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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M&A시장…투자얼어붙고 미팅기회도 없어사모펀드 "인수보다 관리 집중. 유동성 풍부해 팬데믹後 주목".

Bonjour Kwon 2020. 3. 27. 07:28

 

1분기 거래규모 3兆 `역대최저`

입력 2020.03.26 "작년比 반토막"

 

코로나 사태이후 거래 고작 3건

 

 

미래에셋 7조 美호텔건 연기해

키움證 베트남증권사 인수철회

 

 

◆ 레이더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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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15개 미국 호텔 인수 작업 마무리가 6~7월로 연기됐다.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 측이 소유한 미국 내 15개 호텔을 58억달러(약 7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미래에셋은 당초 3월 말까지는 자금을 완납하고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26일 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최근 안방보험 측과 3개월가량 딜클로징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미래에셋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지 실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호텔 가치가 하락했고 이로 인해 현지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도 지연 이유로 보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진행 중이던 국내 1위 완구업체 영실업 매각 작업 역시 연기됐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교육·출판 기업 미래엔은 최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수 여부 판단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협상 막바지 단계였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협상 작업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린이집 휴원·휴교 등으로 완구류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매각 작업 자체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올해 1분기 한국에서 이뤄진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 규모가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진 데다 M&A 거래 성사를 위한 인적 교류가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레이더M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에서 이뤄진 기업 경영권 인수 거래 규모는 3조27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 공표된 규모 50억원 이상 국내 기업 경영권 거래와 국내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 등을 합친 금액이다.

 

 

이는 전년 동기(6조6888억원) 대비 55%나 급감한 수치로 레이더M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1분기 3조6763억원보다 낮은 사상 최저치다. 최근 국내 M&A 딜을 주도하던 PEF들이 조 단위 펀드를 조성하면서 당초 올해 M&A 시장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뒤틀렸다. 코로나19 후폭풍이 본격화한 이달 거래된 기업 경영권 거래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545억원) 등 3건으로 총 1277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2~3분기 M&A 규모는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물밑에서 진행 중이던 협상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키움증권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베트남 증권사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키움증권은 신남방정책에 따라 지난해부터 동남아 국가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 왔으며, 연초 베트남 증권사 1곳을 특정해 실사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키움증권은 가격 협상까지 끝내고 1분기 내 계약에 합의했지만 최종 계약을 앞두고 인수를 철회했다.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다. 이달 초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 명으로 불어나자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막는 등 양국 간 교류가 어려워진 것도 결정적이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이 한국에서 온라인 경쟁력을 통해 혁신을 일으켰듯이 외국에서도 온라인 증권사업 모델을 키워볼 계획이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이마트가 진행해오던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VROONG) 운영사 메쉬코리아 지분 투자 협의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즉시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메쉬코리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이처럼 사업상 필요에 의한 투자마저도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IB 업계에서는 이 딜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고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도 앞으로 방향이 비대면 서비스 확대라고 보기 때문에 상황이 진전되면 다시 협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M&A 플레이어인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마트가 스타필드를 짓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서울 마곡지구 용지를 25일 태영건설-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8158억원에 매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 매물을 소화해야 할 PEF 역시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외국계 PEF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 인수 당위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올 상반기에는 기업 인수보다는 기존에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에 더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EF가 이미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위기감 측면에서 기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접촉이 사실상 봉쇄된 현시점에서 거래를 이어가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M&A 시장에 유동성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만큼 풍부하기 때문에 수개월 내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면 상반기 이후로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들이 PEF에 출자하기로 약속한 출자 약정액은 84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9조8000억원 늘어난 상태다.

 

[김기철 기자 / 한우람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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