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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호반·중흥건설의 멈추지 않는 벌떼입찰... 수십 개 계열사로 공공택지 32.5% 차지.추첨제통한입찰 제도적 허점활용

Bonjour Kwon 2021. 8. 31. 07:22
2021.04.13
국정감사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싹쓸이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우미건설·호반건설·중흥건설 등이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공공택지의 3분의 1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입찰 참여현황’에 따르면, 우미건설과 호반건설 및 호반산업, 중흥건설은 2019년 7월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LH가 공급한 총 83개 공공택지 가운데 27개를 낙찰받았다. 전체의 32.5%에 해당하는 공공택지를 3개 건설사가 가져간 셈이다.

공공택지 공급은 한 회사당 하나의 필지에 하나의 입찰권만 행사하는 것이 원칙으로, 대부분 추첨제를 통해 낙찰자를 정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하는 ‘벌떼입찰’ 방식으로 낙찰 확률을 높였다.

우미건설은 선우산업·전승건설·명가산업개발 등 계열사를 다수 동원해 22개 회사 명의로 총 958회 입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미건설은 인천영종·양산사송·부산장안 등에서 총 면적 47만2111㎡의 11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성과를 거뒀다.

같은 기간 호반은 주력 회사인 호반건설·호반산업·호반주택 뿐만 아니라, 티에스개발·스카이리빙 등 총 11개사를 통해 해당 기간 공공택지 입찰에 643회 참여했다. 그 결과 호반건설은 파주운정3·평택고덕·오산세교·남원주역세권 등 총 면적 35만8083㎡에 달하는 공공택지 9개를 확보했다.

중흥건설은 새솔건설·시티글로벌·세종이앤지 등 18개사 명의로 총 603회 입찰에 참여해 총 면적 26만403㎡의 LH 공공택지 7개를 가져갔다.

그래픽=정다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과반수가 사실상 한몸인 경우도 많았다. LH가 2019년 11월 공모한 남원주역세권 A-1블록에는 총 16개사가 입찰했는데, 이 가운데 9개사가 호반건설 등의 계열사였다. 결국 호반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티에스리빙주식회사’가 택지를 낙찰받았다.

2019년 9월 공모한 오산세교2지구 A-09블록 입찰에는 18개사가 참여했는데, 그 중 12곳이 중흥건설 계열이었다. 추첨 결과 중흥건설이 낙찰사로 선정됐고, 해당 택지는 올해 하반기 ‘세교 중흥S-클래스’ 659가구로 분양될 예정이다. 중흥건설이 올해 분양하는 1만656가구 중 5581가구는 이같은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다.

이같은 벌떼입찰 관행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온 것이다.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LH가 분양한 공공택지 473개 가운데 44개를 차지했다. 43개나 되는 계열사를 동원해 191개의 필지 입찰에 2204회 참여한 덕분이다. 중흥건설은 49개 계열사를 총 2516회 입찰 참여시켜 47개나 되는 공공택지를 획득했고, 우미건설도 32개 계열사로 1231회 입찰해 22개 필지에 당첨됐다.

송언석 의원은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벌떼입찰’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정 건설사들이 자회사 등을 동원해 편법적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택지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는만큼 정부는 특정업체들이 택지를 싹쓸이하지 못하도록 입찰 제도들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공택지 입찰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택지 전매를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실효성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LH는 2017년부터 공동주택 용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회사의 1순위 자격 요건을 최근 3년간 주택건설 실적이 300가구 이상인 곳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견 건설사 입장에선 이같은 실적을 채우기가 어렵지 않은데다,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 풀(pool)이 줄어든 탓에 ‘그들만의 리그’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대기업 규제를 받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에는 중견 건설사처럼 입찰 참여용 계열사를 자유롭게 늘리기가 어렵다.

LH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는 지배구조 검증이 어려운 비상장 회사가 다수인데다, 입찰에 참여하는 수많은 업체를 일일히 어디 계열사인지 검증하기가 어렵다"면서 "전매 제한을 둔다고 해도 택지를 낙찰받은 뒤 본사와 아파트 건설 도급 계약을 맺거나, 아예 합병해버리는 경우에는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벌떼 입찰을 통해 ‘땅 부자’가 된 건설사들은 급성장했다. 지난 2008년 시공능력평가 77위에 머물렀던 호반건설은 지난해 12위까지 순위가 올랐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업계에서 회사 규모를 비교하는데 자주 활용되는 지표다. 중흥건설은 2008년 115위에서 지난해 15위로, 우미건설은 59위에서 25위로 상승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을 통해 시공사가 통상적으로 얻는 이익을 3~4%로 본다면, 시행사 이익은 최고 20%까지 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자체개발한다는 것은 시행·시공 이익을 한 손에 거머쥐면서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공공택지 입찰 방식을 추첨제에서 경쟁입찰, 수의계약 등으로 다양화하도록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공공택지 공급에 ▲입찰 참여 업체의 임대주택 건설계획 ▲공모리츠 등을 통한 소액 투자자와의 이익 공유 ▲특화설계 등을 평가하는 경쟁방식이 도입된다. 국토부는 올해 공급되는 용지의 36%에 이런 경쟁방식을 적용하고, 오는 2024년에는 적용비율을 60%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공택지 당첨으로 인한 이익이 큰 만큼, 지속적인 편법 감시와 제도 개선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무리 실적 상한선을 높이고 평가 기준을 바꿔도 택지 입찰에 목 맨 건설사들은 다른 우회로를 찾아내왔다"면서 "새롭게 바뀐 공공택지 입찰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행위에 과감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계속해서 보완 조치를 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위법을 해서 땅을 낙찰 받은 것도 아니고, 입찰 받은 법인이 사업을 했다"면서 "적법한 입찰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