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기약 없이 늘어지는 연체에 속 끓는 P2P 투자자들

Bonjour Kwon 2019. 11. 30. 09:46

2019.11.29 06:00

연체채권 매각 등 처리할 방법 마땅치 않아

한국P2P금융협회, 처리 가이드라인 검토 중

 

한 P2P(개인 간 거래)금융 업체에서 12개월 만기, 연 수익률 12.5%짜리 다세대주택 건축자금채권에 투자한 A씨는 요즘 여기에 들어간 돈만 생각하면 속이 탄다고 했다. 당초 원금 상환 예정일이 지난해 10월이었는데,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원금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업체의 원금손실률은 0%라고 하는데, 1년 넘게 원금을 주지도 못하면서 원금 손실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얼마나 돌려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P2P금융 연체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약 없이 늘어지는 P2P금융 연체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건축 공사와 분양 등으로 일정이 오랜기간 늘어질 수 있는 부동산 P2P금융 상품에서 이같은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업계 의견을 모아 연체채권 상각과 소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P2P금융협회는 내년 초 발표를 목표로 장기연체채권 상각과 소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연체돼야 장기연체채권으로 분류되는지부터 일정 기간 이상 기다렸는데도 일정 비율 이상 원금 상환이 불가능할 경우 상각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금융기관에서는 장기연체채권이나 원금 손실이 확정된 채권은 대출 잔액에서 제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같은 방식을 P2P금융 업계에도 도입할 수 있는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기약 없이 늘어지는 P2P금융 연체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DB

기약 없이 늘어지는 P2P금융 연체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DB

P2P금융 상품에서 연체가 발생하면 업체가 담보를 경매로 넘기거나 연체채권 자체를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회사에 매각해야 투자자는 투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연체채권을 처리할 방법이 제한적이다. 일반 금융회사는 부실채권을 처리할 수 있는 자회사를 둘 수 있지만, P2P금융 업체는 아직 부실채권 처리 사업을 할 수 없다. NPL 전문 회사에 매각할 수도 있지만, 기준 없이 팔았다간 투자자 항의를 받을 수 있고 원금 손실률도 올라가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연체가 발생하면 투자자는 기약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경매로 넘길 담보가 있는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이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린다.

 

P2P금융은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장기 연체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동산 관련 P2P금융 대출 연체율은 전년 대비 3.2%포인트 오른 5.5%를 기록하며 전체 P2P금융 대출 연체율(5.3%)을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 공사 기간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굉장히 많다보니 회사 차원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상환 일정을 예상해도 빗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상환이 어려워져 경매 절차에 돌입할 경우 상환 일정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체상품이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지만 여러 차례 유찰되면 회수할 수 있는 투자금이 줄어든다.

 

문제는 장기연체가 발생할 경우 투자 한도를 깎아먹어 재투자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일반 개인투자자의 경우 P2P금융에 총 2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는데,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에 대해선 1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즉 연체가 계속되면 투자한도가 줄어든 상태가 지속된다. 1년 넘게 원금 상환을 기다리고 있는 A씨는 "손실이라도 빨리 확정돼야 나머지 잔액을 투자할 수 있는데, 이 상품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연체채권 처리가 보다 수월해지고, 장기 연체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면 빠르게 상각하고 싶어 하는데, 기준 없이 섣불리 상각할 경우 투자자의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보다 쉽게 장기연체채권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채권마다 성격이 제각각인데 협회에서 일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체채권을 매각할 때 복수 입찰을 받아야 한다는 정도에 그친다면 허울 뿐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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