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석>**********

물에서 수소 얻는다... 꿈의 에너지 캐는 혁신기업. 미국 스타트업 ‘헬리오겐’은 AI과 거울, 태양광 활용 수소생산

Bonjour Kwon 2020. 1. 3. 09:36

[수소경제]③ 2020.01.03.

호주의 먼스터에 있는 ‘우드맨 포인트 서호주 폐수처리장’. 이곳에서는 호주 신재생 에너지 기업 헤이저 그룹의 수소 생산 시설을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2021년 운영을 시작하는 이 시설에서는 하수처리장에 있는 메탄가스를 수소와 흑연으로 바꾸는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헤이저그룹은 기존의 수소 생산 방식인 화석연료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부산물도 흑연으로 바꿔 환경 오염이 적은 편이다. 하수처리장·매립지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와 가격이 비싸지 않은 철광석을 촉매로 사용해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호주 재생에너지국은 헤이저 그룹의 특수한 수소 생산 기술에 94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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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저그룹이 호주 먼스터 지역 하수처리장에 짓고 있는 수소 생산시설./ 호주 재생에너지국(ARENA) 제공

 

주요국 스타트업들은 헤이저그룹처럼 수소 산업의 기술·가격 측면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신기술을 내놓고 있다. 기존의 수소 생산·저장 기술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업모델을 내놓는 한편, 수소 활용처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수소 경제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2050년 수소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2800조원의 부가가치와 3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8%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환경오염 줄이고 가격도 낮춘다" 수소 생산 나선 스타트업

 

새로운 수소 생산법에 나선 기업은 헤이저그룹 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하거나, 전기도 화석연료도 아닌 방식으로 수소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속속 나온다.

 

그간 수소 생산 방식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부생수소 △천연가스에서 직접 추출하는 추출수소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수소가 주였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고, 수전해 방식은 수소 전환 효율성이 낮고 생산비용이 비싸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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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기술별 수소(1kg) 생산비용.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로 청정 수소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은 현재의 수소 kg당 14.90달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풍력으로 얻는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포함한 전력생산 비용)이 떨어지고, 전기분해 효율이 높아져야 수소생산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수소산업 로드맵

 

미국 스타트업 ‘헬리오겐’은 인공지능(AI)과 거울, 태양광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헬리오겐은 앞서 1000℃까지 온도를 올려 전기를 만드는 집광형 태양광 시스템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1500℃까지 온도를 높여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헬리오겐은 혁신적인 기술로 지속해서 거물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를 비롯해 캘리포니아뉴스그룹 회장인 패트릭 순 시옹, 레볼루션 LLC 회장인 스티브 케이스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빌 게이츠는 "혁신적인 태양열 집광 기술의 초기 후원자가 돼 기쁘다"면서 "고온 기술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촉망 받는 발전"이라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트롤리시스는 먹고 남은 음료수 캔으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했다. 물에 넣은 폐알루미늄이 화학적 반응을 통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는 식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남은 알루미늄은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트롤리시스는 수소 생산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10월 스페인 기업 ‘에나가스’에 2500만 달러에 매각됐다.

 

◇ "수소 사회 앞장"... 수소 저장 기술 개발하는 스타트업

 

수소 사회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스타트업들은 더 안전하고 보다 저렴한 저장 방식을 찾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수소 저장 방식은 고압 기체로 수소를 저장하는 것이지만, 압력이 800기압(bar) 정도까지 높아 폭발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스타트업들은 고압 기체 수소 저장 방식 대신 △수소를 극저온 액화하여 액체 수소를 저장하는 방식 △수소를 흡착할 수 있는 고체 물질에 저장하는 방식 △수소 기체를 유기화합물이나 무기화합물 등을 사용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상압·상온에 저장하고 추출하는 화학적 액상 저장 방식 등에 신기술을 개발해 접목하고 있다.

 

2017년 스위스에 설립한 스타트업 ‘GRZ 테크놀로지스’는 흡착 방식의 저압 수소 저장 기술을 개발해 10bar 이하의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기체 수소 저장 방식(200~800bar)보다 압력이 크게 낮아지면서 더 안전할 뿐만 아니라 5~10배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하고 이송할 수 있어 비용도 절감된다.

 

노리스 갈란다트 GRZ 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수소 자동차 개발은 성숙기지만 수소를 저장하고 압축하는 분야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30년간의 연구 끝에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수소를 흡착할 수 있는 다공성 재료를 활용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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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한 충전 시스템으로 액화수소 기반의 이동식 수소 충전소./ 하이리움산업 제공

 

‘하이리움산업’은 국내 처음으로 극저온 액화수소 기술을 개발하고 저장 탱크의 무게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수소는 영하 235℃에서 기체에서 액체로 액화돼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든다. 여기에 하이리움산업이 개발한 저장 탱크를 접목하면 탱크 100kg당 12~18kg의 액화수소를 담을 수 있다. 700bar정도의 고압가스 탱크가 100kg당 5~6kg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저장량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 기술은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 기업 알라카이 테크놀러지스의 액화수소 연료 항공 택시엔 하이리움산업의 저장 기술이 사용된다.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는 "액화수소기술이 적용된 항공 택시는 1회 10분 이내 충전으로 4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며 "수소차와 드론 등을 액화수소로 구동하면 충전 시간은 단축되고 운행 시간은 늘어나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 수소연료전지 활용해 드론 비행 시간·거리 대폭 늘린 스타트업

 

수소 생산·저장뿐 아니라 드론, 항공기 등으로 수소 활용처를 늘리는 스타트업도 많다. 에스토니아 드론제조업체 스카이코프는 수소 구동 드론으로 비행시간을 2배로 늘렸고, 영국의 스타트업 H2고 파워는 3D 프린터로 만든 수소 드론을 가지고 비행시간을 90분까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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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연료전지드론과 배터리드론의 활동 범위 비교./그래픽=박길우

 

2015년 설립된 국내 드론업체 자이언트드론은 리튬 배터리 드론(5~10km)보다 더 넓은 범위에 활용할 수 있는 수소 연료 전지 드론(80~160km)을 개발했다. 3L짜리 수소저장 탱크를 탑재하고,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를 도입해 비행시간이 1~2시간가량이다. 자이언트드론은 강원도청과 손잡고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산불감시 등 소방용 드론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항공기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항공 모빌리티 스타트업 앨러카이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5월 수소 연료 전지에서 동력을 얻는 5인승 항공 택시 ‘스카이’를 선보였다. 우버·인텔이 개발 중인 항공 택시는 모두 배터리 구동 방식이지만, 앨러카이의 항공 택시는 액화 수소를 사용해 운항 시간을 8배 이상 늘려 4시간 이상 날 수 있다. 열과 물만 방출해 친환경적이고, 다른 연료전지 항공기보다 더 많은 적재물을 운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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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카이 테크놀로지스

 

브라이언 모리슨 앨러카이 테크놀로지스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스카이는 교통혼잡을 해소하고, 자연재해 시 구호물품을 전달하거나 운송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제로아비아는 2022년까지 고압 탱크에 저장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20인승 프로펠러 항공기를 단거리 노선에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로아비아는 수소연료전지 동력전달장치물(파워트레인)을 개발한 상태로, 항공기에 달아 시험 비행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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