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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노인세대는 부양의 대상?ㅡ순자산 40대보다 많다.염색보다 화장으로 `멋`가꾸고…반려동물 `벗`

Bonjour Kwon 2020. 3. 23. 08:37

 

 

 

2020.03.22

 

① 노인세대는 부양의 대상?…순자산 40대보다 많다

② 노인은 사회적 민폐다

③ 노인은 돈을 안 쓴다

④ 나이 들면 창의력 떨어진다

⑤ 노인 탓에 청년 일자리 준다

 

◆ 창간 54 국민보고대회 ◆

 

술이 거나하게 취한 노인 여럿이 대낮부터 드잡이질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흘러간 세월을 추억하는 온기 없는 대화가 흘러간다. 근처를 지나는 청년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빠르게 지나친다. 마치 그 주변이 오염지역이라도 되는 것처럼.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때론 이렇게 차갑다. 그러나 노인을 둘러싼 견해를 찬찬히 뜯어보면 오해와 편견인 경우가 많다. 22일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이 고려대 시니어트렌드와 마케팅연구그룹과 공동 연구한 빅데이터 분석 역시 이를 방증한다. 실버 산업 전문가들 역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것이 욜디락스의 선결 조건이라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매일경제가 노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 5가지를 꼽아보니 가장 큰 부분이 '노인은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존재'라는 점이었다.

 

 

 

100세 시대 노인은 사회·경제·정치 전반에 민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일찌감치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헬스케어뿐 아니라 변화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택 리모델링, 여행 도우미 서비스 등 전 산업에 걸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신시장이 개척되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도 시니어 비즈니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인을 부양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60세 이상의 순자산은 3억5817만원으로 40대(3억4426만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바탕으로 소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도 요즘 노년층의 특징이다. 노인들은 돈을 안 쓴다는 편견이 무색하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고객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7.1% 늘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년 대비 매출 증가세가 전체에서는 들쭉날쭉했던 것과 달리 60대 이상에서는 매년 7%대로 꾸준히 늘었다. 김영선 경희대 노인학과 교수는 "신규 노인 세대로 진입하는 베이비부머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뤄냈고, 기술 발전, 사회 변화를 주도했던 분들이다 보니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자기 주도적"이라고 분석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창의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해묵은 편견이다. 지난해 97세 나이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구디너프 교수는 여전히 매일 연구실에 나가 연구를 수행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취업난 속에서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면 청년층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생각 역시 바꿔나가야 할 편견이다. 미국 국가경제분석국에서 내놓은 논문에 따르면 청년 취업과 시니어 취업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주도한 조너선 그루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미국·일본 등 선진 12개국에서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청년(20~24세)과 중장년(55~64세) 취업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들 세대 간 일자리는 늘 때 같이 늘고, 줄 때 같이 줄었다.

 

[특별 취재팀 = 한예경 기자(팀장) / 홍장원 기자 / 박대의 기자(일본) / 유준호 기자(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 / 김문영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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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보다 화장으로 `멋`가꾸고…반려동물 `벗` 삼는 욜드

 

빅데이터로 욜드 분석해보니

 

백발 감추려고 애쓰지 않고

아름다워지려는 노력 적극적

"근육 키우려 운동" 3년새 2배

 

가족·친구에게 의지하기보다

반려동물·연인에 대한 관심↑

자유여행 즐기려 외국어 도전

◆ 창간 54 국민보고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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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5년 전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맞이한 이민주 씨(67)는 아직도 오전 8시면 매일같이 학교에 나간다. 집 근처 한 초등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움터 지킴이는 아이들의 안전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씨는 학교 앞 경비실로 출근하고 있지만, 그가 하는 일은 경비 업무 이상이다. 학생들의 안전 보호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님들에게 교과과정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교사들도 그를 든든히 의지하고 있다. 학교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데다 교사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틈나는 대로 이탈리아어를 배워둔 그는 올 여름방학 때는 그리스·로마 역사 탐방을 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당분간 어렵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해외여행 대신 올가을쯤에는 한반도 자전거 종주를 떠나겠다며 벌써부터 체력단련에 들어갔다.

 

학력수준이나 경제력이 높아진 은퇴자들이 쏟아지면서 세상이 확 바뀌고 있다.

 

 

 

그들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요즘엔 멋져 보이기 위해 운동하고, 염색보다는 화장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는 지난 1월부터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타파크로스와 함께 욜드 세대의 트렌드를 직접 분석한 결과 빅데이터로 본 욜드 세대는 기존 고령층과는 많이 달랐다.

 

노년층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그들을 칭하는 용어에서부터 드러났다. 3년간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은 97%에 달했다. '고령층'(72%), '노인'(75%), '어르신'(85%) 등과 비교하면 자신을 '늙음'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칭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젊게 나이들기를 바라는 욜드들이 늘면서 2016년 이후 시니어와 관련된 담론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시니어'에 대한 담론도 지속해서 변화해왔다. 2016년 욜드 사이에서는 은퇴 후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후 건강과 취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019년에는 모델, 패션 등으로까지 확장됐다.

 

 

 

본인을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겠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욜드의 관심 변화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이다. 이제 고령자들은 건강만을 목적으로 운동하지 않는다. 타파크로스가 운동에 관한 시니어들의 관점을 분석한 결과 2016년에는 건강 유지와 감정적 단련을 위한 목적이 주를 이뤘다. 2019년에는 다른 사람들과 즐기면서 멋지고 아름다운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운동을 꼽는 의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욜드의 근육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타파크로스 분석 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욜드 세대의 근육에 대한 언급량은 2016년 518건에서 2019년 1168건으로 3년 새 2배 이상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청년 세대가 고작 일주일에 하루 운동하지만, 욜드는 많게는 일주일에 7일이나 강도 높은 운동으로 근력을 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욜드 세대들이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외모 관리에 나서면서 스스로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갖는 욜드도 늘고 있다. 타파크로스 분석 결과 2019년 한 해 동안 외모 관련 검색어에서 메이크업이 3위로 2016년(7위)보다 높게 나타났다. 향수, 피부관리 등도 새로운 검색어로 등장했다. 욜드가 염색으로 백발을 감추려고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은퇴 후 회사나 사회생활에서 멀어진 욜드가 친구와 가족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타파크로스의 소셜데이터 담론 분석에 따르면 욜드의 가족과 친구에 대한 담론 비중은 2016년 93%에서 2019년 74%로 줄었다. 반면 반려동물에 관한 담론은 7%에서 21%로 증가했으며 연인 관련 담론도 새롭게 등장했다. 욜드들이 반려동물을 가족과 친구에 버금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여행을 즐기는 욜드들이 늘고 있지만 더 이상 깃발을 따라다니는 효도관광은 욜드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타파크로스 분석 결과 욜드는 자유여행을 즐기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업무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이제는 여생을 즐기기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욜드가 늘고 있다.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고려대 시니어 트렌드와 마케팅 연구그룹장)는 "욜드는 '인생 두 번 살기'를 실천하는 신청년"이라고 정의했다.

 

[특별 취재팀 = 한예경 기자(팀장) / 홍장원 기자 / 박대의 기자(일본) / 유준호 기자(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 / 김문영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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