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4
대한민국 제조업 성장사와 궤를 같이하는 국가산업단지가 개조를 위한 대수술을 받아야 할 시점인 듯하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의 부진에다 중소 협력업체들에 몰아닥친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제가 이중 삼중 부담으로 작용해 입주 기업들을 주저앉히고 있다. 국내 최대 국가산단인 울산미포단지의 지난해 수출액은 424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생산액도 114조8671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6% 후퇴했다. 입주 업체도 2018년 878개에서 지난해 844개로 줄었고, 고용인원도 전년 대비 뒷걸음질을 피하지 못했다.
국내 인력이 육체적으로 힘든 제조업체에서 일하기를 꺼려 기술을 전수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난관에도 봉착해 있다.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하는데 그나마 비자 발급 제한 등으로 안정적인 공급도 어렵다.
여기에 조여드는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다 환경 규제까지 더해져 제조업의 손발 구실을 해야 하는 뿌리산업이 흔들리는 사태로 이어진다. 특히 뿌리산업 업체들은 전체의 44%가 매출액 5억원을 밑도는 영세한 규모여서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국의 산업단지를 정비해 스마트산단 및 도시첨단산단 등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국가산단 중 5곳, 2022년까지는 15곳의 허브산단을 지정해 인근 대학·연구소·산업체와 연계함으로써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조 작업의 법적 근거인 노후거점산단특별법에서 착공 후 20년을 경과한 단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전체 1212곳 중 765곳은 아예 제외 대상이다. 법부터 개정하지 않으면 범위를 확대하기 어렵다. 제조업 뿌리산업 공장에 IT 기반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스마트팩토리로 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변신이 젊은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다.
개별 업체의 스마트화 다음엔 기업 간 데이터 연결과 공유로 산업단지 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스마트산단으로 탈바꿈을 통해 젊은이들이 선택하는 일터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