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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규제는 없다.이분법적 이념 사로잡혀.무엇이 소비자와 국가를 위한 걸까?.서울 주택인허가 30%줄었는데 무슨수로 집값잡나?

Bonjour Kwon 2020. 8. 3. 07:54


2020.08.03

대형마트 의무휴업 8년째
전통시장 안 살아나고
유통산업만 활력 잃을 판
무엇이 소비자 위한 걸까

국가경제의 생산성을 위해서는 제조업만큼이나 3차 산업이 중요하다. 유통과 물류업은 고용과 소비 증진은 물론, 경제 전반에 대한 후방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성장에는 예외 없이 유통기업의 발전이 동반돼 왔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거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 생산성은 미국의 25%와 일본의 26%에 불과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만연한 탓에 소비 수요를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하고, 이런 상황이 다시 유통·제조업의 성장세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최근 들어 크게 나아졌다는 확신적인 데이터도 없다.

코로나19 정국은 취약한 국내 유통업 전반에 또 하나의 충격파를 던져줬다. e커머스와 온라인쇼핑은 전통적인 유통업 영역을 크게 위축시켰다.



최근 들어 비로소 선진국의 그것과 비슷해졌다고 자위했던 백화점과 쇼핑몰, 대형마트를 말 그대로 '쇼룸(showroom)'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편리하고 화려한' 오프라인 유통 현장에서 만져보고 입어보고 먹어본 뒤,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몰에서 10원이라도 싼 가격에 구매 버튼을 누른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재화를 구매하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당연한 경제행위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은 오프라인 매출 감소를 버텨내지도 못하면서, 온라인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2020년 8월 현재 유통업계는 전반적인 사기와 파이팅을 키워줄 수 있는 경제 전반의 관심이 필요하다. 뭐 대단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합리성이 떨어지는, 명분이 약한 규제와 족쇄를 풀어줄 시기가 됐다는 전제다.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대표적이다.



당시 취지는 대형마트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하니, 이를 인위적으로라도 규제해서 약자를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명분과 타당성을 가진 '좋은' 규제처럼 보였다. 결코 적지 않은 8년이 넘은 지금, 그 본래의 규제 취지가 의도했던 것처럼 목적이 상당 부분 실현된 것일까. 경제단체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된 이후 전체 유통업계 매출은 43% 늘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포함한 전문 소매점의 매출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간단히 말해 기대했던 결과가 정반대였다는 것인데, 우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규제가 타당성과 신뢰를 얻으려면, 최소한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가 기대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가지 않는 대신 시장과 다른 소형마트에 갈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다는 확신을 우리 누구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초의 목적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대형마트의 영업행위를 규제하는 자체가 약자와 개별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이런 조치를 확대하려고 한다면,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기업만이 선이라는 이분법에서 이런 규제를 확대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이 소비자와 유통업을 보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복합쇼핑몰, 면세점, e커머스를 모두 일률적으로 의무휴업의 틀 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선(善)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척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가경제를 위한 유통업의 경쟁력을 생각하고, 합리적인 '룰'을 만들어내 정착시키려는 노력이다. 대형마트도 엄연히 소비자들이 즐겨 찾고 원하는 유통채널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중소상인의 보호가 대형마트를 옥죄는 데서 시작된다는 가설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경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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