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펀드.벤처기업.신기술금융

정부, 대기업 CVC 설립 허용..비금융 지주회사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Coperate Venture Capital).국내 투자만 .대출금융불가..한국판 ‘구글벤처스’ ‘캐피탈G’, 인텔의 ‘인텔캐피탈’ 등

Bonjour Kwon 2020. 7. 31. 06:43


정부, 대기업 CVC 설립 허용했다

앞으로 비금융 지주회사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Coperate Venture Capital)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방안’을 발표했다. CVC를 원칙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허용은 아니다. 자본조달 및 투자대상에 제한을 뒀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CVC 규제가 허용됨으로써, CVC가 늘어나거나 해외 투자에 전념하던 대기업 CVC가 국내로 들어올 수 있을 전망이다.

CVC란
CVC란 일반적으로 기업이 소유한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소유한 ‘구글벤처스’ ‘캐피탈G’, 인텔의 ‘인텔캐피탈’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는 상당수가 CVC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CVC가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허용되지 않았었다. 공정거래법에는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규제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일반지주회사만 이 규제에 갇힌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기업집단을 지주회사 형태로 유도하고 있는데, 지주회사가 되면 규제가 더 생기는 셈이다. 반면 지주회사가 아닌 삼성전자는 합법적으로 삼성벤처투자라는 CVC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역시 지주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CVC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제 지주회사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그렇다고 지주회사들이 CVC를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주회사 시스템 밖에 있는 계열사 밑으로 CVC를 두던가, 해외에 만들면 가능하다. 롯데의 경우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지분을 호텔롯데로 넘겼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라서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SK그룹은 미국법인을 통해 300억원 규모의 벤처 펀드를 운영중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도 마음만 먹으면 CVC를 만들 수 있는데, 괜한 규제로 스타타업 생태계만 위축시키고, 투자금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리는 역효과만 나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내에서도 CVC 허용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혁신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기재부는 CVC를 허용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길 원했고, 경제검찰인 공정위는 금산분리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

정부, CVC 일단 허용, 제약은 있어
이날 발표된 내용은 일단 CVC를 허용하면서도 공정위의 우려사항이 최대한 반영된 모습이었다. 우선 일반지주회사가 CVC의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했다. 부채비율도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을 두었다. 이는 현재의 벤처캐피탈보다 5~10배의 제약이다.

또 타인자본을 이용한 대기업 지배력 확장을 방지하고, 총수일가의 사익추구를 막기 위해 펀드 조성에 제약도 뒀다. 펀드 출자를 허용하되, 총수일가 및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의 출자를 금지했다. 그룹 외부자금 출자는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로 제한했다. 즉, 총수일가의 개인적인 자금이나 금융 계열사의 자금이 아닌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중심으로 펀드를 운영하라는 의미다.

또 이 펀드는 총수일가와 관련된 회사에는 투자할 수 없고, CVC의 계열사, 대기업집단 소속기업에 대한 투자도 금지된다. 해외 투자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했다. CVC가 투자한 회사를 대기업 계열사로 편입시키려면 10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설립형태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업자지분구조차입규모는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업무범위오직 투자만, 다른 금융행위 금지자금조달총수일가, 금융사 출자 금지, 외부자금은 펀드의 40%로 제한투자제한총수일가 투자 금지, 계열사 투자금지, 대기업 투자금지, 해외투자 20% 초과 금지.투자규제등록 3년 내에 40% 이상 투자해야 함(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자에만 투자해야 함(신기술사업금융회사)


대기업 vs 벤처, 온도차
정부의 발표에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환영을 표시했지만 온도차는 좀 있었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CVC 보유가 허용됨으로써 민간자본의 벤처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고 신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대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협력과 성장기반을 조성함으로써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하는 한국형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협의회에는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코스닥협회, 한국모바일기업진흥협회, 한국바이오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엑셀러레이터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인공지능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은 “그간 엄격하게 금지되던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이번 정책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정책의 취지가 어려움에 놓여있는 벤처기업의 생존과 미래지향적 벤처창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CVC가 제한적으로 허용됨으로써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shimsky@byline.network
ㅡㅡㅡ
롯데가 마켓컬리에 직접투자 가능…`한국판 구글벤처스` 길 열려
백상경 , 문재용 기자
입력 2020.07.30


기업지주사 소유 벤처캐피털 외부자금 조달 40% 제한

배민·쿠팡 등 알짜 스타트업들
獨·日 자본 들어와 투자했는데
韓기업은 금산분리에 막힌 상황
앞으론 CVC 설립 통해 가능

지주사가 지분 100% 보유 조건
당정, 연내 법제화 목표 서둘러
◆ 대기업 CVC 허용 ◆

78227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지난 25년간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사실상 금지됐던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기업 투자가 가능해진다. 미국 구글의 '구글벤처스'처럼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사인 '대기업 벤처캐피털(CVC)'에 한해서 지배와 소유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현금이 넉넉한 대기업이 스타트업·혁신기업 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3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지주회사는 통상 대기업의 지주사다.

