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 센터

데이터센터 사업에 족쇄 채우려는 정부…국내 기업만 '냉가슴'정부가 민간 IDC 관리하는 방송통신발전법 개정 추진.업계 "영업비밀 유출 우려사업경쟁력 추락 불보듯"해외기업은 법 적용 어려..

Bonjour Kwon 2020. 5. 13. 05:04
2020.05.12

해외기업은 법 적용 어려워
국내기업만 '역차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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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체감규제포럼 등 4개 단체가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규제입법`(방송통신발전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홍성용 기자]

정부와 국회가 민간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IDC) 사업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IDC 족쇄 채우기' 규제를 추진하고 있어 산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대 국회를 보름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이해당사자들과는 논의 한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는 데이터 기반 사업을 하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핵심 기술만 유출되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해외 기업들은 규제하지 못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에 민간의 IDC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박선숙 민생당 의원 발의)을 통과시켰다.

과방위는 "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데이터가 소실될 경우 기업과 소비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인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포함해 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앞으로는 네이버·NHN 등 데이터 기반의 클라우드 사업을 운영하는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설비통합운용 자료 공유, 정부의 설비 감독 조사권 보장 등 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어기면 최대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민간 데이터 규제를 명목으로 기업 비밀을 유출시켜 해외 기업에 대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용자 개인의 사생활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제도적 정치가 이미 마련된 상태에서 불필요한 의무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중복 규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망법에는 방송통신재난으로 IDC가 작동하지 않아 주요 데이터가 소실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상태다.

아울러 데이터센터가 국내 기업의 영업과 관련한 기밀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보안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근간이자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IDC는 시설과 인프라 장비 자체가 영업 비밀이자 핵심 경쟁력"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고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포함되면 정보의 보안 유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아마존과 MS 등 해외 사업자들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국내 기업만 처벌하는 방식으로 흘러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의 경우 데이터센터의 위치도 파악이 안되고 내부 구성도 공개되지 않는 게 허다하다.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노출되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정부가 구글의 서울 리전, 오라클의 춘천 IDC도 들여다보겠다고 할 수 있는지 상당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의 사생활 침해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메일 등 개인 데이터를 국가가 원하면 언제든지 들여다볼 개연성이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체감규제포럼 등 4개 단체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통과되면 위헌이라고 본다.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임기 말 쟁점법안 졸속처리의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졸속 처리됐다는 의견은 4단체를 포함한 업계 전반의 대체적인 비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3월 4일에 발의된 지 64일여 만에 국회 과방위를 통과했다. 21대 총선 등 이슈가 국회를 뒤덮었음을 감안할 때 두 달 동안 소위에서 심층 논의 한번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국내 IT 기업이 가만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그 이유"라고 꼬집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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