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8.
지상 123층, 높이 555m. 국내 최고층이자 세계 5위의 초고층 건물. 총 사업비 4조2000억원을 투입해 2017년 4월3일 개장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는 사업 전부터 제2롯데월드, 롯데슈퍼타워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초고층타워의 역사를 새로 쓴 롯데월드타워는 주거와 비즈니스, 관광, 쇼핑을 아우르는 서울 랜드마크빌딩이자 관광명소로 각종 이슈메이커였다. 하지만 공사기간 내내, 그리고 개장 3년째인 지금도 거액의 부채와 공실로 인한 적자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의 명성과 화려함, 그 이면에 숨은 불 꺼진 건물, 시행사의 부실 우려…. 많은 화제와 궁금증을 낳은 롯데월드타워의 3년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주말 리뷰] 서울지하철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과 연결된 ‘롯데월드’ 맞은 편의 롯데월드타워. 롯데그룹이 부지를 사들인 시기는 1987년이다. 이후 롯데월드타워 건설계획은 1994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인·허가 과정만 15년이 걸린 끝에 2009년 5월 착공했고 2010년 11월11일 건축허가를 받았다. 2016년 12월22일 완공돼 이듬해인 2017년 2월9일 최종 사용승인을 받았다. 건설계획부터 준공까지 23년이 소요된 셈이다. 공사 중인 2014년 10월 롯데월드몰 일부가 문을 열었지만 전체적인 공식개장은 2017년 4월3일로 올 4월이면 만 3년째를 맞는다.
롯데월드타워 1~12층은 금융·메디컬·피트니스센터와 갤러리로 롯데월드몰 내 백화점과 연결된다. 14~38층은 오피스, 42~71층은 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 76~101층은 호텔 ‘시그니엘 서울’이다. 시그니엘 서울의 로얄스위트룸은 하루 숙박요금이 2000만원에 달한다. 108~114층은 입주자가 한 층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오피스 ‘프리미어7’으로 구성돼 있다. 117~123층은 전망대 ‘서울 스카이’다. 최상위 상류층만이 살 수 있다는 럭셔리 오피스텔과 명품관 등의 화려함을 내세운 롯데월드타워는 여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사업비로만 4조2000억원을 썼다. 이중 절반은 부채로 메웠다. 롯데월드몰 일부를 개장한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누적 방문객 2억2500만명을 기록했지만 개장 2년째인 2018년에는 적자 규모가 1조원에 가까웠다. 서울 랜드마크빌딩이란 명성의 이면엔 실질적인 기업가치 상승보다 그룹 부실화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롯데는 줄곧 이 같은 지적을 반박했다. 랜드마크빌딩 가치는 손익분기가 아닌 경제효과에 있다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의 경제적가치는 얼마나 될까.
롯데월드타워는 전망대,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몰 등으로 이뤄졌다. / 사진=이미지투데이·머니S
◆연간 이자 수백억원, 영업은 적자
롯데월드타워의 소유주는 시행사이자 지분 75%를 가진 롯데물산이다. 롯데물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로 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비상장기업으로 공시의무가 없다. 1년에 한 번 공시하는 외부감사 보고서 외에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개장 첫 해인 2017년 54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이듬해는 롯데케미칼 주식 처분 이익에 따른 법인세 4875억원을 반영해 906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가 1조원 가까이 됐다. 매출은 2017년 3193억원, 2018년 42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과 그에 따른 손익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롯데물산은 100억원 미만의 적자나 소폭 흑자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공개 의무가 없는 만큼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약간의 흑자나 수십억원대 적자를 예상한다. 적자라고 해도 전년대비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사업비 가운데 절반인 2조1000억원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준공 초기 연간 이자비용만 550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부담이 큰 가운데 최근의 저금리 기조는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개장 4년차인 현재 시점에 남은 차입금은 1조6000억원이라고 롯데물산은 밝혔다. 장·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 사채를 합한 금액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 부지가격은 1987년 매입 당시 819억원에서 2018년 공시지가 기준 3조8360원, 시세 기준 9조2467억원으로 뛰었다. 시세 기준으로 31년 만에 땅값이 약 113배 급등했지만 실질적인 차익이 아니어서 문제는 롯데월드타워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롯데물산이 부채상환을 위해선 레지던스 분양이나 오피스 임대료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롯데물산의 매출 구성에 롯데월드타워 운영수입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레지던스 분양률 저조와 오피스 공실은 최대 난제”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상업시설과 오피스 임대료, 레지던스 분양대금은 롯데물산의 매출”이라며 “분양가는 정해져 있어도 가격조건을 협상할 수 있고 부동산경기에 따라 더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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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물산 실적. /그래픽=머니S
◆불 꺼진 오피스, 올해는?
롯데는 대외적으로 ‘롯데월드타워의 손익분기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실제 롯데월드타워 같은 초고층타워는 짧은 시간 내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랜드마크빌딩이란 상징성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논리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건축물을 조국에 남기겠다”며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여긴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21세기 첨단산업 중 하나가 관광인데 언제까지 외국인에게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다. 우리도 세계적 명소가 있어야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롯데가 제시한 롯데월드타워의 경제효과는 연간 10조원, 유동인구 1억명이다.
그렇더라도 적자가 쌓일 경우 기업 부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사업보고서인 지난해 외부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이자비용은 연결기준 898억원으로 영업손실(149억원)의 6배를 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구조. 롯데물산은 2010년 건축허가 후 영업이익이 거의 없어 사업비를 일본계 은행의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배당수익과 보유현금으로 이자비용을 냈다”고 말했다. 롯데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7년 2687억원에서 2018년 2218억원으로 17.5% 감소했다.
만약 2018년 수준의 이자비용과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현금성자산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롯데는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을 주장했다. 롯데물산은 임대차계약을 완료한 유한킴벌리가 올 상반기 입주할 경우 오피스 공실률이 10%대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8년 11월까지 롯데월드타워 오피스 공실률은 60%다. 공실의 40%가량은 계열사인 롯데쇼핑 e커머스, 롯데컬처웍스,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MCC 등이 입주해 채웠다.
고가 임대료로 입주자를 구하지 못한 ‘프리미어7’은 걸림돌이다. 전세계 70억명 인구 중 7명만을 위한 비즈니스 공간이란 의미의 ‘프리미어7’은 이름만큼 주인을 찾기가 힘들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리츠를 설립, 롯데월드타워 간접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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