벤처캐피털은 자금을 끌어모아 신생 기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일종의 펀드로 공정거래법상 금융회사 성격이다. 그간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 소유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1995년 은행법에 은산분리를 규정하면서 공정거래법에도 금산분리 규정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방안대로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 보유가 허용될 경우 대기업들이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그룹이 지주사 아래에 CVC를 설립해 '마켓컬리'와 같은 유망한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물론 지금도 지주체제 바깥에 CVC 계열사를 만들거나, 해외법인 CVC를 설립하는 형태의 '우회로'는 있었다. 롯데가 2017년 지주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체제 밖 계열사인 호텔롯데의 자회사로 만든 것이나, SK가 미국에 SKTVC라는 CVC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주체제 내 계열사에 비해 의사결정의 속도가 늦고, 투자 활동이 상대적으로 단편적·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또 해외 벤처에는 투자하면서, 정작 국내 유력 스타트업 기업들을 해외 거대자본에 넘겨주는 사례가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CVC 보유를 허용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배달의민족(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쿠팡(일본 소프트뱅크), 직방(미국 골드만삭스), 토스(미국 페이팔·굿워터) 등 국내 유니콘기업 상당수가 해외 자본의 영향력하에 있다.

여기에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벤처 투자가 둔해지면서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작년 기준 약 25조원에 달하는 37개 대기업 지주사의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을 창업 생태계로 흘려보낼 필요성도 커졌다. 이런 대규모 유동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다 행여 부동산으로 흘러가면 또다시 땅값·집값 등을 불안하게 만들 거란 우려도 이번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연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CVC 허용을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이원욱·이용우 의원 등이 각각 국회에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7건, 벤처투자법 개정안 1건 등과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추진방안에 따르면 CVC는 기존의 벤처캐피털과 같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또는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형태로 설립할 수 있다. 소관 부처(각각 중소벤처기업부·금융위원회)는 동일하며, 최소자본금 등의 기준도 기존 소관 법률에 따르면 된다.

그간 지주회사 체제 외부에서 CVC를 운용하던 대기업들은 CVC를 체제 내부로 대거 편입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각종 제약을 함께 걸었다. 우선 지주회사가 직접 출자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형태로만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외부에서 자본을 마구잡이로 끌어와 몸집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CVC 차입 한도도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했다. 900~1000% 수준인 일반 벤처캐피털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업무 범위와 투자금 조달, 투자 대상에도 한계를 뒀다. CVC 도입 취지를 감안해 오로지 '투자' 업무만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금융업무는 하지 못하도록 했다. CVC가 펀드를 조성하는 경우 외부자금은 펀드 전체 조성액의 최대 40%로 한정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다 기업의 지배력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주체제 안의 다른 계열사가 펀드에 출자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총수 일가나 금융계열사가 출자를 하는 것은 엄격하게 막는다. CVC가 다른 계열사,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 다른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했다.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에 악용하거나, 대기업에 지나치게 경제력이 쏠리는 것을 우려한 규제들이다.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 투자규모는 CVC 총자산의 20%로 제한했다. CVC 설립 형태별로 기존의 법령에 따른 투자의무는 동일하게 부여할 방침이다. 창투사는 등록 후 3년 내에 총자산의 40% 이상을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고,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는 신기술사업자에게만 투자할 수 있다.



또 CVC는 출자자 현황, 투자 내역, 자금대차관계, 특수관계인 거래관계 등을 공정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총수 일가의 지분 투자가 완전히 가로막힌 것 때문에 기업 오너들이 차라리 지주체제 바깥의 CVC를 유지하거나,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주회사 체제 내로 들어간다면 전략적 투자가 촉진되고 그룹사 시너지가 날 수 있어 유인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백상경 기자 /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