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8.04
"도시를 황폐화시키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미사일을 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도시경제학이나 부동산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 도는 우스갯소리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임대료 상한제가 왜 이런 발언의 타깃이 된 걸까.
주택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지난달 31일 전격 시행됐다. 시장은 벌써부터 혼란스럽다. 소급 적용에 대한 논란, 신규 계약엔 도입하지 못하면서 기존 임대차와 신규 임대차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전세 매물 급감 등 사례도 다양하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생기는 단기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 보도도 대부분 이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임대차 3법을 자세히 뜯어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임대차 3법 취지는 분명히 좋은 제도다.
그러나 도시경제학과 관련한 책에선 이 법이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대부분 기술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의 근간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신뢰다. 임대차 3법은 차임으로 대표되는 '주거비용'은 낮추지만 '신뢰비용'을 높이는 단점이 있다. 어렵게 들린다면 이렇게 설명해보겠다. 임대료가 제한당하고 여러 제약을 받는 임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임차인은 과연 무조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일까. 아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주거비용을 낮추는 대신 반대급부를 내놓아야 한다. 좋은 집을 빌리는 데 드는 시간, 노력 등 무형의 비용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이 제도를 이미 도입한 독일, 프랑스 등에선 임대인들이 매우 깐깐하게 임차인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개 월세를 구하려면 집주인에게 면접을 봐야 한다. 이때 애완동물 유무, 동거가족 수는 물론 직업 유무(정규직·비정규직), 범죄 유무, 개인신용정보 등 다소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흔하다.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 등 소득증빙서류까지 제출한다.
그렇게 임대주택에 들어간다고 해도 제약이 많다. 정말 깨끗하게 써야 하고 조금이라도 파손된 부분이 있다면 비용으로 물어내기 일쑤다.
집주인이 임대수익이 떨어져 주택 유지비용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개·보수 의무 등을 소홀히 해 결국 슬럼화까지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비용도 단기적으로는 낮추지만 시간을 길게 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임대수익이 낮다 보니 집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거의 없어지고, 신규 주택 건설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베를린은 향후 38만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공급 물량은 연간 1만5000가구 수준에 머무르면서 매매·임대 모두 강한 상승 압력에 노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독일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독일 베를린의 '임대료 5년 동결' 결정도 이 같은 배경에서 극단적인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이 대다수다.
당정은 임대차 3법을 도입한 이유를 주택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바우처 지급 등 다른 방안도 분명히 존재한다. 왜 도시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위험한 방법'이라고 일컫는 길을 꼭 가야 하는지 우려스럽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