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1
[편집자주] 2차전지 배터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가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효율에 안전성 높은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은 물론 소·부·장 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가 주도할 패러다임 전환에 발을 담갔다. 더벨은 변화에 대처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7일 16: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기술의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넘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기업공개(IPO) 전에 투자했던 FI(재무적 투자자)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시장에서 하나기술의 높은 주가에 대한 '오버 밸류에이션(고평가)' 우려가 나오면서 언제 하락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기술의 주가는 현재 8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25일 최고가 9만1000원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하나기술의 공모가(3만5000원)를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시가총액은 1132억원(공모가 기준)에서 25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하나기술의 주가와 시가총액을 두고 "고평가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말 유동성이 몰려 코스닥 시장이 활황인 것을 감안해도 기업의 기초체력에 비해 높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기술은 다양한 2차전지 장비 제품군과 고객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서 "다만 조 바이든(Joe Biden)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전기차 등 친환경 섹터에 시장의 관심이 몰려 이에 대한 수혜를 입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벤처캐피탈(VC)의 한 심사역도 "상장 시초가가 너무 높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은 공모가와의 중간지점에서 적정한 주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나기술은 주관사와 공모가를 책정하면서 일반적인 밸류에이션 산출지수인 PER 배수를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35억원의 두 배인 70억원을 기준으로 28.43의 PER 배수를 적용해 평가 시가총액 1987억원(할인율 제외)을 산출했다.
하지만 하나기술이 비교기업으로 설정한 에이프로의 경우 PER 배수를 산출하면서 최근 사업연도인 2019년 전체 당기순이익 76억원을 기준으로 25.92의 PER 배수를 적용했다. 하나기술이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을 기준으로 두 배 곱해 단순 산술한 것과 달리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 데이터를 적용해 가치를 산정했다.
에이프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하나기술의 지난해 당기순이익(43억원)에 동일한 PER 배수인 28.43를 적용하면 1222억원(할인율 제외)이 산출된다. 약 700억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16.36에서 25.62 수준인 유사기업 대비 PER 배수 역시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됐다. 하나기술은 공모과정에서 유사기업을 피앤이솔루션, 브이원텍, 엔에스, 코윈테크 등으로 설정했다. 이들 기업은 2019년 말 기준 각각 157억원, 66억원, 43억원, 1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기술 관계자는 "주가는 회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에이프로나, 피앤이솔루션 등의 유사기업에 비해 전공정 턴키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과 해외 바이어들이 선호한다는 기업이라는 점이 시장에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의 확장성이 유사기업 대비 상대적인 강점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정 주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향후 주가 변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분을 투자한 FI의 움직임도 분주해 지고 있다. 하나기술의 주요 FI는 KDB산업은행(10만주)을 비롯해 송현인베스트먼트(8만5000주), KB인베스트먼트(14만주), 서울투자파트너스(8만5000주) 등이다. 총 41만주 가량의 RCPS를 2018년 85억원에 인수했다.
26일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4곳의 FI들은 각자 보유하고 있는 RCPS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청구하면서 엑시트(매각)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당시 FI들은 주당 발행가 2만700원에 RCPS를 인수했다. 현재 거래가격에 전량 매각한다면 총 시세차익만 200억원 넘게 얻을 수 있다. 보호예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SI(전략적 투자자)지만 (주)엠제이텍의 엑시트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엠제이텍은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업체로 하나기술의 제품에 내장되는 부품을 가공하는 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 맹효주 대표는 하나기술 설립 초기부터 오태봉 대표와 교분을 쌓아온 관계다.
하나기술의 사세가 커지고, 양 사의 거래가 늘면서 맹 대표는 회사 차원에서 투자 뿐 아니라 개인 투자에도 나섰다. 엠제이텍은 하나기술 지분 18만2560주(5.01%)를 보유한 2대주주다. 여기에 맹 대표 역시 개인지분 8만3520주(2.29%)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수 억원대에 인수한 지분은 현재 140억원가량으로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맹 대표는 맹승주 현 하나기술 부사장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맹 부사장은 개인지분 16만2400주(4.46%)를 보유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다. 6개월의 보호예수가 끝나면 일부 지분을 매각해 유동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투자자들의 엑시트와 관련해 하나기술 관계자는 "12월11일에 RCPS 물량이 보통주로 전환돼 상장될 예정"이라며 "이후 FI들이 본격적으로 엑시트에 나서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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