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항바이러스 공청기' 켰더니.."확진자 있어도 안전"
류준영 기자
입력 2021. 01. 22.
[르포]건설연 '항균·항바이러스 공기청정기' 성능 실증실험 현장 가보니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건설연이미지 크게 보기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건설연
“창문을 하루 종일 열어둔 효과입니다.”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만난 구현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인프라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로 최근 성능 실증연구를 실시한 결과를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코로나19(COVID-19) 3차 대유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오는 3월 개학과 함께 등교 수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건설연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실내 확산을 막아줄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김포외고 두 반에 설치하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장 성능 실증을 진행 중이다.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측정값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니터/사진=류준영이미지 크게 보기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측정값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니터/사진=류준영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 60%…“환기와 동등한 효과”=이날 김포외고 3층 한 반에선 25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실 내부엔 좌우로 2대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단 공기청정기가 작동했다. 교실은 창문을 닫아둔 상태였지만,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값을 나타낸 작은 모니터의 숫자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구현본 수석연구원은 “실내 세균·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가 약 6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환기를 했을 때와 동등한 방역 효과”라고 말했다. 또 “만약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반에 함께 앉아 있고 호흡기를 통해 감염원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공기청정기가 상시적으로 공기 중 감염원의 오염 밀도를 낮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 걸릴 확률을 최대한으로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이 효과는 어디까지나 직접 대면 접촉이 아닌 일정 거리가 유지된 상태에서 한 공간에 머무를 경우를 전제로 한다.
지난해 여름 스타벅스 야당역점 집단감염 사례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확진자가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계속 높아져 공기 중 감염병 전파가 이뤄진다. 콜센터와 같이 실내 환기가 어려운 사무실일 경우, 확진자와 거리가 있다고 해도 걸릴 확률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건설연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 공기청정기는 이런 상황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서울역, 병원 등에 이미 제품을 공급한 곳에서 조사한 공기 중 부유 세균·바이러스 저감 효과는 약 58%~73%였다.
4층 김포외고 한 교실에서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저감 성능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다/사진=류준영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4층 김포외고 한 교실에서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저감 성능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다/사진=류준영 기자
◇공기청정기 틀면 더 위험하다?=한 층을 더 올라가니 학생이 없는 교실 내에서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 이 연구를 실시한 까닭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기류 변화를 일으켜 공기 중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기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학교에선 이 같은 이유로 공기청정기를 교실에서 켜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구 연구원은 “실제 생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운용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산 심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냉난방기를 가동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신이 심화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공기청정기를 켜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확산된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이 기술은 유럽알레르기협회(ECARF) 인증을 획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건설연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를 내장한 공기청정기는 국내 기술 이전한 중소기업 등을 통해 총 27종의 제품이 개발됐다. 이 제품들은 국내 선별진료소(26대), 병원(19대), 철도역사(79대), 콜센터(104대), 학교(9대), 총선 투·개표소(10대) 등 350여 대가 보급된 반면 해외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16개국으로 5000대 이상 판매됐다.
이에 대해 구 수석연구원은 “국내에는 항바이러스 제품 성능평가 표준 및 인증체계 없어 코로나19 현장 보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 검증을 지켜본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건설연의 애로점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관련 KS(한국산업표준)나 단체·협회인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joon@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대로 582 401호
전화 042-861-5005 팩스 042-861-5059
에이컨으로 코로나 퍼진다는데···공기 속 99% 잡았다
기자명 김지영 기자 입력 2020.06.15
[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⑳]구현본 건설연 박사
광촉매 기술 이용 '코로나바이러스 제거 공조 장치' 개발
다수기업 기술이전 완료, 혁신제품 대상 선정 등 상용화 박차
더워지는 날씨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가게가 늘고있다.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개학 한 교실 에어컨 가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은 밀폐된 실내 공기를 흡입했다가 냉각해 배출한다. 코로나19 환자 비말을 에어로졸형태로 미세하게 배출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적당히 환기하며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점점 느슨해지는 마스크 착용, 북적이는 실내활동 등으로 또 다른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갇힌 공간 속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을 수는 없을까.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실내공기 중 코로나바이러스를 잡는 공조 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핵심은 장치 속 광촉매 필터다. 연구개발을 주도한 연구자는 구현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방역 건설기술을 본격 연구개발한 구 박사는 연구 4년 만에 광촉매 기술을 적용한 항균 항바이러스 공조 필터를 개발했다. 다수의 기업에 기술이전을 완료해 해당 필터가 탑재된 공기청정기 등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해당 기술은 공기 중 코로나바이러스를 99% 제거할 수 있다.
