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0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공개한 ‘2018 글로벌 에너지 & 이산화탄소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에너지 사용에 따른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1G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탄발전에서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10.1Gt을 기록해 처음으로 10Gt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 대비 2.4ppm 증가한 407.4ppm으로 나타났다. 미국기상학회(AMS)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80만 년 이래 최고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화 이전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280ppm 수준이었다.
지구온난화 속도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빼내야 한다는 의미다. 201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된 한 논문은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120~160Gt의 이산화탄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를 매장하는 대신 그것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탄소자원화 기술(CCU)이 2030년에 약 1조 달러 시장의 유망 산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 Free photo
탄소를 매장하는 대신 그것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탄소자원화 기술(CCU)이 2030년에 약 1조 달러 시장의 유망 산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 Free photo
이처럼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기에서 직접 끌어내어 땅속이나 해저 지층에 영구적으로 묻는 것뿐이다. 바로 탄소 포집 저장 기술(CCS: Carbon Capture Storage)로 알려진 방법이다.
하지만 CCS는 저장 장소 확보가 어렵고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증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매장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없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탄소를 매장하는 대신 자원으로 활용하는 CCU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탄소를 매장하는 대신 그것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탄소자원화 기술(CCU: Carbon Capture Utilization)이다.
오늘날 산업체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이산화탄소는 대개 암모니아를 만드는 천연가스나 석탄연료공장에서 나오는 화석 연료 공정의 부산물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최근 기사에서 CCU가 2030년까지 약 1조 달러의 시장이 될 만큼 유망한 산업이라고 보도했다.
사실 CCU는 CCS를 전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내구성이 강한 제품에서 탄소를 분리하거나 탄소 집약적인 공정을 대체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일 수는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CCU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의 최대 1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CU를 위한 탄소 포획 방법은 발전소나 공장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아니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직접 빨아들이는 DAC(Direct Air Capture) 공정이 있다. 단가적인 기준으로 볼 때는 공장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DAC에도 장점이 있다. 우선 특정한 장소에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똑같이 공기 중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DAC는 상대적으로 건설 비용이 유리한 곳이라면 어디에나 건설할 수 있다. 또한 DAC는 이미 널리 퍼져 있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방법이기에 장기적으로 가장 유망한 CCU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CCU의 이산화탄소 경감 기능은 제한적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탄산음료나 석유 생산 공정 등 다양한 화학공정에 직‧간접적으로 사용된다. 영국왕립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그중에서도 가장 잠재력이 큰 사용법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해 합성 탄화수소 연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공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합성 연료를 만들 경우 연료가 연소될 때 이산화탄소는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즉, 탄소 격리가 아니라 탄소 재활용인 셈이다.
‘복스’ 기사에 따르면 CCU의 다양한 사용처 중 건설 자재 및 탄소섬유 같은 신소재만이 이산화탄소를 반영구적으로 격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에 주입할 경우 건물이 붕괴된 후에도 이산화탄소는 화학적으로 접착된 상태로 유지된다.
따라서 CCU의 이산화탄소 총 경감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CCU가 결코 CCS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CCU에 의해 생산되는 이산화탄소의 수요는 CCS와 CCU를 아우르는 전체 탄소 포획 기술의 규모를 키우고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CCU가 궁극적으로 CCS 기술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