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6.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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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
'5년만의 제로금리 복귀, 양적완화 재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포인트 긴급 인하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5년만에 열었다. 7000억달러(약 853조원) 규모의 양적양화도 단행키로 했다. 미국까지 제로금리 대열에 합류하면서 전세계가 'R(Recession)의 공포'를 넘어 'J(Japanification)의 공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화(Japanification)’는 제로금리와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서도 저물가, 저성장의 수렁에서 벗어나오지 못한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를 빗댄 말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11년만의 불마켓(강세장)을 끝내며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한 데 이어 미 국채 금리가 1%를 밑도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연준의 대응 방식은 미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줄줄이 ‘일본화 클럽’에 가입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앞서 지난 3일 0.5%포인트 금리를 긴급인하 한데 이어 오는 17~18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이틀 남겨두고 이날 금리를 1%포인트 또 긴급 인하했다. 연준은 이로인해 17일 FOMC를 열지 않는다.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아직 본격화 하지 않은 가운데 연준이 가진 가장 큰 무기를 초반에 모두 소진해 버린 것에 ‘일본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앞으로 추가적인 경제 충격에 대응할 마땅할 도구가 없는 데다가, 이런 가정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처럼 무한정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굴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블룸버그TV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자리에 진입했다”면서 “이 자리는 빠져 나가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데이비드 만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곧바로 시중에 뿌리는 ‘헬리콥터 머니’는 이번 코로나 충격 뿐만 아니라 올해 내내 유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포브스지는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 일본 정부가 했던 실수를 똑같이 범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유럽은 이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부임한 2011년 이후 꾸준히 금리를 내리다 2014년엔 마이너스 금리에 접어들며 일본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임기 8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예금금리를 1.25%포인트 인하했다. 무제한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도 지속했다. 이는 유로존을 재정파탄으로부터 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ECB가 사용가능한 무기를 모두 소진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 때문에 ECB는 지난 12일 코로나19 대응책을 발표할 때도 기준금리와 예금금리를 모두 0%, -0.5%로 동결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한시적으로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리며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택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이코노미스크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누군가 나서야 할 차례”라고 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통화정책 권한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만 드러냈고, 이제는 정부의 책임만이 남았다”고 했다.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을 때도 일본 정부가 나섰다. 6%대의 금리를 1%대로 낮춘 후, 인프라 투자, 주가 부양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불황은 깊어져만 갔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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