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고지서 보고 화들짝… “4년전의 2.6배”
정순우 기자
입력 2021.07.15 04:18
서울 송파구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지난 13일 이메일로 재산세 고지서를 받고는 경악했다. 그가 올해 내야 하는 재산세 총액은 약 360만원. 작년보다 25% 늘었고, 현 정부가 출범한 4년 전 납부액(140만원)과 비교하면 2.6배가 됐다. 그는 “월급은 그대로고 애들 교육비 등 지출은 늘어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다”며 “10년째 같은 집에 살면서 금전적 이득을 얻은 게 없는데 이번 정부 들어 세금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했다.
최근 재산세 1차분 고지서를 받은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가 정부가 ‘시세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며 공시가격을 대폭 올린 영향이다. 서울의 어지간한 30평형대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1주택자라도 한 달치 월급에 맞먹는 돈을 재산세로 낼 판이다. 정부는 집값이 올랐으니 응당 세금도 늘어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지만, 납세자들은 “집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쥔 것도 아닌데, 세금 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달치 월급을 세금으로
서울시는 올해 7월분 주택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15.8% 늘어난 1조654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건물·선박·항공기 등 비주거용 자산까지 더한 재산세는 2조3098억원으로 작년보다 12.1% 늘었다.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걸쳐 절반씩 낸다.
재산세가 늘어난 것은 주택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작년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9.9%,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9.83% 올랐다. 정부는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작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한국부동산원 기준 3%, KB국민은행 기준 13%)보다 더 큰 폭으로 공시가격을 올렸다.
재산세 고지서를 확인한 1주택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70대 은퇴자는 “평생 일해서 20년 전 아파트 한 채 샀는데, 이 정부가 나한테 무슨 도움을 줬다고 내 집에다가 세금을 수백만원 매기느냐”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정부가 집값 올린 건 결국 세금 뜯어가려는 목적” “집주인한테 세금은 잔뜩 걷고, 적폐 취급하는 정부”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더샵’ 전용 84㎡를 보유한 40대 직장인은 올해 내야 할 재산세가 230만원으로 작년보다 50만원 넘게 올랐다. 그는 “집 가졌다는 이유로 나라에 벌금 내면서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에 사는 50대 주부는 “재산세만 800만원 정도를 내는데 12월엔 종합부동산세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라며 “시세 차익을 실현한 것도 아닌데 1주택자는 재산세를 대폭 줄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 정책 실패를 납세자가 떠안는 꼴”
정부는 공시가격 과속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올해부터 공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올해 주택 공시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오른 탓에 세율 인하에도 실제 납부하는 세금은 작년보다 늘어난 가구가 많다.
재산세 부담이 가파르게 늘면서 분납 신청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7건에 불과했던 재산세 분납 신청이 지난해 1478건으로 40배 가까이 늘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에 거품이 생겼는데, 이를 재산세 명목으로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과도한 조세부담이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산세 감면도 무용지물...공시가 상승에 '세금폭탄'
기사등록 :2021-07-16 07:03가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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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 1주택 세금 감면 기준 6억→9억...세율 0.05%p 인하
6억~9억 아파트 단지, 세금은 늘었지만 증가폭은 줄어
세금 증가에 따른 불만 완화 차원에 그칠 듯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올해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소유자들의 재산세 부과액이 세율 감면 대상 확대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 세금 감면 기준을 9억원으로 상향했지만 공시가격 오름폭에 비해 재산세 부과액이나 감면율이 크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감면 대상 구간에서 세금 증가폭은 공시가격 오름폭에 비해 적어 세부담 증가에 따른 불만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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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율 내렸지만 공시가격 급등에 감면 대상자도 세금 더 낸다
16일 뉴스핌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에도 서울 아파트 보유자의 재산세 납부액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는 매년 6월 1일 과세기준일 기준 주택·건축물·토지 소유자에게 부과되는데 이달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 납부액을 확정해 납세자에게 전달한다. 재산세는 5만원 초과인 경우 7월과 9월에 나눠서 부과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재산세율 특례(0.05%포인트 인하) 적용 대상을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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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결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8㎡ 소유자가 올해 납부해야 할 재산세는 817만9440원으로 지난해(741만1320원)보다 10.3% 가량 늘었다. 세금 산정에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같은 기간(22억3200만→24억200만원) 7.6% 올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전용면적 59.92㎡ 소유자는 올해 226만9810원 재산세를 내게 돼 지난해(179만8992원)보다 2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시가격(7억8000만→9억3200만원)으로 19.4% 증가했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단지들은 재산세 감면대상 확대에 영향이 없었다. 올해 새롭게 감면 대상이 된 공시가격 6억~9억원 이하 아파트 소유자들도 세액이 늘어났다. 오름폭은 공시가격 오른 것에 비해 적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전용면적 84.96㎡ 소유자의 재산세 부과액은 154만3177원으로 지난해(143만2104원)보다 7.7% 늘었다. 이 단지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6억1400만원으로 재산세 감면 기준인 6억원을 넘어 감면 대상이 아니었다. 반면 올해 공시가격은 8억1800만원으로 감면 대상에 포함된다. 상승률은 33.2%에 이른다.
기존 감면 대상이었던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면적 84.42㎡ 보유시 재산세는 99만8691원으로 지난해(92만1265원)보다 8.4% 증가했다. 공시가격은 7억2300만원으로 지난해(5억4900만원)보다 31.6% 커졌다.
◆ 재산세 세율 완화, 세부담 증가폭 완화 효과만 나타나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 구간에서도 재산세가 늘어난 것은 공시가격 급등 영향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9.08% 상승해 2007년(22.7%)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도입됐지만 공시가격 상승폭이 커 세금 부담이 줄어들지 못한 것이다.
재산세 감면 구간에서는 세액 증가폭은 공시가격 상승폭 보다 적게 나타났다. DMC파크뷰자이와 롯데캐슬골드파크 1차의 경우 공시가격이 30% 이상 늘었지만 재산세는 각각 7.7%와 8.4% 증가에 그쳤다.
반면 아크로리버파크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3단지 등 재산세 감면 구간에 해당되지 않는 단지들은 공시가격이 7.6%와 19.4% 늘어나는 사이 재산세는 10.3%와 26.8%로 크게 늘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일부 소규모 단지에서는 감면 효과가 있기도 하겠지만 공시가격 상승 영향으로 재산세 감면대상 확대가 재산세 감면보다는 증가폭이 완화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재산세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서 감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세부담 증가 피해가 예상되는 일부 계층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재산세 감면은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시장에 큰 효과가 나타나긴 어렵다"면서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폭을 완화하고 고령층이나 6억~9억원대 아파트 보유자들의 불만을 더는 수준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