구 박사는 "감염병 2차 확산문제는 감염병 관련 국가 안전망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라며 "지금까지 확보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도록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 소독제살포 UV 등 다양한 논의…상시 효과 위해 공기청정기로
"공기 중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소독제를 살포하거나 UV-C를 조사하는 등의 방법이 활용될 수도 있지만 인체가 소독제 성분, 오존 등에 노출될 경우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사람의 일상이 영유되는 생활 공간에서의 상시 방역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항균·항바이러스 기능을 갖는 공조 장치 개발에 착수한 이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공조 장치나 공기청정기에는 '헤파필터'가 장착돼있다. 헤파필터는 유해물질을 물리적으로 걸러내는 필터로 미세먼지 제거 등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감염병과 관련해서는 사용 중에 감염원이 축적된 필터의 교체·폐기 문제, 필터 내에 축적된 감염원의 재배출 우려 등으로 인해 오히려 사용 자제가 권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 박사팀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필터는 공기 내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을 필터 통과시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사멸시키는 논필터링 방식의 필터다. 기존 물리적 필터링 방식의 필터가 감염병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와 우려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제품이다.
필터의 핵심소재는 광촉매다. 광촉매는 빛 에너지에 의해 활성화될 때 소재 표면에 활성산소가 형성하는데, 이러한 활성산소의 강력한 산화력이 감염원의 생체구조를 파괴시켜 감염력을 상실시키거나 제거하게 된다.
구 박사팀이 개발한 항균 항바이러스 공기청정기.<사진=건설연 제공>
구 박사팀은 실험을 통해 개발한 광촉매 필터가 대장균, 살모넬라균,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등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그 종류에 상관없이 99% 또는 그 이상 제거하거나 불활화하는 성능을 확인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일종인 휴먼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도 99%의 항바이러스 성능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메르스, 사스, 코로나19의 경우, 그 병원성만 다를 뿐 동일한 코로나바이러스로써 생체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 박사는 "개발된 필터는 감염원을 제거하는 활성산소가 소재 표면에만 형성될 뿐,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는다"며 "기타 관계법령에서 정한 유해물질을 함유·방출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존 공기청정기에 해당 필터를 사용할 수 없을까? 구 박사는 기존 공기청정기에 부착할 수 있는 외장형 광촉매 필터 모듈 제품도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과기부의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 대상 중 하나로 선정되어 조만간 조달청을 통한 제품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개학이 가까워지면서 광촉매 항균·항바이러스 필터 장착 공기청정기 활용에 많은 공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교가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헤파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보유한 상황임에 따라 예산 절감을 위해 추가 장착이 가능한 제품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기술이전기업과 함께 최근 외장형 제품 개발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 코팅제 바르면 바이러스 소멸? 항균 건설자재 개발 중
메르스, 신종플루, 사스, 코로나19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감염병은 호흡기계 감염병으로서 주로 접촉 및 비말에 의해 전파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플라스틱 등에서 약 2일간 생존할 수 있고,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다양한 재료표면에서 약 3일간 생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감염병의 공기 중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공기 중에 비말된 감염원 제거 뿐만 아니라, 감염자로부터 배출돼 다양한 재료 표면에 생존해 있는 감염원의 제거 또한 중요한 이슈이다.
이에 구 박사는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갖는 건설자재도 연구개발 중에 있다. 건설자재 표면에 침적되는 감염원을 광촉매 기술을 통해 직접 제거함으로써 간접적 접촉에 의한 2차 확산을 막는 것이 목표다. 코팅제처럼 표면에 바르는 형식으로 개발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갑작스러운 감염병 발생으로 병원 내 공간이 부족할 때 긴급의료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과 공항 등 출입국 시설에서 신속하게 이동 및 설치할 수 있는 언택트 원패스 출입국 검역 심사 조립식 구조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구 박사는 "감염병의 확산방지 기술은 감염병 관련 국가 안전망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며 "감염병 확산 위험이 저감·방지된 국민 생활 안전 환경 제공을 위해 항균·항바이러스 공조장치 및 건설자재 뿐만 아니라, 이들 핵심장치를 이용해 다중이용시설, 대중교통 등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상시 방역 시스템 구축 기술과 감염병 재난 발생시 실효적 대응을 위한 긴급의료시설 구축 기술 등의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구 박사는 건설자재와 관련된 바이러스 제거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출입국 시설에서 신속하게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출입국 상시 검역·방역 터널 구조 시스템'이다.<사진=건설연 제공>
구 박사는 건설자재와 관련된 바이러스 제거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출입국 시설에서 신속하게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출입국 상시 검역·방역 터널 구조 시스템'이다.<사진=건설연 제공>
◆ 일산 떠나 대덕연구단지서 4년, "더욱 안전한 건설기술 매진"
"오랫동안 건설 분야를 연구해 바이오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방역 건설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바이오 전문가와 많이 교류하며 배우고 공부했다. 이해 폭을 넓혀가며 연구하는 생활이 즐겁다."
