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흐름. 미래변화>****

집밖에서 돈을 안쓴다…`큐코노미(Qconomy·격리경제. (Quarantine+Economy)) :` 쇼크.대면소비 꺼려 소매경기 위축 정부 돈풀기로 해결 쉽지않아

Bonjour Kwon 2020. 3. 21. 07:49

 

2020.03.20

3성급 호텔 20여곳 임시휴업

5성급 워커힐도 한달간 휴장

 

"기업 버틸수 있도록 직접적 지원책 절실"

◆ 큐코노미 쇼크 ① ◆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204실 규모의 3성급 호텔인 크라운파크 호텔은 지난주부터 4월 30일까지 임시 휴업을 선언했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휴장'을 꺼리던 5성급 호텔 그랜드 워커힐 서울도 20일 한 달간 임시 휴장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북 경주의 5성급 호텔 힐튼도 이달 초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설 연휴 이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모두 끊기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국인 소비도 급감하면서 두 손을 든 것이다.

 

코로나19로 '큐코노미(Qconomy·격리경제)'가 본격화하면서 실물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큐코노미는 격리(Quarantine)와 경제(Economy)를 합성해 매일경제가 만든 용어다. 큐코노미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꺼리는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소비가 마비되는 현상이다. 개인 소비가 마비되면 이와 직결된 서비스 기업들부터 큰 타격을 입는다.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 실업자가 양산되고 이는 다시 경제 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와 경제에 큰 충격을 준다. 우리 경제가 겪었던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화부채에서 시작됐고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두 위기 모두 대외적 불안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해법도 외환보유액 확충과 수출 증대를 통한 대외 균형 회복에서부터 찾았다. 하지만 '큐코노미'의 충격은 국내외 소비의 극심한 위축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위기의 양상과 파급 경로가 이전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과 함께 미국, 중국, 유럽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 소비 경기가 함께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큐코노미로 인한 경제 충격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위기 징후는 각종 지표로 확인된다. 20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3월 현재 최소 20여 곳의 3성급 호텔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서울의 대표적인 5성급 호텔들은 3월 객실 점유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호텔 매출은 내외국인 비중이 반반으로 외국인이 안 오면 내국인을 대상으로 판촉을 했는데 지금은 판촉 대상이 아예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화점과 마트를 중심으로 한 롯데쇼핑의 경우 1997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0.44% 감소하는 데 그쳤고 1998년과 2008년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2.27%, 8.8%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매출 성장률은 롯데백화점이 1~2월 두 달간 전년 대비 -8.9%, 롯데마트가 -4.9%를 기록 중이다. 면세점은 훨씬 더 타격이 크다. 매출 증가율은 국내 한 대형 면세점의 경우 전년 대비 -50%, 특히 공항 면세점은 -90%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큐코노미는 위기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적인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큐코노미의 충격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극심한 소비 위축과 이에 따른 소매 경기 불황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면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큐코노미의 특성 때문에 정부가 금리를 낮추거나 돈을 풀어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이 실물경제에서는 겉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경제위기의 특징은 대면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라 정부가 대면 소비를 장려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면서 "코로나19 감염이 없어질 때까지 기업들이 생존하며 버틸 수 있도록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용어 설명>

 

▷ 큐코노미(Qconomy·격리경제) : 감염 예방을 위한 '격리' 또는 '봉쇄'라는 뜻의 'Quarantine'의 앞글자 Q와 경제 'Economy'와의 조어. 소비자들이 외부 접촉을 꺼리면서 정부가 돈을 풀어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 강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