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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익숙한 금감원,법만들어 은행·보험사 직원 74명 맘대로 데려다 썼다.절반이 5년이상 장기근무 중…"감독지위 활용한 갑질".이제 제고해야 할것

Bonjour Kwon 2020. 12. 22. 10:07
2020.12.20


은행·보험사서 74명 데려와…금융위도 56명 파견받아

◆ 금융당국 인력 파행 운용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민간 기업으로부터 100명이 넘는 직원을 장기로 파견받아 사실상 자신들의 직원처럼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파견 직원들은 감독당국이 지시하는 일을 하면서도 월급은 민간에서 받는 구조여서 금융당국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사혁신처는 금융당국에 대한 외부 파견 인력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금감원 정원 1981명 중 3.7%에 해당하는 74명이 외부로부터 파견된 인사였다. 파견자의 원래 소속기관은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 등 민간 금융사와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민간 금융협회가 대부분이었다.



74명 중 공무원은 검찰 출신이 유일하게 1명 있었다.

이 파견자들 중 금감원에서 5년 이상 장기 근무하는 사람은 총 34명으로 전체 파견자 중 46%에 달했다. 금감원에 10년 이상 초장기로 근무한 민간 파견자도 8명에 달했다. 이들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IBK기업은행 등 대부분 순수 민간 금융사 출신이었다.

금융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10월 기준 금융위에 근무 중인 민간 파견자들은 총 56명으로 금융위 정원 307명 중 18%에 달했다. 정원의 5분의 1을 민간 금융기관에서 충당한 셈이다. 전체 정부 부처 중 정원 대비 민간인 파견 비율로는 금융위가 단연 높았다. 금융위 민간 파견자의 원래 소속기관은 KDB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예탁결제원, 기업은행 등 공공기관과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민간기관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이 외부 직원을 마치 자기 직원처럼 장기간, 대규모로 근무시키는 것은 기관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인력 비용을 민간기관에 전가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금융감독기관이 피감독기관 직원을 파견받아 쓰는 것은 정보 유출, 피감기관과의 유착 등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기관이 외부 민간기관 인력을 파견이라는 형식으로 정원의 20%나 쓰는 것은 명백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금감원에 외부기관으로부터 인력을 받는 파견 제도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으나, 금감원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윤원섭 기자]

억대 인건비 한푼도 안내…"금융감독 독립성 위해 민간고리 끊어야"피감 금융사 파견인력
제멋대로 쓰는 금감원

민간금융사에게 분담금 명목
감독수수료 年3000억 걷어
퇴직 후엔 피감기관 낙하산
공공기관 지정 목소리 커져

금감원측 파견제도 묵묵부답

금융감독원이 피감기관인 민간 회사 직원을 파견받아 자사 직원처럼 인력을 운용하는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감원 전경. [김호영 기자]
'민간 금융사에서 인력 파견받고, 민간 금융사에 분담금 부담시키고, 퇴직 후에는 민간 금융사에 취업하고….'

금융감독원의 인력·자금 운용 행태가 감독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독립성과 공적 기관으로서의 윤리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감원이 피감독기관 직원을 대거 징발해 장기간 파견근무를 시키는 모습이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지정 등 금감원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이 피감기관인 외부 민간 회사 직원을 파견받으면 무엇보다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컨대 금감원의 감독 대상인 삼성생명의 직원이 금감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면, 제대로 된 감독을 기대하기 어렵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부에 민간 은행 직원이 십수 년 파견돼 수사를 지원하는 걸 상상할 수 있냐"고 반문한 뒤 "금융검찰인 금감원에 민간 금융사 직원이 파견돼 소속 직원처럼 활동한다면 이해 상충과 직무 유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은 외부에서 파견받은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감독기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피감독기관의 직원을 자기 직원처럼 쓰는 셈이다. 민간 회사가 금감원 파견에 호응하는 이유도 '관계' 때문이다.


파견된 직원이 금감원에서 장기 근무하면서 금감원 직원들과 친분 관계를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민간 회사의 공식적인 금감원 창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긴밀한 유착 관계로 금감원의 감독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지적이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금감원이 주창하는 독립적인 감독기관이 되려면 민간과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면서 "금감원은 민간에서 파견이라는 이름으로 인력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예산까지 감독분담금이란 항목으로 받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갑질 행태"라고 꼬집었다. 민 교수는 "금감원이 금융사들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엄격히 감독하는 반면, 스스로에겐 지배구조의 핵심인 인력과 예산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고 꼬집었다. 민 교수가 지적한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매년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사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데 대해 수수료 명목으로 거두는 돈이다. 올해 감독분담금은 2921억원으로 금감원 전체 예산(3666억원)의 79.3%에 달한다. 1999년 금감원 예산의 41.4%에서 매년 늘어나 21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

또 다른 문제는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사로 재취업하면서 유착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는 파견 형태로 금감원에서 근무하고, 금감원 임직원은 퇴직 후 금융사로 재취업하는 실정이다.


인사혁신처는 올해 1~11월 금감원 퇴직자 중 총 28명에게 재취업 승인·가능 판정을 내렸는데, 이들이 재취업한 곳이 삼성생명, 하나금융투자, 롯데카드, 키움증권 등 대부분 피감독기관이다.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로 제기된 금감원의 감독 부실, 방만 경영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기관 재지정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되면 인력과 예산을 누구나 볼 수 있게 경영 공시가 되기 때문에 방만 운영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며 "금감원만 감독의 독립성을 내세워 정부의 경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무엇보다 예산과 인력을 기획재정부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금융사와의 협조가 필요한 부문에서 금융사 직원을 파견받아 왔다. 예를 들면, 보험 사기 등 불법 금융 사기를 감독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기 행각이 이뤄지는 금융사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외부 기관에서 직원을 파견받아왔다. 동법 67조에 따르면, 금감원장이 직무 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행정기관이나 그 밖의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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