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설정액 9조서 5조로…전문 운용사들 줄폐업 위기
입력 2020.11.25
잇단 펀드사고에 은행들 위축
수탁사, 단순 구조상품도 외면
500억 수탁땐 수익 1500만원뿐
"버는것 보다 책임만 커져 기피"
중소형 자산운용사 A사는 해외 선진국의 기술주 중심 상장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간 공을 들인 끝에 상품 개발을 마쳤다. 하지만 수탁업무를 맡아줘야 할 은행들이 운용사의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계약을 꺼리며 발만 구르고 있다.
신생 자산운용사 B사는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통상적인 국내 투자로 수탁 난도가 가장 낮은 편이지만 수탁은행에서는 펀드 자산인 부동산에 임차인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수탁을 거부했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후폭풍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은행권의 수탁 거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모전문 자산운용사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아우성이다. 반면 은행들은 수수료는 적은데 책임과 리스크만 커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당국도 수탁은행 책임을 함께 강조하는 분위기라 당분간 사모펀드 수탁계약 거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운용사의 수탁계약 체결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지역이나 모집규모, 투자대상, 투자자 등을 가리지 않고 사모펀드 수탁 환경이 악화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자산운용사 사모펀드는 전형적인 오피스빌딩에 투자하고자 했으나 최근 수탁계약을 거절당했다. 대체자산인 부동산 펀드가 신탁형으로 설정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해당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내 선호투자방식이던 부동산 투자조차 최근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모펀드 설정액 역시 올해 대폭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9조2000억원에 달했던 사모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5조1000억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전년 대비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펀드 내용에 문제가 없더라도 수탁은행들이 위험 부담을 이유로 과도한 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장애물도 등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자 관계자는 "고율의 수탁보수 요구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수탁사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서 수탁을 거절하거나 체결하더라도 외부에 공표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사모펀드 수탁을 거부하는 이유는 버는 돈은 얼마 안 되는데 책임은 크기 때문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기존에 느슨했던 사모펀드 관련 수탁은행의 관리·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실제로 사모펀드 수탁보수는 평균적으로 0.02~0.03%로 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수탁을 맡게 되면 은행 수익은 많아 봐야 1500만원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수탁사 책임을 강화하고 나서자 은행들이 수탁보수를 0.1%까지 10배 가까이 올리는 케이스도 대폭 증가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수탁은행 책임을 계속 강화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운용지시 등에 대해서 수탁사의 감시 의무를 새로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탁은행은 사모펀드 운용지시가 법령, 투자설명서 등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위반이 있으면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운용사가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수탁사에 부과됐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사모펀드 수탁계약 기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건강한 금융 시장을 만드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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