6%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손실액만 1조원이 넘는다.

 

보험회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금융민원은 0.3% 줄었지만 보험권 민원은 반대로 1.6% 증가했다. 특히 전체 민원 중에서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61.9%로 압도적이다.

 

 

생보사는 불완전판매, 손보사는 보험금 지급에 대한 불만이 대표적이다.

 

저금리·저성장은 보험사 경영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생보업계 당기순이익은 2조12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급감했다. 손보업계 또한 1조485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같은 기간 42% 줄었다. 이 같은 추세의 영향으로 보험업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7년 7.67%에서 지난해 6.63%로 1%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저성장 속에서 저금리 공습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며 "내년 보험시장의 성장 전망은 0%에 가깝고 장기금리도 1%대 초반 수준이라 수년 내에 국내 보험시장이 제로금리와 제로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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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에 선 보험산업(上)] 日보험사 2000년 전후 8곳 `줄파산`…외형확장 치중하다 `저금리 직격탄`

 

 

日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버블 붕괴이후 계속된 저금리

역마진에 재무 건전성도 악화

 

위기 겪은후 대대적 구조조정

당시 높은 해외투자수익 덕봐

韓은 해외도 저금리여서 불리

◆ 본격화된 저금리 공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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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험사의 `파산`이라는 단어는 낯설다. 외환위기 이후 2003년 리젠트화재, 2013년 그린손해보험이 파산한 적이 있지만 계약자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계약이 타 보험사로 무리 없이 이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1991년 버블 붕괴 이후 저금리 기간을 거치면서 1997년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2001년 도쿄생명에 이르기까지 8개 보험사가 연이어 파산한 경험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해외 자산 부실로 야마토생명이 문을 닫았다. 일본 보험계약자들이 값싼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험사를 먼저 찾는 것은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일본 보험사 파산의 핵심 요인은 저금리다.

 

 

 

1990년대 초부터 제로 수준의 단기금리와 연 2% 이하 장기금리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으로 보험사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가운데 닛산생명 파산 이후 부실 보험사에 대한 계약 해지가 늘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진 보험사들이 잇달아 파산을 경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파산 배경에는 무리한 외형 성장 전략이 거론된다. 저금리로 보험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확정이자를 지급하는 저축성보험 상품을 대거 판매한 것이다. 닛산생명의 경우 한때 생명보험시장 평균 성장률의 5배가 넘는 119.5%의 고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0년에 문을 닫은 다이이치화재도 손해보험사 평균 성장률의 8배가 넘는 12.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특정 상품 판매 올인을 통해 덩치를 불리는 전략을 취했다.

 

일본 보험사 파산은 저금리에서 잉태됐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자 금리를 인하해 내수경기 활성화를 꾀했다.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으로 스며들었고 이들은 거품으로 이어졌다.

 

 

 

거품 붕괴 후유증은 컸다. 1989년 3만4059까지 올랐던 닛케이는 1991년 2만4298로 30% 급락했으며 1995년에는 1만7355를 기록하며 반 토막 났다. 부동산 가치 또한 1989년부터 2006년까지 최대 80%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를 담보로 보유한 금융기관의 부실로 연결됐다.

 

현재 국내 상황은 일본 버블 초창기를 연상시킨다. 저금리 지속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실물자산 가격이 급속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소비세 신설과 금리 인상으로 버블이 붕괴되며 잃어버린 20년에 들어간 것처럼 우리 경제도 한두 번의 악수가 심각한 경제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나마 일본은 외환위기 이후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좋아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저금리 상황이라 대체투자처를 찾기 어렵다.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보험사들은 다시 일어서기 힘든 셈이다.

 

저금리로 홍역을 치른 일본의 생존 보험사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기존 보유 계약을 보장성보험으로 전환하고 신계약의 예정이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저금리에 대응했다. 저축성보험에서도 금리확정형 양로보험이나 연금 판매는 줄이는 대신 변액보험을 늘리는 방식으로 구성도 변화했다.

 

일본 보험사들의 생존에는 금융당국의 노력도 컸다. 위험률에 대해 충분한 마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품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로 역마진 손실을 겪더라도 안정적인 영업을 통해 부실을 메울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된다. 이는 보험료 인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통제해 제대로 된 보험상품 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우리 금융당국에 좋은 시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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