구 박사는 2016년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융합연구단사업 중 하나인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 사업(CEVI 융합연구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연을 떠나 화학연이 위치한 대전에서 생활한지도 4년이 지났다.
대학에서 토목재료, 콘크리트 재료 등 구조 분야를 전공하고 건설연에 들어와 약 15년간 교량구조, 도로 관련 연구를 했던 그에게 '바이러스'는 전혀 새로운 연구 분야였다. 바이오 전문가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공부하며 나름 치열한 시간을 보낸 그는 "방역 건설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바이오 전문가와 많이 교류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며, 쉽지 않지만 크고 작은 고비를 넘으며 계획한 작은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는 것은 보람차고 즐겁다"고 말했다.
다중 이용 시설 내 상시 방역 건설기술 개념도.<사진=건설연 제공>
다중 이용 시설 내 상시 방역 건설기술 개념도.<사진=건설연 제공>
건설연은 개발한 광촉매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에 26대 기부한 바 있다. 실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개발에 보람도 느끼지만 그는 "상용화를 위해 더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바이러스 제품에 대한 인증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에 현실적 애로가 존재한다. 구 박사는 인증기관과 함께 항바이러스 제품의 성능평가 방법과 표준 및 인증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도 새롭게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확보한 항균·항바이러스 기술이 국민에게 안전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고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핵심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유해물질과 유해 미생물 등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이 보다 안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입력 2021. 01. 22.
[르포]건설연 '항균·항바이러스 공기청정기' 성능 실증실험 현장 가보니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건설연이미지 크게 보기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건설연
“창문을 하루 종일 열어둔 효과입니다.”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만난 구현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인프라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로 최근 성능 실증연구를 실시한 결과를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코로나19(COVID-19) 3차 대유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오는 3월 개학과 함께 등교 수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건설연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실내 확산을 막아줄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김포외고 두 반에 설치하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장 성능 실증을 진행 중이다.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측정값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니터/사진=류준영이미지 크게 보기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측정값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니터/사진=류준영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 60%…“환기와 동등한 효과”=이날 김포외고 3층 한 반에선 25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실 내부엔 좌우로 2대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단 공기청정기가 작동했다. 교실은 창문을 닫아둔 상태였지만,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값을 나타낸 작은 모니터의 숫자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구현본 수석연구원은 “실내 세균·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가 약 6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환기를 했을 때와 동등한 방역 효과”라고 말했다. 또 “만약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반에 함께 앉아 있고 호흡기를 통해 감염원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공기청정기가 상시적으로 공기 중 감염원의 오염 밀도를 낮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 걸릴 확률을 최대한으로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이 효과는 어디까지나 직접 대면 접촉이 아닌 일정 거리가 유지된 상태에서 한 공간에 머무를 경우를 전제로 한다.
지난해 여름 스타벅스 야당역점 집단감염 사례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확진자가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계속 높아져 공기 중 감염병 전파가 이뤄진다. 콜센터와 같이 실내 환기가 어려운 사무실일 경우, 확진자와 거리가 있다고 해도 걸릴 확률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건설연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 공기청정기는 이런 상황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서울역, 병원 등에 이미 제품을 공급한 곳에서 조사한 공기 중 부유 세균·바이러스 저감 효과는 약 58%~73%였다.
