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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빅샷의 충고…"금융·질병 이어 기후변화 팬데믹 올것"●중국경제조기회복,패권변화속도 가속●대형산불 이상기후 전조●코로나가 미래 앞당겨 대박기회●디지탈빅뱅

Bonjour Kwon 2020. 10. 14. 11:27
2020.10.13

"(저무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반대 사이클을 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를 일군 레이먼드 달리오 회장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힘의 역전`을 강조했다. 달리오 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시간은 중국 편이지 미국 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힘을 보여주며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미국 싱크탱크인 밀컨인스티튜트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12일(현지시간) 개막했다.

매년 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던 이 행사는 코로나19 사태로 몇 차례 연기된 끝에 이날부터 영상으로 개최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된 세계 질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거물들의 토론이 시작됐다.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달리오 회장은 역사적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새롭게 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세계를 지배해온 권력은 계속 바뀌어왔다"며 소련의 몰락을 예로 들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한 것에 주목했다. 위기를 계기로 패권의 축이 바뀌는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중 간 정면충돌 양상을 우려하며 `지는 권력`(미국)은 `뜨는 권력`(중국)과 공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전쟁을 비롯해 역사를 보면 갈 길이 보인다"며 "(미·중 간에는) 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팬데믹`이 질병 분야뿐 아니라 지정학, 금융, 기후변화 등 다른 3개 분야에서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프리드먼은 "3개 팬데믹은 이미 도래했으며 기후변화 분야 팬데믹이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대형 충격 이전에는 위기의 징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팬데믹은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전조였으며, 9·11 테러(지정학 팬데믹)는 1993년 월드트레이센터 폭탄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금융 팬데믹)는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 등 전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남은 팬데믹인 기후변화 분야는 미국 서부 지역, 호주 대형 산불, 각종 이상기후가 위기의 전조라고 봤다. 그는 "글로벌화로 점점 세계가 평평해졌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 단독대표가 된 이규성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래가 일찍 도착했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이 대표는 "불확실성이 많지만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는 시장에 울퉁불퉁한 충격을 줬다"며 "그래서 회복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충격은 지역별, 자산 종류별, 산업별로 달랐기 때문에 회복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 투자 기회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회복 과정에서 승자·패자 구분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과거와 같은 형태로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CEO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CEO가 있는 회사들의 성과가 더 좋다"며 "헬스케어·신기술 분야에는 분명한 투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책임지는 라지브 미스라 CEO는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경제 빅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고도 성장기에 세계 제조업 기지 역할을 해서 생산성 혁신을 일으킨 것처럼, 이번 사태는 디지털 경제의 생산성 혁신 모멘텀이 될 것으로 봤다. 미스라 CEO는 "지난 6개월간 온라인 교육, 전자상거래, 생명과학 등 분야에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났다"며 "이들 분야의 서비스 비용은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분야에서 중국의 혁신기업이 늘어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나스닥 시장에서 소프트뱅크가 옵션 투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개인투자자와 소프트뱅크가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며 "소프트뱅크는 1999년 알리바바에 투자했고, 2014년에 기업공개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며 장기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상황에서 재정·통화정책의 역할을 강조했다. 캐서린 키팅 BNY멜론 웰스매니지먼트 CEO는 "재정정책은 백신이 나올 때까지 브리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가에서는 예상보다 백신 보급이 늦어질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상당 기간 더 필요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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