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기사입력2019.12.18.
[12·16대책 후폭풍]규제 직격탄 서울 강남 중개업소
고가 아파트값 반짝 하락하겠지만
15억 이하는 오히려 풍선효과
값 오르거나 다운계약서 늘수도
"15억 이상 대출이 전면 금지인데 누가 대출 없이 20억~30억원을 현금 들고 오겠나. 하지만 시장에 '부동산은 쥐고 있으면 오른다'는 믿음이 커 집값을 꺾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강남구 개포동 A부동산)
"12·16대책 이후 3주택 이상 다주택자 매도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물량(조정지역 10년 이상 보유)이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고 대출규제로 실제 거래가 될지도 알 수 없다."(용산구 이촌동 B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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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이 정부가 발표한 12·16 부동산대책 중 '대출 제한'을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꼽았으며 그다음으로 '보유세 인상'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평형이 시세 15억원을 넘어 대출규제를 받게 된 서울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왼쪽)와 보유세 직격탄을 맞은 서울 대치동 지역 공인중개업소.
12·16대책이 나오고 이틀 뒤인 18일, 서울 강남과 강북의 주요 공인중개업소들은 '대출제한'과 '보유세 인상'을 가장 아픈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15억원 이상 대출 금지로 인해 실수요자 및 갈아타기 수요의 '강남 입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물잠김을 우려해 양도세 한시적 인하라는 당근책과 종부세 강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내놓자 실제 2주택 이상인 사람들의 매도 문의는 크게 늘었다. 다만 대출금지 규제가 유효하고 전매제한 규제까지 있어 실제 매수세가 붙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었다. 중개업자들은 초강력 규제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다만 집값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보였다.
■중개업소에 문의 빗발쳐
12·16대책 이후 서울 강남과 강북 주요 아파트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다주택자의 매도 문의, 대출 관련 문의 등으로 분주했다.
실제 이날 찾은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개포동과 대치동, 용산구 동부이촌동 공인중개업소들은 방문 손님과 전화 문의에 눈코뜰새없이 바쁜 모습을 보였다.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등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초구 반포동 한 중개업자는 "16일 이전 대출 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은행 차원에서 대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전세 끼고라도 강남 오려고 하는데 이번 대책 발표로 실입주하려는 사람도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16일 전 계약한 사람들이 대출규제 소급적용 관련 문의도 많이 오고 있지만 16일 이전 계약에 대해서는 12·16대책의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인근 중개업자는 "12·16대책은 강남 아파트 매매 금지를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다만 3채 이상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양도세 한시 면제와 관련해 매도 심리가 생겼다"고 전했다. 용산 이촌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틀 동안 10명 이상의 3주택 보유자가 매도 문의전화를 했다"면서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줘도 15억원 아파트 대출이 막혀 누가 집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 "쉽게 안 떨어질 것"
강남과 강북의 공인중개업소들은 이번 12·16규제에 대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도 집값 하락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개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은 쥐고 있으면 오른다는 심리가 강하게 형성돼 있어 규제를 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15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풍선효과로 오를 수 있어 매물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포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이 정부 출범 전에 15억원에서 현재 31억원까지 약 16억원 올랐다"며 "6개월에서 8개월에 걸쳐 1억~4억원가량 하락할 수 있겠지만 2~3년 뒤에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15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대출이 가능해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거나, 다운계약서 등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포동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가격보다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 떨어진 가격이 나올 수 있지만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매도자는 손해 볼 게 없다"면서 "하지만 매도자도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물건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물건이 나와도 대출규제가 있어 매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jmkyung@fnnews.com 전민경 강현수 김서원 이용안 기자.ㅡㅡㅡ
안그래도 서울 전세난 심한데… “12·16 대책이 전세금 더 올릴 듯”
기사입력2019.12.19.
이사 비수기인 겨울철에 접어들었지만 서울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12·16 대책이 ‘빚내서 집 사지 말라’는 정책이고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큰 만큼, 서울 전세수요가 늘면서 전세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2·16 대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서울 전세 수요는 치솟던 상황이다. KB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0.7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건영한가람아파트 단지 전경. /김민정 기자
전세수급지수가 150을 넘어선 것은 201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세수급지수는 88.2에 불과했다.
전세금도 크게 오르던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1월에만 0.41% 올라 2015년 12월(0.76%)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서울 전세금이 들썩인 데에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영향이 컸다. 전세에 남아있으면서 ‘로또 청약’에 도전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전세금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공론화된 7월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12·16 대책이 발표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금이 더 오를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대출 규제가 전세 수요를 더 늘릴 것이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오는 23일부터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은 9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40%에서 20%로 내렸다. 특히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살 때는 대출을 전혀 해주지 않기로 했다. 집을 사기 어려워진 만큼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받기 어려워지고, 청약 기대감도 커진 만큼 전세에 머무는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공급 측면 우려도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내놓는 임대주택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12·16 대책에 임대사업자 등록 요건이 강화되는 방안이 담기면서 임대 물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 전세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도 "전세시장은 투기 수요가 낄 수 없는 실수요자들의 시장"이라며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면 당연히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mj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