4층 김포외고 한 교실에서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저감 성능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다/사진=류준영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4층 김포외고 한 교실에서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저감 성능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다/사진=류준영 기자
◇공기청정기 틀면 더 위험하다?=한 층을 더 올라가니 학생이 없는 교실 내에서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 이 연구를 실시한 까닭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기류 변화를 일으켜 공기 중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기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학교에선 이 같은 이유로 공기청정기를 교실에서 켜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구 연구원은 “실제 생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운용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산 심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냉난방기를 가동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신이 심화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공기청정기를 켜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확산된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이 기술은 유럽알레르기협회(ECARF) 인증을 획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건설연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를 내장한 공기청정기는 국내 기술 이전한 중소기업 등을 통해 총 27종의 제품이 개발됐다. 이 제품들은 국내 선별진료소(26대), 병원(19대), 철도역사(79대), 콜센터(104대), 학교(9대), 총선 투·개표소(10대) 등 350여 대가 보급된 반면 해외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16개국으로 5000대 이상 판매됐다.
이에 대해 구 수석연구원은 “국내에는 항바이러스 제품 성능평가 표준 및 인증체계 없어 코로나19 현장 보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 검증을 지켜본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건설연의 애로점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관련 KS(한국산업표준)나 단체·협회인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joon@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덕대로 582 401호
전화 042-861-5005 팩스 042-861-5059
에이컨으로 코로나 퍼진다는데···공기 속 99% 잡았다
기자명 김지영 기자 입력 2020.06.15
[코로나와 싸우는 과학자들⑳]구현본 건설연 박사
광촉매 기술 이용 '코로나바이러스 제거 공조 장치' 개발
다수기업 기술이전 완료, 혁신제품 대상 선정 등 상용화 박차
더워지는 날씨에 에어컨을 가동하는 가게가 늘고있다.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개학 한 교실 에어컨 가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은 밀폐된 실내 공기를 흡입했다가 냉각해 배출한다. 코로나19 환자 비말을 에어로졸형태로 미세하게 배출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적당히 환기하며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점점 느슨해지는 마스크 착용, 북적이는 실내활동 등으로 또 다른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갇힌 공간 속 코로나바이러스를 잡을 수는 없을까.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실내공기 중 코로나바이러스를 잡는 공조 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핵심은 장치 속 광촉매 필터다. 연구개발을 주도한 연구자는 구현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방역 건설기술을 본격 연구개발한 구 박사는 연구 4년 만에 광촉매 기술을 적용한 항균 항바이러스 공조 필터를 개발했다. 다수의 기업에 기술이전을 완료해 해당 필터가 탑재된 공기청정기 등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해당 기술은 공기 중 코로나바이러스를 99% 제거할 수 있다.
구 박사는 "감염병 2차 확산문제는 감염병 관련 국가 안전망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라며 "지금까지 확보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도록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 소독제살포 UV 등 다양한 논의…상시 효과 위해 공기청정기로
"공기 중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소독제를 살포하거나 UV-C를 조사하는 등의 방법이 활용될 수도 있지만 인체가 소독제 성분, 오존 등에 노출될 경우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 사람의 일상이 영유되는 생활 공간에서의 상시 방역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항균·항바이러스 기능을 갖는 공조 장치 개발에 착수한 이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공조 장치나 공기청정기에는 '헤파필터'가 장착돼있다. 헤파필터는 유해물질을 물리적으로 걸러내는 필터로 미세먼지 제거 등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감염병과 관련해서는 사용 중에 감염원이 축적된 필터의 교체·폐기 문제, 필터 내에 축적된 감염원의 재배출 우려 등으로 인해 오히려 사용 자제가 권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 박사팀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필터는 공기 내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을 필터 통과시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사멸시키는 논필터링 방식의 필터다. 기존 물리적 필터링 방식의 필터가 감염병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와 우려를 기술적으로 해결한 제품이다.
필터의 핵심소재는 광촉매다. 광촉매는 빛 에너지에 의해 활성화될 때 소재 표면에 활성산소가 형성하는데, 이러한 활성산소의 강력한 산화력이 감염원의 생체구조를 파괴시켜 감염력을 상실시키거나 제거하게 된다.
구 박사팀이 개발한 항균 항바이러스 공기청정기.<사진=건설연 제공>
구 박사팀은 실험을 통해 개발한 광촉매 필터가 대장균, 살모넬라균,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 등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그 종류에 상관없이 99% 또는 그 이상 제거하거나 불활화하는 성능을 확인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일종인 휴먼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도 99%의 항바이러스 성능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메르스, 사스, 코로나19의 경우, 그 병원성만 다를 뿐 동일한 코로나바이러스로써 생체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 박사는 "개발된 필터는 감염원을 제거하는 활성산소가 소재 표면에만 형성될 뿐,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는다"며 "기타 관계법령에서 정한 유해물질을 함유·방출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기존 공기청정기에 해당 필터를 사용할 수 없을까? 구 박사는 기존 공기청정기에 부착할 수 있는 외장형 광촉매 필터 모듈 제품도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과기부의 '우수연구개발 혁신제품' 대상 중 하나로 선정되어 조만간 조달청을 통한 제품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개학이 가까워지면서 광촉매 항균·항바이러스 필터 장착 공기청정기 활용에 많은 공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많은 학교가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헤파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보유한 상황임에 따라 예산 절감을 위해 추가 장착이 가능한 제품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기술이전기업과 함께 최근 외장형 제품 개발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 코팅제 바르면 바이러스 소멸? 항균 건설자재 개발 중
메르스, 신종플루, 사스, 코로나19 등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감염병은 호흡기계 감염병으로서 주로 접촉 및 비말에 의해 전파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플라스틱 등에서 약 2일간 생존할 수 있고,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다양한 재료표면에서 약 3일간 생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 감염병의 공기 중 확산방지를 위해서는 공기 중에 비말된 감염원 제거 뿐만 아니라, 감염자로부터 배출돼 다양한 재료 표면에 생존해 있는 감염원의 제거 또한 중요한 이슈이다.
이에 구 박사는 항균·항바이러스 성능을 갖는 건설자재도 연구개발 중에 있다. 건설자재 표면에 침적되는 감염원을 광촉매 기술을 통해 직접 제거함으로써 간접적 접촉에 의한 2차 확산을 막는 것이 목표다. 코팅제처럼 표면에 바르는 형식으로 개발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갑작스러운 감염병 발생으로 병원 내 공간이 부족할 때 긴급의료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과 공항 등 출입국 시설에서 신속하게 이동 및 설치할 수 있는 언택트 원패스 출입국 검역 심사 조립식 구조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구 박사는 "감염병의 확산방지 기술은 감염병 관련 국가 안전망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기술"이라며 "감염병 확산 위험이 저감·방지된 국민 생활 안전 환경 제공을 위해 항균·항바이러스 공조장치 및 건설자재 뿐만 아니라, 이들 핵심장치를 이용해 다중이용시설, 대중교통 등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상시 방역 시스템 구축 기술과 감염병 재난 발생시 실효적 대응을 위한 긴급의료시설 구축 기술 등의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구 박사는 건설자재와 관련된 바이러스 제거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출입국 시설에서 신속하게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출입국 상시 검역·방역 터널 구조 시스템'이다.<사진=건설연 제공>
구 박사는 건설자재와 관련된 바이러스 제거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출입국 시설에서 신속하게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출입국 상시 검역·방역 터널 구조 시스템'이다.<사진=건설연 제공>
◆ 일산 떠나 대덕연구단지서 4년, "더욱 안전한 건설기술 매진"
"오랫동안 건설 분야를 연구해 바이오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방역 건설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바이오 전문가와 많이 교류하며 배우고 공부했다. 이해 폭을 넓혀가며 연구하는 생활이 즐겁다."
구 박사는 2016년 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융합연구단사업 중 하나인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 사업(CEVI 융합연구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건설연을 떠나 화학연이 위치한 대전에서 생활한지도 4년이 지났다.
대학에서 토목재료, 콘크리트 재료 등 구조 분야를 전공하고 건설연에 들어와 약 15년간 교량구조, 도로 관련 연구를 했던 그에게 '바이러스'는 전혀 새로운 연구 분야였다. 바이오 전문가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공부하며 나름 치열한 시간을 보낸 그는 "방역 건설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바이오 전문가와 많이 교류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며, 쉽지 않지만 크고 작은 고비를 넘으며 계획한 작은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는 것은 보람차고 즐겁다"고 말했다.
다중 이용 시설 내 상시 방역 건설기술 개념도.<사진=건설연 제공>
다중 이용 시설 내 상시 방역 건설기술 개념도.<사진=건설연 제공>
건설연은 개발한 광촉매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에 26대 기부한 바 있다. 실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개발에 보람도 느끼지만 그는 "상용화를 위해 더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바이러스 제품에 대한 인증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상용화에 현실적 애로가 존재한다. 구 박사는 인증기관과 함께 항바이러스 제품의 성능평가 방법과 표준 및 인증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도 새롭게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확보한 항균·항바이러스 기술이 국민에게 안전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고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핵심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유해물질과 유해 미생물 등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이 보다 안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